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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처자의 좌충우돌 미국 적응기 2(글/조은영-미국 필라델피아 거주)

미국이라는 나라를 잘 이해하기 위해선 현지 친구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지만, 그런 친구를 만나는 것이 나에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겪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서서히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해해 가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이런 경험들이 친구를 만나는 데 있어서 하나의 다리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면서.

미국에 온 이후로 나는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대학의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 이곳엔 주변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함께 지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체 대학 내 기숙사에 그만큼 충분한 공간이 없기 때문에 이곳의 기숙사를 빌려서 쓰고 있는 것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에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기숙사엔 나와 함께 온 다른 한국 학생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틀 뒤, 학기가 시작되고 기숙사가 학생들로 채워질 때, 나와 한국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 각 대학이 한 층씩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사용하는 층에 남학생들이 들어와서 지내는 것이었다. 그것도 바로 옆방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에서. 다행히 욕실이나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일은 없었지만 복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잠옷을 입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미국 학생들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었다, 특히나 아이들을 둔 아줌마 학생들에겐 더 충격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씩 문 밖에서 들리는 남학생들의 소리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미국에 도착한 지 일주일째 되는 주말, 비록 허리케인이 지나간다는 일기예보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몇몇이 필라델피아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항상 영화에서만 봤던 뉴욕을 가기로 결정하고 이른 토요일 아침에 길을 나섰다.

친절한 흑인 아저씨의 도움으로 뉴욕행 버스를 타기 위해 필라델피아 시내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도중에 기차를 타야 했었는데, 티켓을 사려고 부스에 있는 역무원에게 돈을 지불할 때, 우리를 쳐다보는 그 역무원의 싸늘한 눈빛에 놀랐다.

그 다음엔 돈을 챙기는 그 직원의 손을 보고 다시 놀랐다. 그의 손에는 일회용 장갑이 끼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우리를 위축 들게 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그 장갑이 우리(아시안)때문이 아니라 돌고 도는 돈 때문임을 쉽지 않게 짐작하고도 남음이지만, 순간적인 충격은 꽤 오래 내 머리에 남아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뉴욕에 도착한 우리들은 마침 그 지역을 지나는 허리케인을 정면으로 만나게 되었다.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몰아쳤지만 우리들은 빨간 2층 관광버스를 타고 뉴욕구경을 나섰다. 그러면서 또 하나 발견한 사실이 있었다. 우리들은 비가 온다고 우산을 쓰고 버스에서 제공하는 우의를 입고도 옷이 젖을까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는 반면에, 다른 현지 관광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비를 맞으며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발견한 것이지만 이 곳 사람들은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그다지 개의치 않아 하는 것이다. 조금만 비가 내려도 우산을 꺼내는 우리로서는 처음엔 이상하리만치 우산을 안 쓰는 사람들이 의아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지내고 있는 대학의 기숙사엔 직장 가진 부모들을 위해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어린이 집이 대학 부속으로 같이 있다. 가끔씩 3층 창 밖에서 내려다보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밝아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나에게 낯선 모습은 이곳에선 날씨에 관계없이 아이들에게 실외에서 뛰어 놀도록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어른들도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밖으로 나가는 것이 꺼려지고 싫기 마련인데, 그런 날씨에도 1~3살가량의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 놀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한 겨울에도 짧은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선 이해가 안 되었는데, 아마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지내 와서 이들에겐 그런 날씨로 인한 제약이 우리보다는 덜 한 것 같다.

7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미국생활에 적응해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만큼 주위가 낯설지도 않고 미국 교외의 전형적인 분위기에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물론 가끔씩 시끌벅적한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그리울 때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가슴 깊이 느끼는 점은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내가 한국에서 꿈꾸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환상만으로 살기엔 힘든 것처럼 이곳 생활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아들이면서 지내려고 한다. 그 속에서 즐거움과 놀라움을 계속 발견해 가면서 .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