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카메라박물관 김종세 관장(글/김영희-과천사는 안동사람, 박영대-동아일보 기자)

25년 동안 살았던 안동을 떠나 새로 정착한 곳이 과천이다. 그때가 1994년이었다. 사람이 사는 중심 동네를 빼면 거의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거리에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다. 밤에는 너무 적막해서 오히려 무서울 정도였다. 조용한 지방 도시에 살다가 온 나에게는 딱 맞는 곳이었다. 지금도 안동보다 훨씬 시골스럽다. 인구 7만에 시의 90%가 그린벨트이니 초미니 도시인 셈이다. 그러나 해마다 살기 좋은 도시 선정에서 1-2위에 뽑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자연환경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과천 사람들도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외지인인 내가 봤을 때는 자연 환경 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과천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대공원 같은 규모가 큰 것도 있지만 곳곳에 소규모의 개인 미술관이나 예술 공간이 있고 도서관이나 갤러리, 공원, 거리 등에서도 끊이지 않고 문화행사나 예술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9월에 과천으로 신축 개관한 한국카메라박물관 이곳에 그 향기를 더 보탠 것이 최근 과천 서울대공원 입구에 이전 개관한 한국카메라박물관(관장 김종세, 57세)이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사설 카메라 전문 박물관으로 목재 카메라, 초소형 스파이 카메라, 항공.군사용 카메라, 세계 희귀 카메라 등 3천여 대의 카메라와 5천여 점의 렌즈, 유리원판 필름과 기타 사진 관련 전시물 1만 5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2002년 문화 관광부에 등록해 운영하다가 2004년 6월 신림동에서 정식으로 문을 열고 유료화 했으며 2007년 9월 과천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어 이전 개원했다.

지하철 대공원역에서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오는데 카메라박물관답게 건물외형이 독특하다. 각이 진 건물 모양은 카메라 본체를 나타내고 건물 중앙은 오목, 볼록 렌즈 단면을 형상화 했고 건물 위쪽은 카메라 후드 모양을 나타낸다고 한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문 외벽에 대형 사진이 걸려있는데 1910년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맘모스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이다. 뭔가 오랜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1층 특별전시장을 만나는데 카운터 앞에 있는 목재 카메라들은 그 크기에 놀라기도 하지만 오래되고 진귀한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통유리 안에 전시되어 있는 수많은 카메라들을 볼 수 있는데 모두 귀하고 값나가 보이는 것들이다. 각 카메라 마다 생산 국가와 ?년도, 특징 등 각 카메라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을 붙어 놓았다. 2층 상설전시실은 70여 평 규모에 통유리 진열장이 20여개가 있는데 카메라가 발명되면서부터 현재까지 1840년대에서 2000년대를 10년 단위로 끊어서 그때 생산된 대표적인 카메라들을 2-30여대씩 순서대로 전시해놓고 있다. 약 600여대의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다. 또 층과 층 사이의 계단에도 통유리를 만들어 대형 목재 카메라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볼 수 있도록 잘 배치해 놓았다. 소장품 중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은 10% 정도인데 나머지는 수장고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 지하 1층은 전시 및 문화 공간인데 현재는 개관에 맞추어 김종세 관장의 ‘천년의 압사라’ 개인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1년 넘게 온 정신을 쏟았더니 카메라를 만질 엄두가 안 나네요, 허허”
우리는 1.2층을 둘러보고 3층의 서재로 가서 김종세 관장을 만났는데 서재에도 카메라와 렌즈들로 가득 차 있고 탁자 위에도 카메라들이 여러 대 놓여 있었다.
“이것들도 어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 박물관 만든다고 1년 넘게 여기에 온통 정신을 쏟고 나니까 너무 지쳐서 카메라들을 만져보고 싶지가 않아요. 또 한참 지나야 다시 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허허허”


집도 한 번 이사하고 정리하면 몸살이 날 정도인데 하물며 박물관이랴. 새 건물을 짓고 이사하고 소장품들을 정리하고 박물관을 다시 열면서 얼마나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개관한지 이제 겨우 20여일 지났을 뿐이니. 나는 카메라에 문외한이라 라이카 콘탁스 콘타렉스 이런 소리들은 들어도 잘 모르겠고 봐도 모르겠고 원초적으로 이 많은 카메라가 다 얼마일까 그 가격이 무척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영대 씨가 돈으로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있겠냐고 눈치를 주었다. 살 때 당시의 가격으로 보자면 몇 천 만원에서부터 몇 십 만원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그런 카메라가 3천여 대가 있으니.......1972년에 생산된 콘타렉스 카메라는 라이카, 콘탁스와 경쟁했는데 세 배나 비싼 가격으로 서울에 스물아홉 칸짜리 집 한 채 값이었단다. 개인이 갖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었다.


사진기자라 카메라를 잘 아는 영대 씨는 오히려 박물관 운영에 더 관심을 보였는데 자신도 은퇴하고 나서 고향에 가서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전시해 놓은 작은 갤러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비용 들여서 박물관 운영,
대부분 사립박물관 재정이 열악한 실정
박물관 운영에 관해서는 말씀이 많으셨다. 기본적으로 관람객 입장 수입만으로는 운영이 안되는 게 우리나라 대부분 사립박물관의 실정이라고 한다. 카메라박물관도 신림동에 있을 때 입장 수입료로 전기료를 낼 수 없을 정도였다고. 과천으로 이전을 생각하게 된 것도 아무래도 신림동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해서였단다. 실제로 20여일이 지난 지금 볼 때 거기보다는 좀 나은 형편이라고. 그러나 1년에 최소 1억 정도 들어가는 운영비에 비하면 미미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박물관을 만들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한 일이기 때문에 사비를 들여서라도 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부터는 정부에서 학예사 1명의 인건비를 보조해 준단다. 강제적으로 모든 박물관에 큐레이터 1명을 두도록 하고 있다고. 현재 박물관에도 학예사가 한 명 있고 직원이 두 명 있다. 또 특별전이나 행사를 할 때는 문화관광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책정된 예산이 점점 줄어들고 전국 사립박물관은 백여 곳이 넘어 예산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는 천만 원 정도를 지원받아 사이버 박물관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휴게 공간을 만들어서 간단한 음식을 팔거나 문화강좌나 체험공간을 만들어서 운영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하려 해도 일단 사람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으로 쉽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과천시나 경기도에서도 지원책이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이곳으로 막 이사를 왔기 때문에 천천히 생각해 볼 일이다. 현재로서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비용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신림동에 있는 건물 등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금으로 생활비를 하고 박물관을 꾸려나가고 있다. 관람객들은 두 부류인데 사진이나 카메라를 보기 위해 계획해서 찾아오는 사람과 등산객이나 관광객 등 지나가다가 즉흥적으로 들르는 사람이다. 그 중에 어떤 사람들은 입장료가 있다고 해서 그냥 돌아가기도 하고 약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국카메라박물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나라에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들어왔다가 입장료에 난감해 하는 사람도 있단다. 국가건 개인이건 운영을 하려면 운영비가 드는 것은 당연한데 그게 아직도 정착이 안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새로 건물을 지으면서 오히려 관리비용이 늘어서 관람료를 올릴까도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 입장료는 어르신과 청소년은 3천원이고 성인은 4천원, 어린이는 2천원이다. 10인 이상 단체는 천 원씩 할인이다.



20대 때부터 모은 카메라가 박물관으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처음 쓰던 카메라는 아사히 팬탁스 K2 블랙이었는데 그걸 많이 사용했지요. 하도 많이 사용해서 가죽이 닳아서 안에 노란 신주가 보일 정도였는데 그 카메라는 지금 없어요. 어디 팔아먹은 것도 아니고 팔아도 뭐 가치도 없는 건데 어디 있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많이 아쉽지요.”카메라를 수집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처음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고 20대부터 사진을 좋아해서 이 카메라 저 카메라 사서 쓰다 보니까 여러 대를 가지게 되었고, 새로 카메라를 사더라도 있던 것을 처분하지 않고 갖고 있다 보니 점점 카메라 대수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다가 카메라가 어느 정도 많아지자 나중에 거실에 진열해 두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400여대가 되었다. 그렇게 되자 나중에 안동에 내려가서 작은 박물관이나 지어놓고 사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부터는 신경 써서 카메라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날도 황학동 거리를 거닐면서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다가 하나를 샀는데 그걸 유심히 지켜본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일산에 살고 있었는데 자기도 카메라 박물관을 하려고 모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모두 양도하겠다고 해서 그걸 모두 사들였다. 그러자 카메라가 갑자기 한 800여대로 불어나서 자료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연히 카메라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눈에 불을 켜고 카메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술을 먹는 것도 아니고 사진 이외에 다른 취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해서 오로지 카메라에 투자를 했다. 그렇게 몇 년을 수집하다 보니 고향에 내려가서 조그맣게 박물관을 하려던 것보다도 규모가 더 커져 버렸다. 안동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서울이 낫겠다 생각하고 계획을 바꾸었다. 결국 카메라박물관 때문에 고향에도 못 내려가게 되고 말았다.


“박물관이라 하면 어느 정도 남한테 내놔서 참 괜찮다 이런 평을 받아야지 그 별거 아니네 하면 안 되지요.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이 봐도 손색없을 정도가 되어야겠다 해서 상당히 많은 신경을 썼어요. 박물관에 걸맞는 자료들을 갖추려고 말이죠.”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구한 것도 여럿 있고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미국 등 외국에도 숱하게 다녔다. 또 경매 책자를 보고 여기에서 주문을 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고 나서는 인터넷 사이트을 뒤져서 찾아내기도 했다. 지금 현재도 구입을 하고 있으니까 끝이 없는 작업이다.


소장하고 있는 카메라 중에 비싼 것도 많지만 특별히 애정이 가는 것은 1937년에 생산된 콘탁스 ll 라이플 카메라로 단 4대 만이 특별 주문 생산된 제품인데 일반인이 볼 수 있는 것은 한국카메라박물관이 소장하고 1대는 공식적으로 분실되었고 나머지 두 대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서 볼 수 없다. 그리고 1층 카운터 앞에 있는 목재카메라. 100년 정도 된 카메라인데 정말 상태가 좋다. 2년을 기다렸다가 크리스티 경매에 나왔을 때 구입했다. 살 때는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산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구하고 나서도 참 잘했다 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카메라들도 상당히 있다. 그래서 개인이 얼마나 잘 해놨겠나 좀 우습게 보는 사람들도 와서 보고는 그 규모와 가치에 다들 놀라고 돌아간다고.


일반 전시 뿐 아니라 특별전도 꾸준히 해왔는데 현재까지 7번의 특별전을 개최했고 그 중 3번은 도록까지 발간했다. 2004년도에 라이카 카메라 특별전을 2005년도에는 ‘카메라 역사를 찾아서 -독일 자이스 이콘’을 2006년도에는 ‘카메라 역사를 찾아서 - 독일 포잇트렌더’ 이다. 도록 하나를 만들자면 자료를 정리하고 원고를 쓰는 데만도 8개월이 걸린다. 카메라 한 대 한 대 마다 자료를 찾아 정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카메라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다보니 독일이나 미국에서 서적을 구해다가 번역을 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 일일이 사전을 찾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0여 페이지나 되는 것을 혼자서 3권이나 만들었으니 말이다. 


소장품 중에 라이카 제품이 많은데 라이카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라이카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아요. 최종적으로는 다 라이카 카메라를 가지고 싶어 하죠. 라이카는 자기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정보를 아주 잘 정리해놓고 있어요. 시리얼 번호만 알고 있으면 어느 나라 어디에 팔렸는지까지 카메라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놓았죠. 또 렌즈 등이 타 카메라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지금도 생산이 되는데 아주 비싸요.”


사서하는 고생이지만, 사실 사지도 못할 고생
박물관을 지으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조석으로 바뀌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하긴 하는데 1년 반 정도 일에 매달리다 보니까 너무 지쳐서 나중에는 ‘내 돈 써가면서 내 시간 써가면서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어디 기증이라도 해 버리면 여유롭게 여행 다니고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편안히 살 텐데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나 수도 없이 생각했지만 결국은 이 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1-2년 할 것도 아닌데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다고 한다. 사실 기증을 할까도 생각하고 사람도 만나보았는데 도저히 아니어서 그냥 돌아왔다. 이건 내가 져야하는 멍에구나 생각했다. 대학이나 지자체에 맡기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이 규모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연간 3-5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박물관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형편에서 그걸 감당할 곳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카메라는 관리가 안 되면 그 가치가 점점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과천에 박물관을 짓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한 30억 정도는 박물관에 쓰기로 했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카메라를 보충하고 그리고 박물관을 운영하는데 그 정도 예산을 정한 것이다. 박물관 얘기를 하다가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게 바로 ‘안동’지 김복영 편집장이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안동에서 사업을 하다가 대구에도 사업체가 있고 서울에서도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한 주일에도 두 세 번 씩 안동과 대구 서울을 왔다 갔다 했다. 분주하게 사는 것을 보고 왜 그렇게 사느냐고, 고향 내려와서 편안히 살지 뭐하러 복잡한 서울 가서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고 핀잔이었다. 돈이나 많이 벌 자신이 있고 돈 벌어서 사회 환원 같은 좋은 일이나 하려면 또 몰라도. 바쁘게 사는 친구가 안쓰러워서 던진 말이었겠지만 본인도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그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일이 광고일이라 밥 먹고 사는 것과 연관된 것을 한다고 처음에 대구에다 디자인 학원을 차렸다. 학원이 잘 되면 나중에 궁극적으로 디자인 학교를 만들 생각으로. 학원 운영이 잘 되었으면 그길로 나갔을 텐데 학원 건물이 경매에 연관이 되어 2년여를 고생한 끝에 결국은 정리하게 되었다. 사업 쪽에서 하다가 실패를 해서 그 다음에 취미 생활에서 길을 찾은 것이 카메라박물관이 된 것이다. 이제는 아무데도 못가고 박물관만 지키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카메라에 묻혀 살지만 처음 시작은 사진이었다. 1981년에 안동사진동호회에 회원이 되고 89년에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이 되었다. 2004년까지도 안동사협 회원으로 있으면서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녔고 중국 장족자치구의 다락논을 찍은 것으로 ‘다락논 이야기’라는 개인전을 열었고 앙코르와트 유적 사진으로 ‘천년의 압사라’ 개인전을 하고 있다.  세계 일주가 꿈이어서 지금도 1년에 서너 차례는 외국으로 나가는데 지금까지 80여 개 나라를 여행했고 그때“사진 찍을 때 꼭 가지고 가는 카메라요? 꼭 가지고 가는 렌즈는 있습니다.” 찍은 스케치 사진들도 엄청나게 많이 있다. 현재는 과천 사협으로 옮겨서 사진 활동을 하고 있고 클래식카메라 클럽에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좋은 카메라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사진 찍으러 갈 때 꼭 가지고 가는 카메라는 어떤 것이냐고 했더니 꼭 가지고 가는 카메라는 없지만 꼭 가지고 가는 렌즈는 있다고 했다. 내가 의아해 하자 카메라가 제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저 깜깜한 방에 불과한 것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렌즈란다.




서울 이주 전까지 안동서 광고업으로 번창
김종세 관장의 고향은 안동시 안흥동이다. 옛날 안동여중 있던 자리가 바로 집이란다. 안동여중 정문에서 오른쪽은 안흥동이고 왼쪽은 옥야동이었다고. 안동유치원을 나와 안동초등학교, 안동중학교를 졸업했다. 중학교 밖에 못 다녔다. 숨기고 싶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안동이라는 곳이 몇 사람하고만 얘기하면 누구든 다 아는 곳이라. 머리가 둔재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집안 형편이 워낙 어려워서 고등학교를 갈 수 없었다.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크게 미련이 남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군대 3년을 행정병으로 있은 덕에 학력이 짧은 것이 많이 보완이 되었다. 66년도에 안동중학교를 졸업했는데 그해 2월 1일에 취직을 했다. 남문동에 있는 화신미술사였는데 지금 안동상호신용금고 바로 옆 골목 제비원상가 입구에 있었다. 제일 처음 월급이 200원 이었다. 하는 일은 점포의 간판이나 칠을 하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 꿈이 건축설계사였는데 미술을 특히 잘 했다. 재능이 있었는지 기술습득도 빠르고 성실한 면도 있어서 그 다음해에는 책임기사가 되었다. 그러다가 역 앞에 있던 문화극장 포스터를 그리는 미술실에 들어가기도 했었는데 71년도 2월 1일에 최초로 자신의 점포를 차렸다. 사장뚝에 있던 예천철공소 옆 동아미술사를 인수해서 상미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1년 정도 하다가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 제대 후 곧바로 사장뚝 넘어 신시장으로 가는 방향에 안흥수도사 옆에 상미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워낙 성실하기도 하고 일에 대한 감각도 있어서 하는 일은 날로 번창했다. 83년도에는 광고물협회 안동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디자인을 혁신하고 광고주들에게 맞게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내놓아 안동 전체 광고물량의 1/2을 소화할 정도였는데 상미사가 만들면 바로 명품이 되던 시절이었다. 위로는 속초까지 아래로는 밀양까지도 일을 수주할 정도였다. 83년에 일본 광고업계를 견학하고는 영향을 많이 받아 재투자도 열심히 했는데 한강이남에서는 규모가 제일 크다고 할 정도였다. 85년도에 열린 제1회 광고도장기능경진대회에 출전해서는 최고상인 내무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도 여러 번 상을 받았고 우수광고물 심사위원장이나 출제위원 등도 지냈다. 서재의 진열장에는 그때 받은 상패들이 수두룩하게 있었다.
마흔 살까지 안동에서 살았는데 서울로 오게 된 것은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그 재원마련을 위해서 서울신문사가 광고계약을 했는데 안동의 광고대행권을 그가 가지게 되었고 대구지사장도 맡게 되었다. 한시적인 계약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서울신문사와 일하게 되어 안동 대구 서울을 오가다가 90년 무렵부터 아예 서울로 이주를 했다. 안동의 친구들과 교류가 줄어들면서 관계가 멀어진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다.


 



무슨 일이든 열정을 다해 완벽추구,
“그건 내가 안동사람이라는 자존심입니다.”
하지만 안동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이 있는데 그 한 명은 조양상회 신경균 사장이고 또 한 명은 실내장식가 김철웅 씨다. 김철웅 씨는 자신에게 디자인 공부를 하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준 사람인데 우물 안 개구리 같던 자신을 한 단계 끌어올려준 사람이다. 신경균 사장은 자신보다 4살 많은 형님으로 모든 면에서 인생의 조언자 역할을 해 주었다. 그분에게만은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했고 그 조언을 듣고 방향을 잡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을 뒤돌아보니 한평생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생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일을 할 때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어떤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연구하고 완벽하게 하려고 했고 박물관을 하면서도 좀 더 잘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바로 안동 사람이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싶다.
사랑방에 있을 때부터 사진과 카메라는 늘 가까이 있었는데도 그렇게 친해지지 않더니 이제 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번 가을에는 카메라박물관으로 자주 갈 것 같다. 집에서 5분 거리이니 좋은 기회인데. 입장료는 좀 깎아주시려나.......<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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