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지역민의 참여(글/권남석-건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07 & 제37회 안동민속축제 평가 보고회가 12월 초 열렸다. 평가 보고서에는 안동국제탈춤페스벌 2007 기간 동안(9월28일~10월7일) 방문한 관람객수가 89만5천명으로 지난해 98만5천명에 비해 9만여 명이 감소했으나, 외국인은 2만7천명으로 5백여 명이 증가한 것으로 실렸고, 또한 축제의 지역경제 유발 효과는 총 439억으로 생산유발효과 235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12억원, 소득유발효과 92억원을 가져다주었고, 취업유발 607명, 고용유발 264명으로 관광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성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공연내용과 시설 부분에서는 외국인 초청 공연 팀의 수준과 무대음향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탈을 쓴 시민의 참여율과 춤꾼 육성이 저조 했다고 평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지금까지의 성과가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지역의 역량과 노력을 결집하는 것과 외국·외지 방문객이 좀 더 머물면서 좀 더 양과 질에서 높은 지출이 이루어지도록 축제의 콘텐츠 개편을 앞으로의 과제로 보고했다.
평가보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대해 이견을 달거나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외국 공연단의 수준과 주 공연무대의 음향 시설 등 평가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를 한다. 또한 공연 및 전시 물품의 늑장 도착과 이에 따른 졸속 진행 및 불충분한 내용 안내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개선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는 것들이고 당장 내년부터 더 이상 지적 사항이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다.
비판적인 눈으로 부릅뜨고 살펴본다면 어찌 잡아낼 꼬투리가 없겠는가마는 여느 해와 달리 올 해는 구성원의 일원이 되어 축제에 참여해보니 가재는 게 편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축제를 바라보는 눈길에 애정이 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평가보고회에서 밝힌 ‘관람객수’와 이른바 ‘경제유발효과’에 대해서다. 지난해보다 9만여 명이 감소했으나, 외지인의 비율과 외국인 관람객 수는 증가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 해는 추석 연휴가 축제에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되어 총 관람객 수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짐작했기에 보고서 내용에는 별달리 이견이 없다. 총 관람객 수를 어떻게 집계하는지 그 세세한 내용까지 알고 싶거나 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외지인과 외국인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부분이다. 이 내용은 뒤집어서 말하면 지역민의 참여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평가보고회에서는 외지인과 외국인의 참여가 늘면서 경제 유발 효과가 지난해와 비슷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 체험부스와 관광용품 판매부스 운영자들의 의견은 평가보고서와는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올 해 탈춤축제장의 판매부스와 체험부스의 손님은 지난해에 비해서 현저히 적었다. 적은 이용객 수에 비해서 많은 매출을 올렸는지는 알 수 없기에 이 또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축제에 경제적인 의미의 기능과 관광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축제의 본래 기능은 지역민의 일체감 조성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것이다.
축제는 지역민의 정체성을 자극하여 사람들을 유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개인들은 축제에 참가함으로써 심리적으로 결속감을 느낀다. 곧 축제는 사회의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마다 안동국제탈춤축제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축제의 본래 기능에 대한 언급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 오히려 축제를 지나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려는 성향이 강하지 않나 싶다.
외지인과 외국인의 참여를 더욱 높이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야한다는 보고서의 지적에 적극 찬성한다. 그런데, 그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면 외지인과 외국인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틀리지는 않지만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지 않나 싶다.
보고서의 언급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나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홍보하여 더 많은 외지인과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또 관광객이 먹고 묵어갈 식당과 숙박 시설도 확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지역민’이다. 그 ‘지역민’이 지역 축제를 아끼지도 않고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축제가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공동 행사를 위한 물품을 사전에 빼돌려 몰래 감춰두고, 아예 감춰둔 사실 조차 잊어버려 결국 행사 후에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지역민’이 외지인과 외국인에게 얼마나 친절할 것이며 그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게 할 수 있겠는가?
안동국제탈춤축제는 축제장만의 행사로 그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축제 기간 동안 안동 관내에는 휘장과 현수막만 요란할 뿐 탈춤축제장 밖에서 안동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거나 참여를 보여주는 것들이 전무한 실정이다. 시민들이 탈춤축제를 상징하는 의상이나 상징물을 탈춤축제 기간 중 만이라도 착용한다든지 또, 탈춤축제장의 운영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특색 있는 복장을 입도록 한다든지 여러 방법들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민의 참여의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안동 시민들은 인근의 축제라는 간판을 통한 판촉행사에서 얼마가 팔렸느니, 몇 명이 왔느니 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정작 지역 축제에는 나 몰라라 하는 판이니, 지역민의 축제에 대한 인식과 의식의 개선이 급선무다.
현대 사회가 '우리'라는 통합적 개념보다는 '나'라는 해체적 개념이 강한 현실에 비춰볼 때 '우리'를 회복하고 사회 구성원의 동질성과 자아를 확보하려면 문화적 토대로서 지역 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축제의 활용이 최적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공동체 정신과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인 측면의 축제 기능과 경제 ? 관광 기능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다.
지역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축제가 공동체 결속 기능과 경제 기능 양 측에서 모두 성공하는 축제가 되지 않겠는가?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