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산의 겨울(글/사진/장완수-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
암산 유원지 전경
지구온난화로 인해 올겨울 들어 강물이 언 곳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암산이 병풍처럼 겨울 해를 막고 있는 이곳은 그래도 얼음이 꽁꽁 얼어있다. 해가 들지 않는 절벽엔 측백나무가 척박한 바위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채 꿋꿋이 겨울을 나고 있다. 양지바른 야산 아래로 그림처럼 집들이 들어앉아 있다. 안동의 관문처럼 여기던 굴 도로는 새로운 길이 난 덕에 여유로워 보인다. 이른 아침이라 조용했지만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곧 하나둘씩 스케이트를 메고 모여들겠지.
꼬마 빙상선수들
매끄러운 얼음판 위에 꼬마 녀석들이 모였다. 날이 선 스케이트와 실팍한 방한복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코치의 강의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매우 진지하다. 6~70년대만 해도 코흘리개들은 집에서 뚝딱뚝딱 만든 썰매로 친구들과 함께 얼음을 지치곤 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강가에서 모닥불을 지피고 언 발을 녹이다가 나일론 양말이 커다랗게 빵구가 나 어머니에게 혼쭐이 나곤 했었다. 지금 아이들이야 고급 스케이트에 방한복을 입고 자가용을 이용해 부모와 함께 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리저리 기운 옷을 입고 까까머리 그 옛날 친구들과 어울려 타던 투박한 스케이트와 비료포대가 못내 그립다.
빙상 스케이팅대회 개회식
겨울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1월 27일 암산에선 빙상 스케이팅대회가 열렸다. 유치부에서부터 초,중,고, 일반부까지 참여하는 경기가 하루 동안 열려 추운 날씨인데도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겨우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부터 멋진 폼으로 스피드를 내는 수준급 선수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이를 지켜보며 응원을 하는 가족들로 암산스케이트장이 북적이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따뜻한 방안에서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것 보다는 시린 손을 불어가며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것도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매우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아이들이 겨울바람을 가르는 스케이팅 소리가 더없이 경쾌했다.
아빠와 함께 썰매를
딸아이를 썰매에 태우고 얼음판을 걷는 젊은 아버지의 모습이 마냥 정겹다. 아버지는 즐거워하는 딸아이의 모습에 흐뭇해하고 아이는 그런 아빠가 자랑스럽다. 긴 겨울방학동안 묵혀둔 숙제를 풀듯 아버지는 딸아이를 데리고 스케이트장으로 나섰다. 매일 똑같은 하루라고 투덜대던 녀석이 오늘은 일기장에 뭘 쓸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리라. 썰매는 자주 엇나가고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끝내 아버지의 이끌림대로 얼음판을 가로질러 왔다. 딸아, 얼음판 같은 세상, 아버지가 이끄는 줄을 꼭 잡거라. 젊은 아버지의 기억에는 그 옛날 자신의 아버지가 이끌어주던 낡은 썰매 하나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