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유치가 확정되던 날(글/사진-장완수(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
신명난 시민들이 웅부공원을 가득 메웠다.
2008년 6월 8일 저녁 7시가 조금 지난 시간, DMB방송용 TV를 손에 들고 웅부공원으로 향했다.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고 있는 공원 내에 오늘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잠시 후 TV에서 경북도청 이전 후보지 심사결과 발표가 시작되었고, 안동과 예천이 최고 점수를 받아 경북도청 이전지로 확정되었다. 큰 소리로 시민들을 향해 도청이전지가 안동으로 확정되었다고 소리치니 사람들이 환호하고 운전자들도 차창을 내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서 경적을 울려대는 풍경이 연출되었다.
오랜 숙원사업의 성공의 기쁨을 거리 행진으로 만끽했다.
시청 마당에 도청이전추진위원회 회원을 비롯한 몇몇 사회단체 회원들이 도청유치성공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잠시 후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고 서로 얼싸안기도 하고 악수를 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어깨춤을 추기도 하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와 뇌성이 울리면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하늘도 기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뇌성벽력조차도 그날만큼은 아름다운 박수소리로 들렸나 보다.
꽹과리와 징을 든 사람들이 청사가 떠나가도록 곡조도 없이 두들겨 대고, 사람들은 폭우 속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 한사람이 외쳤다.“우리 모두 시가행진을 합시다!!”이 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대오를 정렬하여 거리 행진에 나섰다. 가뭄으로 목타하던 대지에는 빗줄기가 쏟아지고 사람들은 흥에 겨워 고함을 지르고 지휘자 없는 풍물패는 신이 나는 대로 꽹과리며 징을 쳐댄다. 언제 나타났는지 경찰차가 호위를 하고 경찰관 몇 명이 앞장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나섰다. 경찰들도 군중과 동화되어 야광 신호봉을 좌우상하로 휘두르며 호루라기를 신나게 불어댔다.
안동시민의 염원을 이룬 저녁, 안동이 들썩였다.
군중들은 시가지를 한 바퀴 돈 후 웅부공원으로 모였다. 그 사이 시민단체회원들이 어느새 대형천막 십여 개를 세우고 돼지고기며 막걸리로 상을 차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아무나 붙잡고 술 한 잔씩 권하니 오늘 만큼은 시민모두가 친형제보다 가까운 듯했다. 곁에 있던 아내가“안동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겠네요?”하고 물어왔다. 나는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이 사람아 이 순간에 그것이 문제인가! 저기 얼싸안고 춤추는 시민들 보게나! 무슨무슨 계산에 기뻐하는 것이 아닐세.”
잠시 후 누군가가 만세 3창을 제의했다. 흥에 겨운 만세 3창은 어느새 만세 30창이 되고 말았다. 그날 같은 시각 시청 회의실에 있던 김휘동 시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했다는 후문이다.
해 저물녘 운룡이 길조를 일러주었으리라.
경북도청 이전지 확정 발표 며칠 전인 5월 30일 저물녘 무렵, 후보지 쪽 하늘에 운룡이 나타났다. 하늘이 길조를 미리 알려 주었으리라 믿는다. 600여 년 전 삼봉 정도전 선생은 안동을 가리켜 비룡이 여의주를 희롱하고 신광이 비추는 곳이라 읊었다. 그 시판이 아직도 영호루에 걸려 있으니 선생께서 오늘의 일을 미리 예측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더군다나 선생께서는 조선의 수도를 한양으로 천도하고 설계한 장본인이고 보면 600백년 후에 안동에 경북도청이 올 것이라 내다본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편안한 동쪽의 복 받은 고을로 설계하고 건설하고 가꾸는데 있다. 모든 시민들이 지혜와 힘을 모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