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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늦깎이 간호과 신입생 배오직(글/백소애(편집기자))

30대 중반 배오직씨, 학생으로 유턴하다
공대의 홍일점 아름이는 남학생들의 환호와 관심 속에 살아가지만, 여학생이 잔뜩인 학과에서 그것도 늙다리 남학생은 어찌 지낼까?
“확실히 그 말이 맞아요. 여자들 등쌀에 내가 아주 죽겠어요. 난 나이라도 많아 글타 쳐. 또래는 좀 힘들 거 같아요. 어구씬 여자들 보면 한반에 두세 명씩은 꼭 있던데, 아이쿠야.”
별로 괴로운 표정이 아닌 얼굴로 웃으며 얘기하는 배오직(36) 씨. 혹시 조카뻘 동기들이 이걸 본다면 농담으로 알아들어주기만을 바랄뿐이란다. 가톨릭상지대 간호과 신입생 배오직 씨는 같은 학과 여학생들에게 ‘삼촌’으로 불린다. 간호과 전 학년 통틀어 최연장자 택인 그이지만 3학년엔 그보다 한 살 적은 ‘오빠’도 있건만, ‘삼촌’이라 불리어 억울하지 않느냐 물으니 차라리 그게 더 편하단다.
“교수님들이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셨나봐요. 제가 그냥 삼촌이라 부르라고 했어요. 오빠까지는 아니잖아요, 사실. 하하”

벅찬 학과공부로 평소 고등학교 4학년으로 불리는 간호학과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그. 방학동안 교재와 씨름하고 있을 그를 상상했지만 아는 형이 운영하는 영양의 어느 어린이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마침 만나기로 한 날은 그의 휴가 기간이었는데 전날 지리산 노고단까지 올랐던 사람치곤 꽤나 쌩쌩한 모습으로 기꺼이 귀중한 휴가시간을 내주었다. 그의 솔직한 너스레에 약속된 시간이 훌쩍 지났는지도 모를 수다가 이어졌다.

시골병원 응급실에서 보게 된 또 다른 세상
“제대하고 첫 직장을 성소병원 약제과에 다녔었어요. 그때가 IMF 터지기 바로 직전 97년 말이었지요. 가톨릭상지대 세무회계과를 다녔었는데 한 학기를 남겨두고 뭘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아는 분 소개로 전혀 다른 분야에 취직하게 된 거죠.”
근무조건도 좋았고 일하기에도 괜찮았다고 한다. 1년 정도 다니다가 성소병원 재단에서 의성 공생병원을 인수하게 되서 그곳 약제파트로 파견근무를 나가게 됐다. 그때가 의약분업이 이뤄지기 1년 전쯤이었는데 공생병원 다른 파트로 가게 될 그에게 성소병원 약제과장이 의약분업이 이루어지면 경험 있는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앞날이 밝을 거라면서 시내에 있는 어느 약국에 소개해줬다. 그렇게 약국직원으로 올해 퇴직하기까지 꼬박 8년을 근무했다.

의성 공생병원에 있을 때, 큰 병원이 아니어서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응급실 야간당직을 섰다. 의사, 간호사, 원무과 기록할 사람, 필요에 따라 엑스레이 촬영기사 등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했다. 야간에는 원무일을 위해 있었는데 죽은 사람, 교통사고 환자, 모두들 안 좋은 모습으로 실려 오는데 솔직히 괴로웠다고. 1년 정도 그렇게 근무하면서, 작은 군단위 응급실이지만 응급조치를 해서 큰 병원으로 보낸 사람이 살았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는 막연하게 마음 속 무언가가 꿈틀거렸다고 한다.
“사실 간호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지역에서 선배들하고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활동도 하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 작으나마 활동도 했는데, 내 스스로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약국에 출근하고 퇴근하고를 반복 하면서, 내 삶에서 내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사회에서 공인된 일, 뭔가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안동이 아닌 모르는 곳에서도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생각했고 그건 공인된 자격증이 있는 전문인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거죠.”

약국에서 오래 근무했으니까 약사에 대한 고민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너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되고 공부도 무리라는 생각을 했다. 늘 마음속에서 생각을 해왔던 공생병원의 응급실의 상황들을 떠올려봤다. 간호파트는 우리나라도 노년층이 많아지니까 앞으로 남자로서 할 일이 무궁무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30대 중반에 간호학과 신입생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추가시켰다.
수능은 안 봤고, 정원 외 전형. 그 중에서도 전문대 이상 학점 취득자에 한해 정원 외 10%모집에 겨우 턱걸이를 해서 들어갔다.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됐어요. 꼴등으로. 하하! 간호과가 3반으로 나누어지는데 총 120명, 정원 외 인원 포함해서 135명 정도거든요. 40, 50대 수녀님들 제외하고는 전 학년에서 최연장자예요. 올해 3학년 중에 나보다 1살 작은 남학생이 있는데 그 친구는 가톨릭상지대 자동차과 출신이예요. 포크레인, 트레일러 운전도 하다가 입학했다 하더라구요.”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입학성적이 안 좋고 나이가 많아 교수님들이 합격처리를 두고 고민을 했다고 한다. 수시 1,2차를 다 떨어지고 마지막에 붙었는데, 학생이 나이도 많은데 등록을 할는지가 의문이라 고심했는데, 의지가 확고한 걸 알고 합격처리를 했다고 한다.

풍류(?)를 즐기지만 동기들 앞에선 자제합니다.
술 좋아하고 노래하는 거 좋아하는 그이지만,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지기 때문에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는 그러한 격을 좀 두려고 한다. 나이가 많다보니 자연 과대나 과 행사일을 맡아하라고 하는데, 그건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유일한 경험이고 대학1학년 때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니까 동기들에게 양보를 하고 한발 뒤로 물러나 있다.
2학기 개강은 8월 25일. 동기들은 열심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텐데 휴가 즐기고 아르바이트 할 여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애들이 한 학기를 같이 공부 해보니 확실히 열심히 하더라고요. 워낙에 4년에 공부할 걸 3년에 다 하다보니까 굉장히 타이트해요. 처음에 들어가니까 주위에서 다들 힘들 거라고 걱정했고요. 그런데 난 이렇게 생각해요. 대개의 경우 고교 졸업 후 간호과 들어와서 공부하면 힘든 게 맞아요. 하지만 내 관점에서는 생각만큼 힘들고 타이트한 게 아니라고 봐요. 사실 사회경험이 있고 사회에서 힘든 일 모두 겪어봤으니 이건 상대적으로 힘든 게 아닌 게 되더라고요.”

그는 아닌 게 아니라 이번 학기에 성적장학금도 받았다. 늦게 공부하는 학생은 그만큼 절실하고 허투루 시간을 쓰지 않게 되는 걸까, 그는 많은 시험을 쳐본 경험이 있는 만큼 어떤 걸 공부해야하는지도 알게 되고 인생경험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도 다녔다. 지역에 대학원도 있고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한다. 언어학과 현대문학에 관심이 많은데 한때는 학교 강의도 하고 싶은 꿈이 있었고 자그마한 공부방도 운영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간호과 신입생들은 2,3학년이 되면 진짜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된다. 1점 차이로 10등 정도씩 등수가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교직을 들을 수 있는 인원이 정원의 30%였는데 올해부터는 10%다. 즉 130여명 중 13명만이 보건교사 공부를 할 수 있는 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다. 현재 보건교사에 대한 공무원임용권의 나이제한에 걸리지만 교직반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공부를 덜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저 열심히 할 따름이란다.
‘나이 먹고 공부머리가 돌아가겠나?’는 주위의 걱정과 우려를 그는 경험과 근성으로 이겨내고 있었다.

기타 치는 남자 간호사? Music is my life
그는 현재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2남 1녀 중 첫째이고 바로 밑에 남동생은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한때는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린 적도 있었다. 고3 때였나. 꼬박 넣은 저금을 갖고 날라서 악기를 샀다. 한창 공부 안하고 음악 하겠다고 난리를 치던 시절이었다. 결국 미수에 그쳐 나머지 돈을 반납하면서 이후에는 큰 말썽 없이 지냈지만, 더 이상 얘기해봐야 헛일이라며 결혼종용도 포기하셨으니 그것도 말썽이라면 말썽이다. 결혼은 주위에 결혼 안한 친구나 선배도 많은데, 미안한 말이지만 그 사람들 보면서 좀 위안을 삼는단다. 필요충분의 의미를 많이 못 느껴 당분간 할 생각도 없거니와 이렇게 덜컥 입학까지 했으니 더더욱 미뤄질 것 같다. 학교 입학사실을 알렸을 때도 부모님은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다 큰 아들이 어려운 결정했을 거라 생각하고 그냥 곁에서 지켜보실 뿐이란다.

그는 지역에서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학과공부로 쉬고 있지만 라이브카페에서, 혹은 지난 6월 10일 문화의 거리의 촛불문화제 행사장에서 그는 통기타를 들고 맑은 음색으로 노래했었다. 반년이 지나도 모꼬지 한번 없고 공부만 하는 간호과에서, 딱 한번 자체체육대회를 끝낸 후 뒤풀이 때 자그마한 공연으로 동기들을 위로해주기도 했다.
어릴 때의 꿈은 가수였다. 김현식 같은, 아주 멋진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지역에서는 상설화된 문화공연이 없으니 아마추어 가수들이 설 자리도 점점 줄어들었다.
“보통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듣는 손님은 내 돈으로 내가 공연을 보러왔으니 내가 원하는 노래를 불러달라는 분위기예요. 노래 부르는 입장에서는 좀 그래요. 함께 즐겁자는 건데 좀 일방적이에요.”
문화를 즐기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받으려고 하는 점이 섭섭하다고 한다. 라이브카페 사장도 요구하는 것도 많아서 그게 곧 무명가수의 설움이기도 하단다. 그래도 그는 자신 나름의 소신과 원칙이 있다. 한 번도 길거리에서 파는 노래테이프 하나 산적이 없다. 고등학생 때도 그랬다. 언더에서 활동하는 사람도 불법음반을 사면 망한다고 생각해서 절대 사지 않았다. 지금도 CD를 직접 사서 듣는다. 안 나오는 건 인터넷에서 음원을 구입해서 듣는다. 가수 안치환은 음원에 대해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음악을 들어보고 사서 들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구입할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이다. 그래서 안치환 같은 아티스트들이 배곯지 않고 열심히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서란다.

2002년 월드컵 붐 이후에 모든 카페에 대형멀티비전이 등장했다. 그래서 노래 부르는 공간이 많이 없어졌다. 2002년에 모 라이브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손님들이 ‘음악 치워라, 기타 치워라, 텔레비전을 켜라’ 아우성이었다. 4강에 올라갔는데 노래는 무슨 노래라는 것이다. 월드컵의 영광 뒤에 무명가수들의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며 그는 웃는다. 월드컵 특수가 1년 정도는 갔으니 이후에는 기타 놓고 연습도 덜해지고 자연 무대도 줄었다. 노래는 연습을 안 하면 자신감이 없어진다. 연습도 안하는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는 건 문제가 있단다. 갑자기 그에게 무대에 올라와줄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거절한다고 한다. 학교생활하면서 가끔 무대에 오르는 아르바이트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것을 보여줘야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봐요. 만약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해도 대충해서 돈 번다는 건데,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그건 아니지 싶어요.”

만학도의 성적장학금, 사실 엄청 뿌듯해요
학비조달은 그동안 벌어놓은 걸로 하고 있다. 입학할 때 입학금이 70여만 원 총 370여만 원이었다. 만26세 이상의 만학도는 입학금이 면제여서 300여만 원 정도 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학비 부담은 좀 덜한 편이다. 한 학기 공부해보니까 적성은 맞는 것 같다는 그. 시작하기 힘들어 그렇지 벌써 반년이 흘렀는데 기분이 어떻냐고 하자 그가 금방 너스레를 떤다.
“올림픽 때 생각해봐요. 아테네 올림픽 어쩌구 하다가 벌써 베이징올림픽이잖아요?”

간호과에 입학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 반응도 고만고만했다. 배오직 씨를 알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라 이해를 했지만 지난 추석에 말하니 많이들 놀랐다고 한다.
남자 간호사에 대한 가장 큰 선입견은 뭐니뭐니해도 간호사는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편견이다. 요즘은 40명인 한 반에 5명 이상의 남학생들이 있다. 이번 신입생에는 15명이 입학했다고 한다. 군복무는 1학년 마치고 가라고 학교에서 권유한다. 간호장교나 의료파트 등 의무병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까 전공의 연장선상에서 공부가 된다고 한다.

졸업하고 간호사가 되어야겠지만 지역에서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에도 지속적으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현재는 여러 가지 그림들이 있는데 지방자치나 공부를 더해서 간호사업쪽으로도 도전해볼 마음이 있다. 386세대와는 또 다른 환경과 생각을 지닌 만큼 지역의 선배들하고 바뀐 사회를 위해서 앞으로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야할지, 소규모 공부모임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포럼’을 꾸려볼 생각이 있다는 그에게 ‘술 포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자 아주 약간 뜨끔해하는 것 같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잘 접목시키느냐가 중요하고요. 일단은 학교를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서 가장 최대한의 것을 끌어내고 싶은데 어쨌건 제가 하고 있는 것에서 직업이 바뀌는 것일 뿐이니까 현재는 미래에 대한 구상 속에 간호사, 노래, 평통사 활동, 그리고 제가 성당엘 다니거든요, 그러한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학교에 들어가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그는 꽤나 심각한 얼굴로 “술 먹고 아침에 1교시 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뒤늦게지만 학생이 되어서 행복했을 때는 며칠 전 장학금 통보를 받았을 때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학교를 들어갔고 간호과 애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애들이니까, 아무래도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학교에는 강사들까지 포함하면 연배가 비슷한 교수들도 있고 간혹 나이가 적은 사람도 몇 된다고. 철학, 인간과 윤리 등의 교양과목을 들을 때 맨 뒤에 반듯하게 앉아있는데 나중에 들은 말로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한번은 학기 초에 프로이드에 대해 질문을 하시더라구요. 짧게 답변을 했는데 물론 교수님들이야 그쪽으로 전문가시지만 나이 지긋한 학생이 척 버티고 앉아있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고, 게다가 난 아무래도 동기들보단 많이 접한 내용이라 큰 어려움이 없으니까요.”
그는 인터뷰 내내 담배를 피워대는 골초였다. 담배연기가 가지 않냐고 몇 번 묻더니 “제가 매너가 있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라고 한다. 교내에서는 담배를 어떻게 참냐고 하니, 주차장 구석에서 불쌍하게 피운다고 한다.

늦은 출발, 만학도의 근성으로 완주할랍니다
아직까진 학교생활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학교에서도 교수들도 오히려 똑같은 기준과 환경을 주니까, 더 편하다고 한다.
안동에서 계속 얼굴을 보던 친구들이 술 먹자고 연락 오면 갑자기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매번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시험기간이야 말하면 그만인데 학기 중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먹어야 되고 또 학교 다닌다고 핑계대기에도 마음이 편칠 않단다. 더군다나 친구들이야 그러마 하는데 선후배들한테는 꼼짝없다고. 이 글을 읽게 될 친구와 선후배들이 만학도 배오직 씨를 위해 술자리에서 2년 반 정도는 그를 제외시켜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공생병원에 있을 때, 죽어 나가는 사람도 많이 봤고 죽은 사람들 빨리 염해서 보내야하니까 그걸 도와주기도 하면서 그는 적성의 문제보다 보람이 많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피 흘리고 다리 하나가 떨어져나가는 처절한 상황에서도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워낙에 급박한 상황이다 보니 살려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앞날을 계획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생명을 해롭게 하는 일은 어떤 일이라도 하지 않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처럼, 그는 성심을 다하는 의료인이 되어 그리고 그의 목표처럼 지역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건 그렇고, ‘삼촌’에게 장학금을 빼앗긴 ‘조카’들이 분발할 듯 하니 그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