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먹은 대로 살아요.(글/편집실)“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지어놓았다고 한다. 그와 관련된 일화 중, 영국 사회 유명 인사들에게 장난으로 친 전보 “모든 게 들통 났으니 튀어라” 때문에 다음날 영국의 지도급 인사 수십 명이 행방을 감춘 사건은 유명하다.
사람이 욕심 없이 살아간다는 건 분명 어렵고 힘들다. 물질에 집착할수록 추하기 마련이다. 사랑과 돈과 권력은 집착할수록 멀어진다. 평생을 자연과 벗 삼고 자연인으로 살다간 권정생 선생은 ‘죽을 때면 낭만적으로 죽고 싶다’고 유언장에 적어놓으셨다. 버나드 쇼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죽음 앞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멋쟁이들인 것 같다.
미국의 유명한 그림동화작가 타샤 튜더가 지난 6월 18일 버몬트주 자신의 저택에서 향년 93세로 숨을 거두었다. 슬로우 라이프를 실천하며 자연과 벗 삼고 맨발로 정원을 거닐던 그녀는 ‘가치 있고 소중한 것에는 시간과 수고가 따르고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 후회가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소심한 성격의 어린아이였는데 어느새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는 할머니가 되어,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 평생 외롭지 않았다는 타샤 튜더.
예전에는 이러한 생태적인 삶이 따분할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가끔 차려먹는 건강식처럼 일상적인 삶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큰일을 겪고 난 후에야 자신의 삶에 변화를 주곤 한다. 자신의 환자들에겐 항암치료를 권유하던 어느 의사가 자신이 암에 걸렸을 때는 힘든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홀로 시골에 들어가서 삶을 정리하다가 완치되었다고 한다. 삶은 아이러니하고 복잡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것 같다.
이번 호 <이웃이야기>의 주인공 여전상, 양민희 부부의 외하리 흙집을 구경하고 간 많은 이들은 ‘나도 나중에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모두들 동경하되 실천하지 않는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가 희끗해진 후에도 부러워만 할지도 모른다.
-인생은 짧은 것, 내키지 않은 일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
타샤 튜더의 ‘맘 먹은 대로 살아요’를 읽는 밤, 해야 할 일을 못한 채 괴로워하는 친구에게 이 문구를 문자로 보냈다가 절교당할 뻔했다.
어쨌건 저쨌건, 우리도 ‘맘 먹은 대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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