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의 역할과 발전방향(글/권남석-건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지역주민간의 응집력을 높이는 지역 언론
지역 언론이란 서울 이외의 도(道) 권역에서 발행되어 그 지역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취재, 편집함으로써 그 지역의 발전을 꾀하고 지역주민과 상호작용을 통한 지역주민간의 응집력 및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언론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읍 ․ 면 ․ 소도시 등 좁은 지역의 독자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것은 향토언론, 보다 넓은 시(市)․도(道) 단위로 발행되는 것은 지방 또는 지역 언론, 수도권에서 발행되면서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중앙 언론이라고 하겠다.
지역 언론의 종류로는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이 있는데, 현재 안동에서 접할 수 있는 신문은 일간지와 주간지를 합쳐 20여 종에 이르고 있고, 방송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합쳐 TV 4채널, RADIO 4채널이 있고, 인터넷 매체로 4~5개 사이트가 있다. 숫자상으로는 적다고 할 수 없으나, 시민들과 지역의 여론 선도자들이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매체가 방송과 일간 신문임을 감안하면 지역 언론에서 안동지역에 관한 중요도가 별로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역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신문의 지면 중 안동지역에 할당되는 면이나 기사의 숫자가 지극히 적은 수에 지나지 않고, 이는 방송 매체에서도 별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실정이다.
무릇 모든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한다. 권위와 영향력이 높은 지역 언론- 방송과 신문에 우리지역 뉴스가 많지 않은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언론도 경제적 활동이기 때문에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경제성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에 대한 구매와 소비력이 높은 지역에 대한 뉴스가 그 보다 못한 지역에 비해서 높아지는 것은 상식적인 현상일 것이다.
경제적 자립도의 딜레마
언론의 경제적 시장(市場) 입장에서 보면 광고 수주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된다. 국영 매체가 아닌 이상 언론 매체의 존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광고 수입이 될 것이다. 광고 수주를 용이하게 하려면 광고 시장이 큰 지역의 뉴스를 더 많이, 더 긍정적으로 취급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지역의 뉴스는 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현재 각 언론 매체의 경제력도 지역 뉴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자금력이 풍부한 언론사의 경우 발굴 취재 건수가 높은 반면 자금력이 모자라는 언론사의 경우에는 관공서와 기업체의 보도 자료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발굴 취재 뉴스는 언론의 고유 기능 중 견제와 비판에 충실한 행태인데 비해서 보도 자료에 의존하는 뉴스는 중계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관공서 및 기업체의 대변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자금력이 거의 없는 일부 언론사는 이른바 사이비 언론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안동지역 언론의 보도 양상
한편 언론 매체의 본사 소재지가 언론의 보도 행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언론 매체 중 일간 신문의 경우 본사 소재지가 안동인 곳은 단 한 곳도 없고, 방송매체의 경우 지상파 한 곳과 종합유선방송이 안동에 본사가 있고, 다른 두 곳은 대구시에 총국과 본사가 소재하고 우리 지역에는 주재소 정도의 기능 밖에는 담당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물론, 인터넷 매체의 경우 안동 지역에서 사이트를 관리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다.
언론인은 게이트키퍼 즉, 뉴스를 선택하고 그 내용의 방향을 결정하는 상부의 압력 및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게이트키퍼는 공식 ․ 비공식적으로 어울리는 기관 및 사람들과 역시 공식 ․ 비공식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게이트키퍼가 근무하고 있는 언론사의 본사 소재지가 어디인가에 따라서 그 언론사의 보도 행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10여 년 전부터 거론된 경북도청 이전 문제에 대하여 지역 언론은 다양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 대구와 포항에 본사를 둔 지역 신문들은 대체로 도청이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과 동남부로의 이전을 지원하는 쪽으로 나뉘었을 뿐 북부지역으로의 이전에 대해서 호의적인 뉴스를 실은 신문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도청이전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에 이르러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구에 소재한 한 일간지의 경우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기사들로 안동 ․ 예천으로의 도청 이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듯이 연일 기사를 써냈고, 포항에 본사를 둔 신문들은 탈락지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방송 매체의 경우도 우리지역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안동 소재의 방송사가 있으니 방송은 우리 지역에 유리한 보도를 하지 않았겠나하는 짐작을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지역에 소재한 지상파 방송사는 도청 이전 과정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언론의 중립성에 충실하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지역과 경합을 벌인 곳까지 전파를 보내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종합유선방송사의 경우 방송법의 한계를 지나치게 의식하여 공론화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 밖에 대구에 본사와 주 사무소를 둔 두 방송사는 객관성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 지역민들의 입장 전달에는 거의 역할을 한 것이 없다시피 했다.
대규모 포털이 기존의 언론 매체보다 영향력이 훨씬 강해진 오늘 날에 있어서 인터넷 사이트를 언론의 한 형태로 인정할 것인가는 이미 불필요한 논쟁이 됐다. 그러나 지역의 인터넷 언론 사이트의 영향력은 신문, 방송 등 기존 언론 매체에 비해서 너무나 미약한 실정이다.
시민들은 지역의 인터넷 언론 매체를 일종의 상업적 활동으로 밖에는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비단 우리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인터넷 언론 매체가 극복해야 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안동지역 언론이 나아갈 길
지역 언론이 경제성과 소재지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하더라도 언론 본연의 역할에는 충실해야 할 것이다. 지역 언론은 지역주민의 욕구와 취향에 맞게 지역 사회의 문제나 관심사를 심층 보도하고 애향심의 고취를 통해서 지역 주민의 여론을 대변하고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내 여론형성층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반영해야 할 것이다.
지역 언론의 모든 보도 및 프로그램의 내용은 지역 사회와의 조화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및 정보로, 지역 주민의 관점에서 전달되고 반영되어야 한다. 지역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가를 신속, 정확하게 발견하여 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적절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을 뜻한다.
지역 언론은 다양한 해설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뉴스와 우리 지역 사회와의 연관을 상세하게 풀어 줄 수 있는 기능을 강구해야 할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 언론은 지역 사회 개발에 주민의 직접 참여를 유도하고 숨은 인재의 발굴 육성 및 우리 지역 사회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그리고 역사를 찾아내 정리하고 보존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렇듯 지역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그 영향력도 심대하다. 그런데 주지하듯이 우리 지역에 지역 언론 - 특히 일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마침 경북 도청이 우리 지역으로 이전이 되는 만큼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우리 지역을 위한 지역 언론 - 신문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