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장 풍경(글/장완수_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
신시장 문어상회
안동 설 대목에 문어가 빠질쏘냐. 자고로 문어가 없으면 잔치가 아니랬다. 회로 먹고 꼬지로도 먹고 냉동고에 얼렸다가 귀한 손님도 대접하고, 결혼식이고 칠순이고 설이고 추석이고 묵직한 이놈 하나면 제대로 한상 차려낼 수 있다. 푸들푸들한 문어를 저울에 달아 간만에 전대가 밑으로 축 쳐지는 바쁜 대목 장을 누려본다. 하루 종일 물질이니 고무장갑을 끼고도 손이 발갛게 얼지만, 까짓 손이야 오늘 같으면사 매일 얼어도 좋겄네.
용상동 복개시장 건너편 뻥튀기 아저씨
뻥이요! 내사 귓고막이 나가도 책임 못지니데이!
설의 대표적인 주전부리인 강정. "울 사돈이 준 콩이며 옥수수가 바뀌면 어얄라꼬. 귓고막도 강정도 내가 지키고 서야지." 시골서 직접 해온 농산물과 뒤바뀔까봐 한두 시간은 거뜬히 줄 서서 기다리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의 수다를 한방에 잠재우는 소리, 뻥이요!
신시장 어물전
"할배요, 그매이 그매이시더."
"아, 그매이 중에 큰 놈으로 줘."
재래 장보기야 흥정이 반, 그 맛에 오는 사람들. 안동 제삿상엔 돔배기가 올라야 제격, 큼직큼직하니 썰려 뽀얀 속살 뽐내고 누워있다. 어르신들 발길 잡는 어물전에는 손질하기가 바쁘게 생선이 팔려나가고 음식구경 사람구경에 하루해가 다 빠진다.
대목장에 바쁜 신시장 아지매들
어머니는 두부 심부름을 시킬 때면 항상 맨 가새 있는 두부로 사오라고 시켰었다. 모양도 실하고 제일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뜨끈한 두부에 김치 한 조각 얹어 반주로 잡숫던 아버지 생각이 난다. 한 절음 얻어먹자고 옆에서 침을 꼴깍 삼키면 야속한 아버지는 재밌지도 않은 얘기만 하시다가 김치간만 잔뜩 묻은 식은 두부 몇 절음 남기셨지. 그 옛날 아부지 생각나는 설 대목장. 번데기 가게 앞을 기웃거리다가, 장바구니 들고 마누라 따라나선 민망스런 표정의 동창녀석 만나 무자년 마지막 탁배기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