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영상의 만남, 안동영상미디어센터(글/이희수_프리랜서 작가)

 기계에 게을러지면 문화에 뒤처지는 시대

미니홈피나 개인 블로그 하나쯤 열어둬야 소통을 할 수 있는 요즘 시대는 친구를 만나고 학교를 가고, 밥을 먹고, 쇼핑을 하는 일상을 펜이 아닌 원터치 한번이면 끝나는 사진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기록할 수 있다. 그것도 부족하다면 동영상으로 ‘있는 사실 그대로’를 담아 보여줄 수도 있다. 특히나 인터넷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생겨난 UCC와 같은 새로운 문화콘텐츠는 개인의 삶과 그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수단과 매체가 더 이상 제한되고 있지 않다는 대표적인 예를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들만 찍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사진에 대한 직업적인 마인드는 이제 DSLR이라는 보급기종카메라로 인해 누구나 취미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내 아이의 어린시절이나 친구와의 어느 날 즐거운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면 이제는 일기장을 뒤적이는 대신 집에 하나쯤 가지고 있는 비디오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의 동영상 촬영 기능을 이용해 10년 후에도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다. ‘영상’은 생활이고 그 생활 속에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화소가 높은 카메라기능이 딸린 ‘쓸 만한’ 휴대폰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아닌가. 우리는 그것으로 사진뿐만 아니라 간단한 동영상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생활의 일부’를 표현하고 기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은 이제 단순한 소장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공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라는 것이다. 활자매체만 있던 시절에는 글자문맹이 있었고 컴퓨터가 들어오면서 부터는 컴맹이 생겼다. TV, 비디오, 영화, 사진 등 무수히 많은 영상물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시대 역시 영상문맹이 있다. 이제는 기계에 게을러지면 그 만큼 문화에 뒤처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특히나 지역은 수도권과 달리 영상문화에 대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매우적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에서도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영상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북북부권의 영상문화 아지트, 안동영상미디어센터


안동의 웅부공원 옆에 보면 시내를 오가면서 한번쯤 봤음직한 ‘어색한 건물’이 하나 있다. 건물 겉에 그려진 그림 탓에 시내 한복판에 왠 유기농건물인가 싶은,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다. 바로 이 곳이 지역의 영상문화를 이끌어갈 영상미디어센터라는 곳이다.


이곳은 초등학생 어린이도 여든 살의 할아버지에게도 문이 열려있다. 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일반인을 위한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실제로 얼마 전 있었던 실버세대를 위한 영상교육에서 여든 살의 할아버지 수료생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전문가뿐만 아니라 초보자를 위한 다양한 영상미디어강좌를 마련해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촬영장비까지 갖추고 대여까지 해주고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개관한지 이제 다섯달이 되어가는 지라 홍보가 무엇보다 절실했다. 사실 건물 밖에 ‘안동시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 들렀다 가세요’ 라는 호객 문구하나 걸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쯤은 이용해 봤으면 하는 곳인데, 영상미디어라는 말이 왠지 거창하게 들린다면 전혀 그럴 것 없다. 이곳에서는 우리 생활과 가까운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를 위한 사용법에서 활용까지 배울 수 있고 게다가 직접 체험할 수 있으니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배우기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가를 위한 방송용 ENG카메라 및 조명 등의 장비도 있고 거기다 최신 프로그램으로 편집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얼마 전 안동고, 안동여고 그리고 성희여고 학생들이 모여 만든 안동시고교영상연합동아리에서 영상제 준비를 위해 이곳에 들러 실제 장비와 편집기 등을 이용했다. 영상미디어센터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뜻이 될 게다.




소수 정예, 일당백으로 일합니다

하지만 센터라는 굵직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직원은 아직 3명뿐이다. 센터장 이하 엄준형 사무국장과 서명정 영상교육팀장, 3명이서 이곳 센터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김현기 센터장은 안동에 영상미디어센터를 들여놓은 장본인으로 현재 안동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엄준형 사무국장은 안동시청에 근무하다가 영상미디어센터가 개관하면서 자리를 옮겼는데, 따뜻한 차를 손수 타주며 손님을 맞이하는 안주인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사실 남자 셋이서 센터의 모든 일을 나눠하기 때문에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가 가정이나 연애사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도(?) 두 사람은 모두 기혼이었다. 영상미디어센터에서 하는 전반적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서명정 팀장이 유일한 ‘싱글’ 인데 직장에서 하는 일이 많다보면 사실 연애도 어렵다. 원래 서명정 팀장은 전통문화 전문 다큐 제작사인 서울의 민족영상에서 일을 했던 재원이다. 고운 외모(?)에 표준어를 구사하는 그의 모습에서 서울사람인가 했는데, 이야기하는 도중 ‘맹 똑같아요’ 라는 말을 듣고 안동이 고향일 것이란 걸 직감했다. 서울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오기에 미련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외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영상문화에 소외되어 있는 고향에서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아마도 많은 문화콘텐츠가 숨어있는 안동이 영상문화의 소스로 활용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인원은 단 셋뿐이지만 영상미디어센터를 아끼는 그들의 열의는 부족한 인원을 메우기에 충분해 보였다.


특히 영상미디어센터 건립 추진을 위해 시와 문화체육관광부에 프러포즈했던 김현기 센터장은 일찌감치 안동에 수많은 문화소스를 영상자원으로도 활용하여 안동이란 곳을 더 많이 알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고스란히 센터 건립의 취지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오랜 준비 끝에 지난 12월 안동영상미디어센터는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직원이 센터장을 포함하여 세 명 뿐이라 일주일의 일정이 빡빡하다고 했는데, 그것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활동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실버세대와 같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을 고려한 디지털카메라교육과 초보나 전문인을 위한 편집교육 등이 있고 영화 만들기나 영상편지 쓰기, 영상캠프와 같이 테마를 가진 분기별 교육이 있다. 교육 내용은 안동미디어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자세하게 월별로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센터 내에서 상설되는 교육만 한다면야 괜찮겠지만 영상미디어센터는 한발 더 나아가 영상문화에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현장교육과 특정계층을 위한 수업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눈에 뛰는 것이 분교에 직접 찾아가는 영상교육을 하는데 시내에서 떨어져 외진 곳에 있는 초등학생을 위해 직접 학교로 찾아가 영화도 보여주고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를 가지고 수업을 하기도 한다. 한창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지대로’ 재미있는 수업이 아닐까 싶다. 또한 4월에는 장애인을 위한 캠코더 촬영 강좌를 여는데 청각장애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니 수업의 질을 떠나서 여러모로 배려를 놓지 않는 것이 왠지 흐믓해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밖에도 앞으로 진행될 방중 영상캠프와 우리 지역에서 또한 소외되고 있는 다문화가정 여성을 위해 친정에 영상편지를 만들어 보낼 수 있도록 알찬 프로그램이 계획 중이다.


역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고해도 좋지만 전화나 직접 방문을 하여 상담을 해도 언제든지 친절한 미남 선생님이 대기 중이시니 후자를 추천하는 바이다. 간혹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면 워낙에 몇 안 되는 인력으로 수업도 하고 출장교육도 하는지라 자리 비우는 일이 종종 있으니 여유를 갖고 전화하는 센스가 있다면 더 좋겠다.




최신 장비와 따뜻한 감성이 함께 하는 곳

영상미디어 센터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휑한 복도이다. 뭔가 미디어적인 인테리어와 막연하지만 화려한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섰다면 당장엔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속속들이 숨어있는 센터 곳곳을 알고 나면 ‘와’라는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 감명 받은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째로 아카이브룸이란 곳인데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미술 등의 장르별로 DVD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분실의 우려가 있어 대여는 되지 않지만 지나간 영화를 보고 싶거나 다시 보고 싶은 명작을 찾고 싶을 때 유용한 곳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영화 등에 관심이 있는 학도라면 관련 도서는 대여가 가능하니 더 없이 반가울 일이다.


안동에 살면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러 가지 모임장소로 적절한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고작해야 식당, 찻집이 다인데 사실 동아리나 친목 등의 모임을 하다보면 식사 외에도 할 것이 많다. 회의도 해야 하고 오리엔테이션도 필요하고 때로는 모임의 특성에 따라 발표회나 영상시스템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바로 적합한 곳이 또한 안동영상미디어센터이다. 영상교육실과 회의실, 영상상영실이 그러하다. 그중 회의실은 대관이 무료다. 영상교육실은 16명의 개인 자리마다 컴퓨터와 편집기가 구비되어 있고 영상상영실은 3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영화관이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영상상영실에는 5.1채널의 빵빵한 음향시설과 프로젝트를 이용한 스크린이 있다. 두 곳은 모두 대관료가 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 밖에도 방송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조종실을 포함한 스튜디오가 있는데 크로마키 작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천정에 조명까지 갖춰져 있어 들어서면 마치 방송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이 곳도 필요한 사람에게 대관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눈여겨 봐야할 곳이 바로 편집실이다. 편집실은 흔히 알고 있는 프리미어 프로와 파이널 컷 프로, 아비드가 갖춰져 있는데,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이게 뭔 소린가 하고 더 낯설게만 느껴진다. 편집 방식에는 선형과 비선형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위에 나열한 방식들이 바로 비선형 편집 방식이다. 선형 편집은 쉽게 얘기해서 필름으로 영화를 찍으면 실제로 필름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수작업을 통해 편집하는 것으로 대표될 수 있다. 반면 비선형은 영화 필름을 디지털로 전환하여 편집하는 것으로 영상을 담은 필름이나 테이프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편집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파이널 컷 프로나 아비드는 프리미어 프로보다 전문적이라 할 수 있어 대중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다루기 쉬운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편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리미어 프로라는 편집 소프트웨어이다. 단연 디지털 영상 편집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프리미어 프로 강좌는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강좌를 열어두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일반인을 위한 강좌뿐만 아니라 방송국 등에 근무하는 전문 인력을 위해 개설한 고급강좌도 열리는 데 국제공인을 받은 강사를 초빙하기 때문에 수준에 맞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한 모든 편집방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최신장비가 구비되어 있는 편집실 4곳과 음향편집실 1곳 역시 개방되어 있다.


나에게 무언가 찍고 싶은 소재만 있다면 이곳에 맨몸으로 들어와서 그럴싸한 작품하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영상장비도 빌릴 수 있고 또 어떻게 사용하고 활용하는지 배울 수 있고 편집까지 할 수 있는 모든 환경이 갖춰져 있으니 말이다. 이건 사견이지만 지금은 센터가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운영 초창기이기 때문에 교육이나 장비 사용 등에서도 여러 가지 이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좋은 멘토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 처음 영상미디어를 접하는 새내기라면 지금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지 않은가. 일단 관심이 없던 사람도 이곳에 오면 생각이 바뀔 만큼 충분히 매력이 있는 곳임이 분명하다.


안동미디어센터는 해야 할 교육도 많고 이것, 저것 살펴야할 살림살이도 많은 곳이다. 그래서, 여기서 지내는 세 남자는 하루가 빠듯하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영상미디어 매체를 지역민과 함께 나누고 보급할 수 있다는 데에 그들은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각 자리에는 꼭 ‘그 사람’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보다.


5월이다. 여행이 생각나고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가족과 연인 혹은 친구와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은데 기술(?)이 부족하다 싶으면 매월 5일에 영상미디어센터 홈페이지의 교육강좌 신청란을 유의해서 보기 바란다.


일상을 담은 몇 장의 사진이나 비디오는 작게 보면 개인의 삶이지만 크게 보면 하나의 다큐이다. 우리는 다큐 속 인물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인물이 어떻게 살고 있는 가를 조명해 볼 수 있는 감독도 될 수 있다. 그것 또한 ‘새로운 나’이기 때문이다. 안동미디어센터에는 그러한 새로운 능력에 도전해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다들 안동미디어센터로 고고싱~!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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