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을 묻어두고 온 안동여행(글/임혜영)퇴계 탄생 500주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유교문화축제로 떠들썩한 안동을 찾아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도시이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도시 안동. 그만큼이나 한적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이 기대는 한순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최근 인기 급상승중인 안동 찜닭을 찾는 이들, 하회탈의 본고장이자 인덕 높으신 이황선생의 흔적을 따라온 이들로 안동은 초만원이었던 것이다.
학술답사 준비를 위해 떠난 만큼 시청을 먼저 찾았다. 종합민원실 안내를 맡으신 분들과 문화관광과의 많은 분들, 조그만 도움이라도 더 주기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고마워 그냥 나오기가 민망했다. 두 팔에 가득 얹어주신 자료들을 보니 더욱 더……. 안동 시내에서 도산서원까지 시원스레 뚫린 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니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포동포동 살이 오른 단풍들이 두 눈을 가득 메워 한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매연찌꺼기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듯 했다. 그렇게 노랗고 새빨간 단풍에 넋을 놓고 있을라치면 산허리를 휘감아도는 낙동강의 지류들이 저들의 자태를 뽐내고 이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청명한 하늘은 '아! 가을이구나'라는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큰 행사들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는지 새롭게 단장된 도로들과 화장실들이 몇 년 전 찾았을 때보다 많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양반이라는 말에 부담을 가지고 현지분들을 만나뵙기 시작했지만 어디서도 '양반임네'를 내세우며 어렵게 대해주시는 분을 만날 수 없었다. 약을 치지 않고 키운 것이라며 극구 감 하나를 더 권하시는 할머님과 먹지 못하면 싸들고라도 가라면서 달디단 포도송이를 덥썩 집어주시던 할아버님… 가득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풍요로운 그분들의 마음씀씀이에 가슴에 떡하니 새겨져 있던 '양반도시 안동'이라는 말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허나 어딜가나 그렇듯이 썩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안동에도 있었다. 시내에서 물건을 살 때는 미리 염두해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느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불친절한 사람들이 안동사람들'이라고 하니 말이다. 아마도 무뚝뚝하고 무심한 경상도 기질들이 묻어나기 때문일테지만 관광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선 우선 개선되어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산허리를 돌아가야 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도산서원, 수백 년 전 기억을 더듬어가게 하는 하회마을, 청렴한 느낌 그대로 낙동강 한 구비를 틀어쥐고 있는 병산서원, 깔끔한 뒷맛으로 유명한 안동소주와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하회탈 등 안동의 자랑거리를 꼽자면 -안동의 문화재 수는 경주보다 더 많다고 한다. 이에 대한 문화관광과 분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끝도 없을 것이다.
굳이 한가지 불편한 점을 꼽으라면 시내를 벗어나면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점 정도일까? '먹을만한 집'을 찾던 우리는 결국 슈퍼에서 사온 빵과 우유로 한끼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니 앞으로 안동 외곽을 돌아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길 권해드린다. 어데다 시선을 두어도 한 폭의 그림같은 안동이기에 발 닿는 곳 어디든지 경치를 감상하며 밥을 먹기엔 그만일테니 말이다.
주말이면 무료로 공연을 한다는 하회탈춤공연을 보지 못하고 올라온 것이 못내 아쉽다. 전형적인 마당극 무대에서 허연 옷자락을 휘휘 날리며 양반님네들의 삶을 풍자했을 공연은 11월부터는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하회마을 주차장 근처 상설공연장에서 열린다고 한다. 다음에 다시 찾을 안동에서는 이같은 아쉬움 하나를 묻어두고 올 수 있길 기대한다.[안동]
---------------------------------------------------------------------------------------- 임혜영씨는 서강대 국문학과에 재학중이며 11월 8일 11일까지 안동의 방언과 민담, 민요, 설화등을 공부하기 위해 학술답사를 다녀가서 원고를 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