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파라다이스(글/권세홍_본지 편집위원장)
서귀포 해안 절벽 끝 파라다이스 호텔 <허니문 하우스>.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달리하여 찍은 두 장의 사진. 한 장은 1981년 10월 신혼여행 때 운전기사분이 찍어 주었고, 다른 것은 2006년 여름 가족휴가 때 아들이 찍은 사진이다.
그러고 보니 두 사진 사이엔 아들의 나이만한 세월의 다리가 놓여 있다. 그 사이 대통령이 여섯 분이나 바뀔 만큼 한국 사회는 역동적인 변화의 시간을 겪었고, 우리 가족에게도 크고 작은 아픔과 기쁨,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다시금 저만한 세월이 흐른 뒤 저곳을 찾아, 장성한 손주가 찍어준 우리 부부의 모습을 저 사진들 곁에 나란히 걸어보는 꿈을 꾸다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건지 생각해 본다.
장맛비가 추적이던 그해 6월 말, 지인의 소개로 만난 웃는 모습이 참 예쁘던 아내. 서로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 온 30년 가까운 세월. 나이를 먹는다는 게 나날이 웃음을 잃어가는 것인지, 아내의 얼굴에 갈수록 웃음기가 옅어지는 게 늘 안타깝고 미안하다. 저 깎아지른 벼랑 끝에 우리의 잘 늙은 모습을 다시 세울 때까지, 그때까지 아내여, 얼굴에 웃음 잃지 않고 내내 건강하시길.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