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이 가져다주는 삶의 즐거움(글/이위발_시인,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얼마 전입니다. 영주도서관에 문학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실성한 사람처럼 키득키득 웃으면서 온 적이 있었습니다. 강의 시간에 있었던 상상력이 가져다 준 즐거움 때문이었습니다. 그 날의 강의 주제는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였습니다. 학생들은 영주 주부독서회 회원들입니다. 모두들 초등학생처럼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상상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를 냈습니다.


“어느 식당 사장님과 식사를 하러 온 교수하고, 화장실 변기가 고장이 나 고치러 온 아저씨와 이렇게 세 사람이 식당 안에 있습니다. 식당 사장이 화장실을 고친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성의로 식당에서 국밥 한 그릇을 대접하였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러 온 교수가 갑자기 인상을 쓰면서 식당 사장에게 따지는 것입니다. 아저씨의 몸에서 풍기는 인분 냄새 때문에 도저히 식사를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 식당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습니다.


“교수에게 밥값을 안 받고 내 보낸다.”
“식당은 서비스업이다. 교수도 냄새 나지 않는 곳에서 밥을 먹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아저씨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식사하도록 권한다.”
“교수도 지식인이고 교양인이라면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마음을 알기 때문에 식당 사장이 잘 설득해서 함께 식사를 하도록 만든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인권문제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었고, 열을 내면서 배려심이 없는 교수를 다른 방으로 격리시켜야 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일반적인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제안에 모두들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식당 사장이 교수한테 가서 개그맨이 되어 마음을 바꿀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식당 사장이 교수한테 <인간극장>을 틀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수업을 마친 표정 하나하나엔 무언가 즐거움이 베여 있었습니다. 괴롭고 힘들거나 팍팍할 때 마음속에 상상력을 불어 넣어 보십시오. 일반적인 고정관념은 삶 자체를 딱딱하게 만들지만 자유로운 상상력은 삶을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줍니다.


봄에 피는 ‘개나리꽃은 노랗다’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해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고의 확장이 막혀 버립니다. 하지만 개나리꽃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상상력을 불어 넣으면 개나리꽃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개나리꽃은 병아리 부리다’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쳐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력을 발동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일상적인 언어의 평범함에서 상상력이 확장되어 의미가 전혀 다르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이 얼마나 황홀한 발견입니까. 또한 이 병아리 부리 속에는 개나리꽃의 모양이나 꽃잎의 연약함과 봄의 이미지마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진규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버리고 어머니의 고봉밥을 상상하라고 말입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무조건 사랑입니다. 하지만 굳이 어머니의 사랑을 구구절절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어머니의 고봉밥엔 어머니의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듯 상상력이란 ‘세상과 사물을 맺어주는 비밀스러운 끈’일 수도 있고, 새로운 발견일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인문학자인 질베르 뒤랑이 ‘상상력이 이성보다 힘이 세다’라는 명언을 남겼을 정도로 삶에 있어 상상력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세상입니다.


단풍이 너무 고운 이 가을에 넉넉한 마음으로 상상력의 바다에 한번 빠져 보시길 바랍니다. 
고 서정주 시인에겐 아침저녁으로 더러운 재떨이를 깨끗이 씻어주는 늙은 아내가 있습니다. 둥근 재떨이가 보름달처럼 고운 양귀비 얼굴로 상상력이 확장됩니다. 그 모습에 취해 조그만 칭찬에도 좋아라하는 아내와 천국으로 함께 갈 생각이랍니다.
“내 늙은 아내는/아침저녁으로/내 담배 재떨이를 부시어다가 주는데/내가/“야 이건/양귀비 얼굴보다도 곱네./양귀비 얼굴엔 분때라도 묻었을 텐데?”/하면/꼭 대여섯 살 먹은 계집아이처럼/좋아라고 소리쳐 웃는다./그래 나는/천국이나 극락에 가더라도/그녀와 함께/가 볼 생각이다. ---내 늙은 아내-전문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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