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_ 20년간 안동권발전연구소 지켜온 남치호 소장(글/편집실)

(사)안동권발전연구소가 스무돌을 맞았다. 의욕 넘치게 시작해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지역의 민간 연구소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스무 해를 넘긴 안동권발전연구소의 저력이 보인다. 남치호 소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안동의 든든한 민간 연구소로 그 역사와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안동권발전연구소, 시간을 잘게 쪼개 생활해야할 만큼 최근 더욱 바빠진 남치호 소장과의 만남을 12월 15일 사랑방 안동 편집실에서 가졌다.  -편집자


 


 



안동: 소장님, 안동권발전연구소 스무돌을 축하드립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남치호 소장: 그렇게 오래된 거 같지 않은데 벌써 20년이네요. 그동안 많은 분들이 연구소 활동을 이해해주시고 성원을 해주셔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간 연구소를 운영해왔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오히려 지역의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서 국가정책으로 반영한다든지 도청유치처럼 지역의 숙원사업을 성취하는데 기여할 수 있었고 지역의 현안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선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였습니까?


첫째는 지역의 절대 절명의 오랜 숙원사업인 도청유치입니다. 90년대 초부터 20년 가까이 그 논리를 개발하고 당위성을 구축하고 나아가서는 실제로 우리 연구소가 후보지를 정하고 도청유치 신청서를 직접 완성했다는 자부심,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개발한 논리를 가지고 도청후보지 평가위원들의 좋은 지지를 받았다는 데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 다음은 경북북부지역 유교문화권개발사업을 처음으로 저희 연구소가 90년대 후반에 제안해서 2000년부터 2010까지 11년 동안 1조8천6백억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내년에 끝나니까 후속사업으로 북부유교권을 포함해서 신라, 가야권까지 포함해 3대문화권문화생태관광기반조성사업을 국가정책화 했고 그 사업의 주요한 사업들이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으로 채택 되서 당장 내년부터 추진될 예정입니다. 또 지역의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교통 인프라인데요, 광역고속교통망을 북부지역 입장에서 반영하려 노력했고 그것이 국토계획에 반영이 되어 올해부터 건설이 시작됐다는 점, 탈춤축제도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평가나 연구작업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했는 점 등 우리지역의 특성이나 잠재력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고 그 결과물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안동권발전연구소가 그간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크게 보면 결국은 그 지역이 발전하는 원동력은 시민입니다. 이런 연구소가 시민들이 참여하고 지역의 각계각층이 고민하고 그 고민한 것을 정책화하는 것이 바로 ‘문화창조도시’입니다. 그런 구도를 안동권발전연구소가 20년 동안 형성하도록 이바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일변도가 아니라 이런 연구소가 시민들이 참여하고 머리를 맞대고 지역발전을 고민하고 그 고민한 것을 정책화하는, 궁극적으로 안동이 문화창조도시로 가야하는데 그런 구도를 안동권발전연구소가 20년 동안 형성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것을 소중한 보람으로 느끼고 의미있게 생각합니다. 창조도시가 유행하고 있는데 창조도시의 핵심은 시민들이 자치적으로 그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가꾸고 그 지역을 특색 있게 가꾸어나가는 모습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인정받고 있고 그런 점에서 안동권발전연구소가 다소 이바지했고 앞으로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직체계나 연구소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소장인 저와 이사 8분과 이진구 부소장님이 계시고요, 여러 계층의 분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항은 이사들이 모여서 결정하는데 매달 한 번씩 모이니까 소통의 문제는 없습니다. 매달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있고 1년에 한번 논문집 발간도 발간하고 있습니다. 또 학술회의, 세미나, 연구자료집 등도 발간하고 연수도 다녀옵니다. 올해는 일본 서해안 답사를 다녀왔는데요, 우리지역과 비슷한 지역적 과제를 갖고 있는 곳을 찾아서 연수하는 기회를 가졌어요.


어떠한 정치적 색깔이나 이해 계층이 얽힌 연구소가 아니고 지역발전을 걱정하는 순수한 민간연구소라는 것을 20년 세월이 지나니 출향인이나 지역민들이 알아주십니다. 연구소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지켜봐주시고 그만큼 출향인사들도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도움도 주십니다.시에서도 행정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연구 과제를 많이 부탁하는데 저희가 다 못 들어드리는 입장일 정도입니다. 3대문화권개발문제, 신도청조성에 따른 여러 가지 후속과제 등도 안동시와 경상북도에서 많이 의뢰를 받고 있고 보람도 느끼지만 때로는 힘도 듭니다. 우리가 상근연구직이 많은 것도 아니고 운영에 있어서 재정적 기반이 충분히 확보된 것이 아니니까요. 중심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몸으로 많이 때우는 편이니 봉사를 하시는 거지요.




안동권발전연구소가 지역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왔다고 보십니까?


초창기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지역의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DB)역할이었습니다. 지역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데, 여러 지역들이 진단은 하지 않고 처방만하는 격이었죠, 지역을 진단하자면 자료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자료가 없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시민연구소를 출범하게 됐고 초창기에는 지역의 자료 모아서 지역자료편람등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인터넷을 이용한 DB구축을 했는데, 요즘은 워낙 개인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지만 당시에는 매우 귀중한 자료를 정리했었습니다. 두 번째는 싱크탱크 역할입니다. 요즘은 싱크탱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의 중요한 사안에 관한 각종 연구개발이 저희의 주된 업무이기도 하구요.




일각에서는 안동권발전연구소가 경북북부권발전연구소로 명칭이 변경되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많이 고민해봤는데요, 범위를 더 넓혀서 변경해보자는 얘기도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좋은 점도 많습니다. 북부권이 상생하고 다른 시군과 협력하는 점이 그건데요 그에 반해 그 연구소를 실제로 운영해가는 인력이나 후원에 대한 부분이 애매해져요. 우선은 우리 지역에서의 후원이나 참여가 확보된 다음 뒤의 과제로 미루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또 저희가 처음 정관1조에 낙후된 경북북부권을 모두 포함했었기 때문에 의미상의 좋은 점 못지않게 실질적으로 연구소를 이끌고 운영해나가야 하는 차원에서 안동권발전연구소라 계속 부르는 것에 대한 논란은 별로 없을줄로 압니다. 또 하나, 경북북부권혁신협의회산하에 만들었졌기에 그런 점도 검토해보고 있고 어차피 도청이 이리로 오게 되면 연구소의 입장은 신도청의 자족성을 높이고 명품도시로 만드는 것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제는 경북 전체를 걱정해야하는 숙제가 있으니까 그런 역할들을 동시에 검토하게 되면 명칭에 대한 고민이 향후 있을 것으로 압니다.




일반 안동시민들에게 안동권발전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지방자치시대에 지역발전에 관심 있는 각계각츠의 시민들이 모여서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 지역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20년 세월 동안 꾸려나가시면서 감사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물심양면으로 도움주신 분들께 한마디 하신다면요.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는 회원 한분 한분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특히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분은 안동병원 강보영 이사장이십니다. 연구소의 설립부터 지금까지 물심양면 지원해주어 제일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처음 설립 당시부터 주된 성원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실제로 연구소 운영에는 이진구 부소장께서 간담회를 주재하시며 연구소 일을 도맡아 하십니다. 그 외에 시장님, 지역구 김광림 의원도 그동안 논의하고 발굴한 정책들을 실현시키는데 성원해주고 앞장서 주셨습니다. 고마운 사람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지만 가장 고마운 사람 중 한사람은 권오인 전 사무국장입니다. 현재 안동독립운동기념관으로 가기 전까지 초창기부터 연구소의 실무와 궂은일을 도맡아 해주었기에 큰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또 이진구 부소장과 오동석 이사가 운영파트를 맡아오고 있다면 도립대학교 권기창 교수는 연구파트를 맡아서 안동권발전연구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현재 의욕을 갖고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일단은 도청후속연구가 잘 이루어져서 명품도시가 탄생되어야 하고, 우리지역은 도청신도시로 인해서 활성화되어야 하니까 신도시의 자립성과 기존의 안동시의 활성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유교문화권사업의 제안자로서 후속사업인 3대문화권사업이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만 해도 해야 할 일이 무척 많고 큰 작업입니다.




20년을 돌이켜보며 가장 아쉬웠던 점이 있으시다면요?


많은 지역에 필요한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연구소의 한정된 인력과 여건 때문에 미처 그 정책을 실현하거나 추진하는 점에서 마무리 못한 점을 무척 아쉽게 생각합니다.


연구소 설립 당시의 일화 중 기억나는 일이 있으십니까?


초창기 우리 연구소가 안동지역발전협의회 내에 연구소 형태로 출발하다보니 첫 출발이 조금 애매했어요. 그 협의회가 오래가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우리 연구소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초창기에 바로 문을 연 게 아니고 지역에 원하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DB를 구축한 후 오픈을 하고 또 이 연구소가 무엇을 하는 연구소인가 이해를 시켜야하는데 준비를 하는데 1년이 소모되었습니다. 89년 10월 10일에 개소했습니다만 88년부터 자료 수집, 비품을 모으기 위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야간에 서울의 중고가구점에서 책장 모아오고 여러 기관 찾아다니면서 우리 지역에 필요한 책을 협조 받는 과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군요. 또 많은 시민들이 연구소에 찾아와서 ‘우리가 대체 해야 하는 일이 뭐냐’고 말할 때 그럴 때 쉽게 설명하기 어려워서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직이 고향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역정책일을 하는데 남의 도시를 연구대상으로 삼는 것보다 내 고향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거기에 이바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고향으로 온 가족을 데리고 이사를 왔죠. 80년대 초부터, 언제까지 중앙집권시대가 아니고 지방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고 고향으로 내려와 준비를 했는데 그런 맞아 들어갔던 거 같아요. 나이가 서른 넘어가니까 내가 살아가기 위해 직장을 갖기보다 내 직장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그게 평생직장으로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지요. 앞으로도 힘이 있는 한은 평생 연구하고 공부하며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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