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양의 현재 시간(글/김복영_본지 발행인)
안동시 풍천면 원도양 마을은 경북도청 신도시가 들어설 땅 일부이다.
진주유씨를 비롯한 10여 성씨 50여 가구가 모둠살이를 하고 있는 이 마을도
올해부터 보상이 이루어지면 본격적으로 마을 비우기가 시작되고
곧 이어 기반 시설 공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산을 밀어 계곡을 메우고 집을 뜯어 평지를 만들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 따라 각종 시설물들이 들어서면서 소위 도청 신도시가 조성될 것이다
그 땅 한 켠,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낮은 구릉에는 조선 성종 때 이 동네에 살았던
음성현감 김유(金惟)의 처 노씨와
그의 큰아들 김효원 내외의 묘가 있다.
이들이 이곳 양지바른 언덕에
유택을 마련한지도
줄잡아 오백년은 넘었으리라.
누가‘인걸은 간데없어도 산천은 의구하다’했던가.
오백여년 묵은 죽은 자의 집을 헐고
그 위에 들어설 산자의 집이
다시 오백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의구할 수 없는 산천,
망자의 머리맡에 서서
잠시 부질없는 생각에 잠겨본다
.
담 밖의 죽은 나무가 더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허물어지다 남은 집.
아직은 온전한 추녀 아래 마치 경고의 깃발처럼 내걸린 붉은 담요 한 장.
미구에 없어질 마을, 헤진 집 마당에서 만난 저 강렬한 색깔의 의미는 무엇일까?
무거운 마음으로 자물쇠를 걸었을, 축담에 홀로 기대선 지팡이의 주인은 누구인가?
솥 뜯긴 부뚜막에서 겨울을 난 한 움큼의 대파와 새싹을 틔우기 위해 비닐을 덥고 있는 씨앗들은
새로 들어설 도시와 그 도시를 위해 몸을 내놓아야할 원도양의 오늘과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가?
오늘 원도양의 시계는 노인회관 앞에서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2010년 3월 14일 - 彷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