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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있다가도 없지만 정신문화는 영원한 것(글/이오호_안동시 문화예술과장)

지난 호에서‘한국정신문화의 수도’에 관한 논의의 장을 펼친다고 알린 바 있습니다. 과연 정신문화의 수도는 무엇을 의미하고 안동이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명칭에 알맞은 역할을 해오고 있는지, 또 안동이 진정한‘정신문화의 수도’라는 고유명사가 되려면 어떠한 숙제를 풀어야 하는지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여기 토론의 장을 마련해둡니다. 여러분들의 참여와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부는 나눌 수 있지만 정신은 나눌 수 없어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이란 말은 전통유향의 대표적인 수식어다. 당면한 세계금융 위기 등 물질적인 파동이 있을 때마다 정신적 빈곤이 대두 되곤 한다. 물질이 도덕적 가치를 함몰시켜 버리는 세태를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부(富)와 빈(貧)은 물질의 많고 적음이 아닐 것이다.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면 사람이 재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재물이 사람을 소유해 버리기 까지 한다. 우리 옛말에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신은 굴절 없이 이어 오고 있다. 정신은 소유가 아니라 수신을 통해 몸소 행동으로 옮기려 노력하는 것이다. 물질의 파고 속에서 혹자들은 절망에 묻어 둔 희망의 빛을 정신에서 찾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입적하신 법정 스님은 ‘무소유’의 삶을 설파하고 실천했다. 마음이란 관념으로 맑아지거나 비워지는 것이 아니라 선행을 실천했을 때 맑아진다. 선행이란 다름이 아닌 나누는 것이라고 법정 스님이 남기신 말이 이 시대에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부는 나눌 수 있지만 정신은 나눌 수 없다. 부에 대한 포만감은 느낄 수 있지만 정신에 대한 만족감 또한 느껴 볼 수 없다. 물질만능이 앗아간 정신… 그것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희망의 씨앗’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나의 ‘정신’이란 근간을 세울 때에는 강 건너 등불처럼만 쳐다보았잖은가? 그것이 차츰 지역에서 전국으로 실천적 노력을 통해 국민들 가슴 속에 자리 잡아가자 ‘내가 했소이다’ 야단법석을 떠는 모습에서 이젠 버리지 못할 또한 지워지지 않을 지적 단어가 되어 버렸다. 2년여 긴 난산 끝에 잉태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은 2006년 7월 4일 정부 특허 등록을 통해 대내외에 선포되었다.

상용화되고 있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지금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모신 가운데 국가균형발전 제2단계 국정보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2006년 2월 7일 당시 박명제 행정안전부장관의 보고회 소개말이다. 당시를 회고해 보면 국정보고회가 안동 지역에서 열어서가 아니라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단어를 대통령 앞에서 처음 사용하고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가슴 뭉클한 일이었다.
2009년 8월 5일 여름 휴가차 오세훈 서울시장 부부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찾았다. 서울 수도 오세훈 시장과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김휘동 시장과의 만남이 이루어 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휴가를 안동에서 마치고 블로그에 이렇게 전하고 있다.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지만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는 바로 이곳 안동으로 불립니다. 시장이 된 후, 서울을 소개하는 슬로건으로 내건 것이 ‘Soul of Asia입니다. 그 슬로건 속에 담아야 할 정신이 무엇인지를 안동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백 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전통가옥에서 옛 정취를 흠뻑 느끼고…가슴이 떨릴 정도로 아름다운 밤 풍경을 지내고…감칠맛 나는 먹거리로 배까지 두둑하게 채운 후, 24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온 여행이었지만 정말 ‘굵고 짧은’ 여름휴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단어는 이젠 수식어가 아니다. 짧은 기간 시민들 가슴속에 묻어 둘 슬로건은 더더욱 아니다. 그동안 거북함에서 이젠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말은 자연 유하식으로 흘러나오는 과정 속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12월 18일 동서6축 고속도로 기공식이 열렸던 낙동강변 탈춤축제장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을 어찌 알았던고. 또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인으로서 사업추진에 협조를 부탁했으며 김관용 경북지사는 이젠 IT에 정신문화를 접목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수위를 높여 강조했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말은 각종 행사를 떠나 스포츠를 통해서도 국민들 가슴속에 안착시켜 나가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단어가 국민 가슴속 급속도로 자리 잡은 것은 TV스포츠 중계도 큰 몫을 담당해 나가고 있다. 청정 스포츠 도시를 지향하며 침체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전국규모 경기가 2009년에만 해도 수십 회에 이르렀다.

“전국에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개최되는 전국배드민턴종별 선수권대회를 제2TV를 통해 중계 방송해 드리겠습니다.”

아나운서가 지역을 소개할 때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단어가 메인을 장식한다. 이렇듯 수도 서울을 경제수도라 할 때 21세기 문화의 시대 정신문화의 수도는 안동이다.

21세기 인류철학은 유학이다.
이웃 국가인 중국 또한 다를 바 없다. 행정 수도는 북경, 경제수도는 상해가 아닌가. 거대 중국 또한 21세기 문화의 세기를 맞아 인류의 철학을 유학에서 찾고 있다.
20세기 허먼 칸 박사는 『미래의 체험』이라는 저서를 통해 21세기에는 서구적 자본주의는 몰락하고, 유교적 자본주의가 꽃을 피울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았다. 칸 박사는 유교적 자본주의시대가 도래하는 이유로 가족을 중시하는 개념, 신뢰와 예의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사회, 윤리를 중시하는 집단적 국가의식, 문화의 동질감 등을 꼽았다.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로 유교적 자본주의가 재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탐욕으로 점철된 서구 자본주의가 몰락하면서 유교가 미래 보세가치(普世價値) 즉 세계인의 보편적 가치로 정립되는 분위기가 태동되고 있다.
‘견위수명(見危授命)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나가자’ 등의 구호가 빈발하는 것은 물질적 성장 속 정신적 빈곤과 사회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자 모든 이들이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삶의 길’을 찾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던 중국도 다시 변모
중국도 이젠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신 문화혁명을 부르짖고 있다. 공맹사상이라 부르짖던 중국학자들은 공자의 인(仁) 사상 즉 유교를 이젠 유학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도 세계청년유림대회 학술회의’논문에서 유가사상, 유교란 단어가 흘러나왔고 공자를 유학의 개창자로 소개하면서 유학의 미래에 대해서는 ‘소외격리가 나타나는 시대상황에 비추어 볼 때 유학의 천인합일(天人合一) 및 천지만물과 일체가 되는 생존방식은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를 진지하게 발굴, 발양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점은 유학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거대한 중국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유학의 새로운 조명을 통해 잊어버렸던 유학을 되찾아 21세기를 열어가는 정신적 근간으로 삼아 나가고 있음을 볼 때 21세기 인류의 철학을 유학에서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02년에 개원한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 지금까지 무려 342기 18,154명이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특히 지난 한해 124기 전체 수료인원의 34%에 해당되는 6,242명이 수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사회 양극화 현상 속에 정신문화 속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젠 낯설지 않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간판
시청 앞뜰 화단에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선포를 기념하기 위해 자연석에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청사 정면에 걸려있는 녹색 글씨의 긴 현판에도 새겨져 있다. 인의예지신(仁義禮智信), 인간이 지켜야할 덕목 즉 오상(五常)을 기리기 위해 세우고 있는 5대 관문 중 서의문과, 남예문은 그 현판과 함께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들 눈에 표출 된지 짧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젠 낯설지 않다. 보면 다가가고 싶고, 음미해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단어와 서체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안동 서쪽 방향에 우뚝 선 관문은 서의문(西義門)이다. 의는 맹자의 의사상에서 찾아보듯이 모든 사람이 마땅히 받아 들여야 할 정신적, 도덕적 가치를 가리킨다. 서의문이란 간판은 대한민국학술원회원이고,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과 한국은행총재를 역임했을 뿐만 아니라 도산서원 원장을 지낸 조순 박사의 글씨다. 지역의 서쪽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서의문은 낮에는 웅장함과 밤에는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해 주고 있다. 우리와 짧은 시간 친숙함을 자랑하며 부담스러움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들 마음 한 가장자리에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단어가 자리 잡고 있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