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여고시절(글/유영란_안동주부문학회 회장, 꿈나무음악학원 원장)
내 나이 열일곱, 나는 춘천에 있었다.
내가 원했던 학교는 서울의 숙명여고였으나 담임선생님과의 면담 후 어머니는 춘천으로 나의 상급학교를 정하셨다.
강원도 오지, 정선군 신동면 함백. 짧은 산촌의 봄에도 꽃은 화사하게 피었지만 버짐처럼 듬성듬성한 산허리의 검은 탄전은 가려지지 않았던 고장.
춘천에서의 시작은 그래서 내게는 교향곡의 1장처럼 빠르고 신비로웠다.
나처럼, 전국 각지에서 집을 떠나와 기숙사에서 낯선 시작을 했던 소년 소녀들. 우리는 토요일이면 사감선생님께 외출증을 받아서 따사로운 춘천의 시내를 무리지어 다니곤 했다.
내 꿈의 옥토였던 춘천. 지금도 나는 춘천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꿈 많은 여고시절 나의 모습이다.
1973년 당시 제일고등학교는 현재 강원사대부고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동이 잦은 군인 자녀를 위한 명문고를 만들려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지금은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 최지우가 고등학교 시절 다녔던 학교로 더 유명하다.
나란히 선 친구들 윤희, 춘재, 희자, 정남은 모두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 열심히 살고 있고 지금도 서로 연락을 하며 지낸다. 정갈한 교복이 예뻤던 꿈 많은 열일곱, 다시 돌아가지 못할 우리의 여고 시절, 오늘은 그리운 친구들과 전화통화를 해봐야겠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