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우리들의 전설(글/신세원_영남대 명예교수, 안동병원 방사선종양학과장)
작년 5월 9일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31주년 행사가 많은 동문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에서 열렸다. 졸업 후 31년 만에 처음 만나는 동기들을 보니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서 미안하기도 하였으나 다시 통성명과 근황을 물어 보면서 지난날을 돌이켜 보았다. 나는 1972년 3월에 입학하여 1978년 2월에 졸업하였다. 학창시절에는 나이 차이가 조금 있었던 동기들도 있었지만 31년이란 세월이 우리 모두를 거의 비슷한 머리모양과 얼굴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세월의 힘을 이기는 장사는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한 가운데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람이 나이고 같이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은 모두 현직 의사로 30년 이상을 국민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체력이 허락하면 평생 같은 길을 함께 걸어 갈 의사동지들이다.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아 또 다시 만나자고 굳게 약속은 하였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진료현장에서 빠져 나오기가 매우 어려운 친구들이 아니던가. 우리는 저때 ‘애모’를 열창했었다. 문득 1972년 5월 28일 경북대학교 개교기념일에 친구들과 팔공산으로 등산을 가서 찍은 빛바랜 옛 사진을 꺼내본다. 종효, 승인, 병진, 종만, 영모와 왼쪽에서 두 번째에 선 나. 풋풋했던 그 시절, 그때도 생명을 살리는 의료인을 꿈꾸었던 우리가 아니었던가.
21년간 근무했던 영남대학교병원을 떠나 안동에 내려온 지 3년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도 안동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은 데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을 만나면서 정겨운 친구를 가까이에 두고 있는 것 같아 몸과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어둔한 글과 함께 이 한 장의 사진을 소개해 본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