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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찌(글/박인수_본지 운영위원, 경희한의원 원장)

최근 들어 가족과 외식을 할 때 피자 전문점이나 뷔페식 레스토랑을 찾는 빈도가 늘었는데 그 이유는 후식으로 제공되는 리찌(Litchi)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 리찌 맛을 본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냉동 리찌가 일부 뷔페식 레스토랑이나 피자 전문점의 ‘샐러드 바’ 메뉴로 등장하더니 후식으로 냉동 리찌를 제공하는 음식점들이 점차 많아졌다. 비록 냉동 리찌가 산지에서 따 먹는 신선한 리찌에 비해 맛과 향이 많이 못 미치기는 하나 그래도 제철도 아니고 산지에 가지 않고서도 먹을 수 있다는 게 나로서는 행운이고 무척이나 감사할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리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군에서 복무하던 1988년이었다. 대전의 00부대에서 근무를 했는데 특수부대라 미군과 함께 숙영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대대 의무실 앞이 미군PX(군부대내 매점)여서 심심할 때 간식거리를 사먹곤 했는데 그때 돈 천원(1달러)이면 두세 명이 마셔도 족할 만큼의 커피나 한 끼 식사로 거뜬한 햄버거도 사먹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것이 리찌의 과즙으로 만든 음료였는데 그 이름이 리치(Rich)였다. 처음에 마실 때 단맛이 별로 없이 약간 밍밍하다는 느낌이었고 독특한 향이 있긴 했는데 그 조차도 좀 약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종류도 아니고 오렌지나 자몽 주스 같은 스타일도 아니어서 좀 특이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 리치 음료를 다시 마시게 되었던 것은 부유함을 뜻하는 리치(Rich)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고 알쏭달쏭한 맛과 향에 중독되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제대를 하게 되었고 그 뒤로는 리치음료를 마실 기회가 없어 많이 아쉬웠는데 곧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점점 익숙해지면서 내 기억 속에서 리치음료는 사라져버렸다.

제대 후 15년, 2004년 여름에 태국의 치앙마이에 휴가를 갔었다. 거기서 국경도시 치앙라이로 가는 도중에 빨간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가지가 축 쳐져있는 나무들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예쁘기도 하여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이름이‘리찌’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한창 나오는 철인데 정말 맛있다고 했다. ‘리찌?’ 어디서 많이 들어보았던 이름인데? 한참을 생각해보니 예전에 미군PX에서 사서 마셨던 그 리치 음료의 과일 이름이 리찌였던 것이다. 그때는 리찌라는 과일이 어떻게 생겼나 늘 궁금했는데 막상 실물을 볼 수 있게 되자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가이드에게 도로변에 리찌를 파는 곳이 있으면 살 수 있게 차를 좀 세워 달라 했더니 난색을 표한다. 여행 일정상 일단 황금의 삼각주(Golden triangle)와 미얀마 국경도시지역 관광을 해야 하는데 마치고 돌아올 때 과일시장에 들릴 것이니 그때 가서 사라고 한다. 나만 거기에 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정들이 급하다고 하니 가이드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 치앙마이로 와서 시장에 들러 열대과일을 잔뜩 샀다. 동남아를 여행하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다양한 종류의 열대과일들을 마음껏 먹어보는 것이기에 과거 여러 차례의 방문으로 다른 열대과일들은 많이 먹어보았지만 리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맛을 본적이 없기에 리찌를 특히 많이 담았다. 그날은 장거리 여정이어서 저녁식사 시간이 늦어져 배가 많이 고팠는데 우선 허기를 면하기 위해 바나나 몇 개를 차안에서 까먹었다. 호텔로 돌아와 객실에다 짐을 갖다놓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저녁 식사 후 방으로 올라오니 과일을 올려놓은 탁자주변이 과일에서 기어 나온 벌레들로 온통 난리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아내가 기겁을 하기에 소화도 시킬 겸해서 벌레를 잡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과일봉지를 욕실로 가져들어가 과일에 남아있는 벌레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을 하고 씻어야 할 것은 씻어서 쟁반에 담아가지고 나왔다.

먹음직한 열대 과일들을 펼쳐놓고 있으니 마냥 행복했다. 그때까지 먹어 본 과일 중에 가장 맛있는 과일은 과일의 여왕 망고스틴이었는데 가이드 말로는 리찌도 맛이 좋아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했다. 아내는 망고스틴을 나는 리찌를 먹기 시작했다. 경건한 손길로 리찌의 꼭지부분을 뚜껑을 열듯이 젖혔다. 딱딱한 껍질이 조금 찢어진다. 찢어진 껍질을 잡고 살짝 돌려 뜯으니 반투명의 과육이 부풀어 오를 듯 우윳빛 속살을 드러낸다. 매끈한 과육을 입안으로 빨아들이자 약한 신맛을 띈 달콤한 과즙이 사향 냄새를 풍기며 입안에 가득하게 퍼진다. 과육을 깨무니 살캉살캉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아! 상큼한 맛에 우아함까지 더했다!’ 맛에 감탄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아주 흡족해졌다. 곧바로 하나를 더 까먹었다. ‘오! 정말 기가 막힌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 감탄하게 되는 게 바로 이 맛이다. 군대시절 리찌 과즙이 든 음료의 이름을 리치(Rich)로 지은 이유가 바로 이런 느낌 때문이었지 않을까 싶었다. 아내에게 정말 맛있다며 조금 먹어보기를 권했는데 아내는 망고스틴의 강한 맛 때문에 리찌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맛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다음날 더 많은 양의 리찌를 사서 먹었고 그 다음날은 아예 질릴 정도로 먹었다. 치앙마이에 머무르는 동안 걸신들린 사람마냥 먹어댔는데 이렇게 리찌만 보면 식탐을 부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오죽하면‘리찌는 있을 때 많이 먹어두어야 한다.’는 격언이 있을까. 제철에 잠깐 동안 반짝하고 나왔다가 들어가 버리면 다시 맛보기까지 무려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있을 때 많이 먹어두는 것이다. 귀국길에 리찌를 좀 싸들고 갈 방법이 없는지 알아봤지만 검역대상이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게 리찌와 만나 정열적으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해야 했다. 그 후 두 번 정도 그 근처를 다녀갔지만 리찌를 구경하지 못했다. 리찌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해를 넘기다 기억에서 사라졌다. 마음이 있어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들은 빨리 잊어버리는 게 건강에 유익하다. 망각의 긍정적인 역할이다.

치앙마이를 떠나온 뒤로 리찌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2년 전 우연히도 대구의 한 뷔페식당 샐러드 바에서 리찌를 발견했다. 과일 칸에 미끈한 갈색의 동글동글한 것들이 담겨있기에 무얼까 궁금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리찌였다. 냉동시킨 것을 해동시켜 내놓은 것이지만 분명한 리찌였다. 반가운 마음에 몇 개를 가져와서 까먹었는데, 이런! 너무 실망이었다. 과육이 얼어서 백탁(白濁)이고 서걱서걱하면서도 물컹하게 씹힌다. 상큼한 리찌 본래의 향은 없고 조금 다른 이질적인 향이 났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밍밍하지만 달콤한 과즙의 맛은 여전한 것이 먹을 만했다. 한 접시 가득 담아서 먹고는 또 다시 한 접시를 더 가져와서 먹었다. 아내가 수북하게 쌓인 껍질과 씨앗이 신경 쓰였는지 뭘 그렇게 많이 가져와서 먹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대로 덜어먹을 수 있게 한 것이 뷔페이니 내가 그걸 좋아해서 양껏 먹겠다는데 눈치까지 봐야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신경이 쓰였다. 그때 이후 가족들과 회식을 할 때면 냉동 리찌가 준비된 음식점에 자주 가게 되었다.

냉동 리찌가 후식 메뉴로 등장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걸 즐겨 먹는다는 사람들은 별로 보지 못했다. 음식점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저 후식으로 접시에 몇 개를 담아서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그 이유가 후식이란 것이 소화를 위해 과일 한 두 조각을 먹는 것으로 족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냉동 리찌가 먹기 불편하고 맛도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냉동 리찌는 껍질색이 거무튀튀하고 또 딱딱한 겉껍질을 까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손으로 까지 않고 나이프로 잘라보려다가 과즙이 옷이나 얼굴에 튀는 봉변을 당하거나 굴러서 바닥에 떨어지기도 하는 당황스러운 경험들을 한다. 해동시킨 것이라 손이 좀 시린 것은 많이 먹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지만 막상 껍질을 어렵사리 까고 나면 과육을 손으로 집어 먹어야 하는 게 문제다. 과육 안에 큰 씨앗이 들어있어 그걸 빼내고서 먹어야 하기 때문이고 막상 먹어 봐도 먹을 게 별로 없다. 손에 묻은 리찌 과즙을 처음 몇 번은 냅킨에다 쓱쓱 닦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입으로 손가락을 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다른 사람들 보기에 민망하니 먹고 싶어도 망설여진다. 맛도 문제다. 냉동 리찌는 보존상태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 상태가 별로인 것은 입맛까지 버린다. 냉동 리찌는 코코넛처럼 밍밍한 맛이라 새콤달콤한 맛에 익숙한 사람들의 구미에는 맞지 않다. 그러니‘과일의 왕’이라는 호칭이 낯 뜨거울 정도로 아직은 선호도가 낮은 것이다. 그런데도 왜 리찌가 후식용 과일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리찌가 그런 대접을 받을 만큼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리찌는 영어식 이름이고 우리말은 여지(荔枝)다. 나뭇가지가 유약한 반면에 꼭지는 단단하게 붙어있어 익은 과실을 가지에서 떼어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뭇가지채로 파는데 칼로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를 통째로 잘라내기 때문에 여지(荔枝)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학명이 Litchi chinensis sonn이며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무환자나무과 상록교목이다. 중국 남부의 아열대지역이 원산으로 푸젠(福建), 광둥(廣東), 쓰촨(四川)성 등지와 대만 그리고 태국, 베트남에서도 많이 난다. 열매는 딸기 빛 붉은 색으로 직경이 3cm 정도이고 겉껍질은 부서지기 쉬운데 반투명한 흰색의 과육이 1개의 큰 씨앗을 둘러싸고 있다. 신선한 상태의 것을 날로 먹는데 겉껍질과 씨앗사이의 과육에는 과즙이 풍부하다. 보관이 힘들기 때문에 냉동시키거나 통조림으로 만들고 말려서 상업화하기도 한다. 사향과 비슷한 향이 나는데 맛과 영양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으면서도 칼로리는 낮다. 중국의 4성급 이상 호텔에서는 후식으로 많이 내어놓는데 그 이유는 여지의 약효 때문이다. 성미(性味)가 따뜻하여 아랫배가 차고 냉한 것을 따뜻하게 데워주며, 비위의 기능을 도와 소화를 잘 되게 해주는데 특히 찬 음식을 과식한 후에 생기는 복통, 설사, 산통(疝痛)을 예방해주고 치료해줄 뿐 아니라 갈증까지 멎게 해준다. 그러니 후식으로 이만한 과일이 없는 것이다.

여지는 귀한 과일이다. 생육조건이 까다로워 열대와 아열대 일부지역에서만 자라고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살 수 없다. 설령 산다고는 해도 열매를 맺지 않는다. 열매가 나오는 시기가 여름 한철로 한정되어 있고 보관이 안되어서 멀리 가져갈 수도 없다. 그런데도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아 한 번 맛 본 사람들은 그 맛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한(漢)나라 고조 유방(劉邦)도 남쪽에서 진상된 여지의 맛을 보고 반해 여지나무 100여 그루를 장안으로 옮겨 심게 하였는데 다 죽고 말았다는 기록이 있고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易)는‘여지는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하루가 지나면 색이 변하고, 이틀이 지나면 향이 변하고, 삼일이 지나면 맛이 변하며, 사일이 경과하면 색과 향 맛 모두가 없어진다.’고 하였다. 여지는 그 지역을 벗어나면 살 수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에 날것(fresh)으로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여지는 산지에서도 제철이 아니면 맛 볼 수 없기에 귀한 신분으로 대접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여지를 더욱 진귀한 과일로 만든 일등 공신이 있으니 바로 경국지색 양귀비다. 양귀비는 대단한 미인이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치명적인 중독성을 가져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편의 꽃 이름이 양귀비이겠는가. 그 양귀비가 여지의 애호가였다. 신당서(新唐書)의 양귀비전(楊貴妃傳)에 보면 ‘양귀비가 여지를 좋아하여 반드시 싱싱한 것을 구해줘야 했는데 현종이 기병들을 보내 수천리길을 이어 달리게 하여 맛이 변하기 전에 장안(長安)까지 도달하도록 하였다.’고 되어있다. 그러니 양귀비에게 신선한 여지를 진상하기위해서는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민폐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라. 맛있는 여지는 주로 음력 7월에 출하된다. 더구나 여지의 주산지인 중국대륙의 남쪽 남령(南寧)에서 북쪽의 수도 장안까지는 무려 1,200km나 되는 먼 길이다. 과일이 상하기 쉬운 무더운 한여름에 그것도 수 천리나 되는 먼 곳까지 가져가야 한다. 여지는 가지에서 떨어진지 4일이 지나면 색과 향 그리고 맛이 사라진다했으니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여 당도하려면 목숨을 걸고 촌각을 다투어 달려야 했다. 여지를 배달하는 사자(使者)들은 10리 간격으로 설치한 숙역(宿驛)에다 역마(驛馬)를 두고 말을 빈번히 갈아타면서 길을 서둘러 밤낮으로 말을 달려야 했다. 그 와중에 많은 수의 말과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 막대한 운반비용이 들었다. 민폐도 대단히 심했는데 사자들이 시간 단축을 위해 길을 버리고 지름길인 밭을 가로 지르는 바람에 백성들이 애써 가꾼 농작물이 짓밟혀 농사를 망치기도 했고 급하게 달리는 말발굽에 통행인들이 채여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더구나 이렇게 시간을 재촉하여 장안 궁궐에 도착한 여지도 검사관이 그 맛을 보아 신선한 상태라면 통과되었지만 만약에 어떤 사정에 의해 배달이 지체되었다거나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지의 맛이 상했다면 사자가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고 하니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기막힐 일이었다. 양귀비에 대한 백성들의 원망과 지탄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그런데도 해마다 음력 7월 여지가 나는 철이 되면 남쪽에서 여지를 실은 말이 붉은 먼지를 일으키며 양귀비가 기거하는 화청궁으로 내달리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군주가 며느리인 애첩의 입맛을 맞추려고 백성들이야 죽어나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았으니 그런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도리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사치와 방탕의 끝은 언제나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는 법이다. 여지(荔枝)는 양귀비가 피부미용을 위해 매일 목욕을 즐겼던 온천 화청지(華淸池)와 더불어 허영과 사치를 드러내는 상징물이었다. 산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여지를 수 천리 떨어진 장안에서 매일 먹을 수 있었던 양귀비는 엄청난 호사를 누린 여인이었다.

시대가 변했고 교통수단이 변변치 못하였던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교통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초고속시대의 도래로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쪽은 시간을 다투어야 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리찌도 분명히 그 수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고 비행기로 운반할 경우 시간적으로는 충분히 신선한 리찌를 유통시킬 수 있을 터이다. 헌데 아직까지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아직은 리찌 애호가의 숫자가 많지 않아 수요가 적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탓일 것이다. 냉동 리찌가 후식 메뉴로 대부분의 음식점에 당당히 자리하고 리찌 맛을 즐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리찌 애호가들이 점점 늘어나다보면 언젠가는 여지의 산지에 직접 가지 않고서도 주변에서 신선한 리찌를 사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양귀비가 그토록 사랑했던 과일 리찌, 그 맛에 한 번 빠져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노파심에 사족을 붙인다. 이런 것도 사치스럽다고 양귀비 부류라 손가락질 한다면 나는 당분간 냉동 리찌만 먹을 것이지만. 1kg(30-40개)에 4천원 내외면 주문할 수 있으니 5kg정도 주문하여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는다면 뭐라 할 사람 없지 않을까? 그리고 한 마디 더, 예전에 치앙마이에 갔을 때 비닐 봉투로 한 가득 담았던 리찌가 그때 돈으로 2달러였다. 과일의 왕 리찌는 정말 우아한 맛을 지녔지만 가격이 그렇게 비싼 과일은 아니라는 사실. 양귀비 때문에 값이 비쌀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 과일이어서 그 오해를 풀어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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