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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막동에 뿌리 내린 향산고택과 치암고택(글/사진/정연상_안동대 건축공학과 교수)

안동지역 근현대사의 단편을 보여주는 고택들
안동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변화 속도가 느리지만 여러 지역들이 그랬듯이 많은 사회 변화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안동지역은 근대기를 거치면서 독립운동관련 인물들을 많이 배출하였으며,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신을 버리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해왔다. 그들의 행동은 근대기 이전 문화유산이 많은 안동에 또 다른 문화유산과 그 자취를 남겼다. 그들 남긴 유형 및 무형의 유산은 근대기를 넘어 현대와 미래의 안동사회와 정신문화를 이끌고 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이들 유산의 가치는 사회의 산업화에 따른 변화, 근대화 및 현대화에 따른 농촌지역 도시화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 그런데, 유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던 시기의 유산들은 대부분 변화의 칼바람을 맨 몸으로 버티거나 헤쳐 나가야 했기 때문에 미미한 변화의 바람에도 쉽게 흔들렸다.

현대기 안동지역 사회와 지형 변화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안동댐과 임하댐 건설이다. 댐 건설의 문제점에 대하여 갑론을박하자는 것은 아니며, 다만 이로 인하여 발생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자는 것이며,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때 만반의 준비를 하고자 함이다. 본 순례자는 건축을 순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궁금한 것은 당시 집들이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고, 이들은 어디로 갔으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원래 모습과 성격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전혀 알아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등이다.

나는 이번 순례 길에 나의 오래된 친구와 함께 안동 토계동 향산고택(響山古宅)과 안동 원촌동 치암고택(恥巖古宅)으로 향했다. 이 두 고택은 이전하기 전 있었던 곳의 지명을 따라 문화재명에 토계동과 원촌동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문화재는 현재 안동시 안막동에 있으며, 가로 지명을 따라 향산고택은 퇴계로 297-6번지와 치암고택은 퇴계로 297-10번지로 바뀌고 있다.
향산고택과 치암고택이 있는 안막동은 안동시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으며, 주변 지형 및 산세는 안동 시내를 향해 흐르고 있으며, 농경지보다 야산으로 도심 확장의 끝자락에 있다. 안막동은 자연마을인 안막골(일명 안막곡)에서 유래했으며, 안동부 서부에 속한 지역으로 1914년 7월 행정구역 개편으로 안막동이 되었고 1931년에는 안막동을 일본식으로 안막정(安幕町), 명륜1정목(明倫1丁目), 명륜2정목으로 분리하였고, 해방 이후 1947년에는 안막동으로 복원했다. 이후 안막동은 1963년 안동읍이 안동시로 승격하면서 안동시 안막동이 되었고 1997년에 행정동인 명륜동(明倫洞) 관할이 되었다. 현재 안막동은 한적한 주거지역인데, 진입 도로인 퇴계로 주변은 현대식 주택과 아파트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안동 향산고택과 치암고택의 지리적 환경
향산고택과 치암고택의 출입은 시청 앞을 지나 도산방향으로 난 퇴계로(35번 지방도)을 이용하는데, 안동시는 1960년대부터 안막동 고개로 오르는 곳에서부터 도산서원에 이르는 국도를 ‘퇴계로’로 명명했다. 고개의 경사면 중턱에는 향산고택과 치암고택의 진입로가 퇴계로에 면해있다. 그리고 고개 위에는 최근에 지은 것으로 안동시 북문 역할을 하는 도신문(陶信門)이 있다. 그런데 고개를 꽉 막고 있는 모습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렇게 안과 밖의 경계선을 굳이 긋는 것이 좋았을까? 우리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떠한지?

두 고택 앞을 지나는 퇴계로는 심하게 굽어 있었으나 최근 도로 정비를 통해 곧게 바로 잡았으며, 도심의 확장으로 주변 지역은 안동시내에 편입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진성이씨 두 가문 향산고택과 치암고택은 퇴계로를 향하고 있는 좌우 산 능선 사이에 나란히 숨어 있다. 능선사이의 고택과 가옥의 배치는 전면에 가옥 두 채가 있고, 이 가옥 뒤에 퇴계동 향산고택이 있다. 그리고 향산고택의 뒤에는 치암고택과 또 다른 가옥 한 채가 있다. 건물의 규모와 터를 보면 치암고택이 향산고택보다 크고 넓다.

좌우와 뒤가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이고 큰 도로에서 머리끝이 살짝 보이는 곳에 터를 잡은 치암고택과 향산고택은 남측 아래로만 열린 지형적 구조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터 이용방식으로 향산고택 뒤 담장은 뒷집인 치암고택 바깥마당의 옹벽 역할을 한다. 그리고 지형적 높이 차이는 치암고택 바깥마당 바닥이 향산고택의 안채 용마루보다 높게 만들었다. 치암고택의 배면 담장 너머에는 작은 텃밭을 꾸며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형에 터를 잡은 모습을 보면, 치암고택(恥巖古宅)의 ‘恥(부끄러움)’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것 중 하나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라 했다. 즉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어 자랑하기보다 유학자로서 변하지 않는 자세로 본분을 다하는 것이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아닐는지……. 참으로 선비로서 부끄러움은 무엇인가. 그 무엇이 목숨과도 바꿀 수 있게 했을까. 치암고택과 향산고택은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오늘날의 우리를 뒤돌아보게 해주는 장소인지도 모른다.

숭고하고 고결한 희생을 보여준 향산고택 사람들
향산고택은 퇴계로에서 북측으로 난 고택 안길을 따라 진입하며, 안길로 몇 걸음 들어서면 향산고택의 서측담장 모서리가 보인다. 이 고택은 옛 안동군 도산면 토계동에서 현 위치로 옮겨 지은 건물이다. 건물이 제 위치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높은데 그렇지 못한 점은 아쉽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단아한 향산고택은 한일병합으로 망국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자결한 향산 이만도 선생의 정신과 숨결이 묻어 있는 고택이다. 선생은 나라를 망하게 한 죄인인 신하가 어떻게 자신의 집에서 편히 죽어갈 수 있느냐하며 예안면 율리 재종손인 이강흠의 집에서 단식 24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나라에 대한 선생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향산 이만도 선생(響山李晩燾, 1842~1910)은 퇴계의 11대 후손으로 병인양요(1866년)가 일어나던 해, 25살의 나이로 문과에 장원을 한 후 동부승지 당상관까지 올랐다. 이후 이만도 선생은 민비시해사건 이후 고향 땅인 예안에서 항일의병을 일으켰었다. 향산고택의 사랑채에는 편액 향산구려(響山舊廬), 이고재(貳顧齋), 기암고택(起岩古宅), 반산재(泮汕齋)가 걸려 있다. 기암은 이만도의 장자인 이중업(李重業)의 호이며, 이고는 향산의 손자인 이동흠(李棟欽, 1881~1967)의 호(號)로 독립운동가였다.

독립운동을 한 시아버지와 남편을 따라 이중업의 아내 의성김씨 김락(金洛: 1862~1929)도 독립운동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김락은 옥중 고문으로 실명을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향산고택 사람들은 당시 지식인으로서 사대부 자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만인에게 보여줘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침내 1986년 3월 고택은 한 집안의 3대 독립유공을 기려 ‘삼대독립운동가문’으로 지정되었다. 따라서 이런 모습은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귀감이 된다. 향산 이만도 선생과 그의 숭고한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후손과 며느님 김락의 실천적 행동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가슴속에 다가와 묵직한 감동의 이야기를 건넨다.
향산고택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과 애국애민의 정신은 한여름 밤 실경 뮤지컬 ‘락 – 나라를 아느냐’를 통해 안동사람과 안동을 찾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향산고택과 같은 수많은 고택들은 안동지역 힘의 원천이므로 현대인들이 어떻게 이를 해석해서 오늘에 맞는 상품을 만드는 일, 더 나아가 과거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통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 문득 생각난다.
“안동은 이야기의 보물창고인 동시에 정신문화의 무한한 에너지원을 갖고 있는 곳이지. 그 뿐인가 이것들은 다양한 상품이 될 거야. 정 선생은 좋겠어. 이런 안동에 살고 있으니.”

단아한 기품으로 다가오는 향산고택
향산고택은 19세기 전반에 지은 건물로 도산면 토계동에서 1976년 현 위치로 이건한 건물이며, 이전 전 1973년 8월 31일 경북 민속자료 제9호 ‘안동 토계동 향산고택’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고택은 대문간, 사랑채, 안채,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곽은 토석담장으로 사면을 둘렀다. 최근 고택은 허물어진 담장을 보수하고 마당을 정비하고,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일부분 내부 구조도 현대식으로 개조한 후 고택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사랑채를 개방하여 활용하고 있다.

고택의 출입은 동서로 나지막하게 쌓은 토석담장 중간에 있는 일각문 규모의 대문을 이용한다. 동서방향의 토석담장과 대문 앞에는 담장과 같은 길이의 장방형 마당을 꾸며 놓았다. 담장 맞은편 마당 끝자락에는 향산고택 사람들의 곧은 심성을 보여주는 대나무가 자라고 있다. 고택은 대문을 들어서면 서남향을 하고 있는 ‘ㅡ’자형의 사랑채가 있고, 북측에‘ㄷ’자형의 안채가 ‘ㅡ’자형의 사랑채와 트인 ‘튼 ㅁ’자형 배치를 하고 있다. 안채의 서측에는 최근에 건립한 정면 2칸 측면 1칸 현대식 화장실이 있고, 동측에는 수도시설이 있고, 안채 배면에는 뒤뜰을 꾸미고 외부와 면한 곳에 토석담장으로 축대를 쌓아 놓았다. 토석담장의 축대는 골짜기에 쌓아서인지 일부구간에는 물이 나고 있다.

ㄷ’자형 안채의 평면구성은 안마당에 면한 중앙 2칸 안방과 1칸 안대청의 전면에 툇마루를 꾸며 출입이 용이하도록 하였으며, 동측 익사에는 고방과 동상방을, 서측 익사에는 부엌과 서상방을 배열하여 정면이 열린 ‘ㄷ’자형을 하고 있다. 좌우 익사의 방 끝 박공면 아래에는 툇마루를 꾸며 독특한 공간구성을 보여 주고 있다. 안방과 고방의 천정은 고미반자로 꾸며 안대청에서 수장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규모가 작은 살림집의 짜임새 공간 구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쪽마루에서 툇마루, 수장 공간의 전개과정을 엿볼 수 있는 건축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다. 안채의 지붕 형태는 경상도 일대에서 흔히 보이는 형태로서 추녀를 사용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마감했다.

‘ㅡ’자형의 사랑채는 서측의 두 번째 간에 대문간을 만들어 중문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랑채로 출입하는 사람은 중문간을 통해 서측 익사의 툇마루를 보기 때문에 안사람들의 움직임을 볼 수가 없으며, 안채로의 출입도 한번 꺾어서 진입하기 때문에 안채에서 손님을 준비할 수 있는 짧은 시간을 갖게 한다. 참으로 고택은 짜임새 있는 배치와 채의 실 구성을 보여준다.
사랑채는 중문간을 중심으로 서측에 1간의 방, 동측에 2간의 사랑방과 1간의 사랑마루를 꾸며 놓았다. 동측의 사랑방과 사랑마루는 3칸 전면에는 쪽마루를 달아 외부에서 출입이 편리하도록 하였고, 사랑방 뒷벽에는 벽장을 꾸며 놓았다. 사랑채의 지붕은 배출한 인물들처럼 간결하고 단아하게 홑처마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

향산고택은 다른 고택에 비하여 규모가 작지만 고택이 품고 있는 힘과 기운이 단아하면서 강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향산고택은 규모가 작으면서 그 가치를 충분히 발산하고 있는 건물로, 좁은 공간을 짜임새 있으면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한 배치 및 실 구성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19세기 이후 실용적 공간을 추구한 사대부가의 한 모습이다.

새 터전에 전통문화를 만들고 있는 치암고택
치암고택은 향산고택 뒤 축대 위에 있으며, 이 고택 또한 향산고택처럼 19세기 후반 건립된 것으로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기 전 1976년 4월 당시 안동군 도산면 원촌동에서 현 위치 안막동으로 이건한 건물이다. 치암고택은 1910년 일제가 나라를 유린하는 것에 비분강개하여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치암(恥巖) 이만현(李晩鉉)의 옛 집이다. 이만현은 퇴계 이황(李滉)의 후손으로 문과에 급제하여 홍문관교리를 거쳐 언양 현감까지 지냈다.

현재 치암고택은 1973년 8월 31일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1호로 지정되었고 후손들이 거주하면서 고택을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고택 활용은 숙박을 통한 고택 체험프로그램과 사랑방 문화강좌를 열어 문화 공유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그리고 지역 문화 예술인들을 초빙하여 예술음악회를 개최하거나 전통혼례 장소로도 이용하고 있다. 참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치암고택은 향산고택의 서측 토석담장을 따라 난 안길을 따라 출입하며, 약간의 급경사 안길을 오르면 바깥마당과 최근에 지은 바깥채, 문간채가 한눈에 들어온다. 치암고택은 ‘一’자형 대문채와 대문채 안의 ‘口’자형 본채가 남서향을 하고 있는데 같은 축선 상에 있지 않고 대문간 채가 동측으로 치우쳐 있다. 그리고 ‘口’자형 본채는 정면 동측에 사랑을 꾸며 2간이 돌출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본채와 문간채 사이는 넓은 잔디마당을 꾸며 놓았으며, 대문간에서 본채를 보면 사랑채의 방과 마루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마당은 갖가지 활용프로그램을 펼치는 장소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본채의 서측에는 장독대와 우물, 신축 중인 화장실이 있고, 배면 토석담장에는 협문을 달아 뒤 텃밭으로 출입하도록 하였다. 배면 토석담장을 바라보고 있는 본채 배면 벽에 걸린 시래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한 된장을 끓인 구수하면서 시원한 어머니의 시래기국이 생각나게 한다.
치암고택의 본채는 자그마한 ‘ㅁ’자형 안마당을 중심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결합한 ‘ㅁ’자형 평면을 하고 있으며 동측모서리부분이 돌출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안채는 안마당을 면한 2칸 대청을 중심으로 서측의 우익사에 안방과 부엌간이, 동측 좌익사에 상방과 중방이 있다.

사랑채는 지붕 구조를 달리하는 서측의 창고와 중문간과 연결되어 있으며, 중문간은 안채로 출입하는 대문이다. 사랑채는 중문간에서 동측으로 큰사랑방 2칸, 마루방 1칸, 작은사랑방 1칸이 있으며, 작은사랑방 앞에는 1간 규모의 마루를 꾸며 놓았다. 큰사랑방과 마루방의 정면은 툇마루가 연결하고 있으며, 작은사랑방 앞에는 툇마루보다 한 단 높여 마루를 꾸미고 난간을 둘러 누마루처럼 꾸몄다. 그리고 누마루에는 ‘청풍루(淸風樓)’라는 편액을, 작은 사랑방에는 ‘호도재(浩道齋)’라는 편액을 달아 놓았고, 호도재 편액 아래에 ‘숙흥애매(夙興夜寐)’라는 벽서를 붙여 놓았다. 참으로 치암고택답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청풍은 맑고 깨끗한 바람을 통해 더러워진 몸 깨끗이 씻고자함이며, 호도는 호연지기(浩然之氣)의 길을 걷고자 함이며, 숙흥야매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착한 천성을 변함없이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말함이다. 이것은 선비가 부끄러움을 알고 굳건히 지키고자한 것들이 아닐까? 이만한 누라면 인간의 도리와 선비의 도리를 행하기에 충분하다고 치암고택 사람들은 생각한 것이 아닐까? 참으로 단간 누마루에 내재된 힘, 치암고택의 기운이 느껴진다. 고택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도 이곳의 에너지에 흠씬 젖었으면 좋겠다.

사랑채 남측에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대문채가 있는데, 중앙 간에 솟을대문을 꾸미고 그 좌우에 1칸의 방을 두었다. 대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깥 기운은 사랑채 대청과 청풍헌 누마루에서 이를 받고 있다. 사랑채는 중문간과 만나는 부분은 맞배지붕으로, 반대편 동측은 팔작지붕으로 처리했다. 치암고택의 지붕은 용마루 높이와 건물 규모가 달라 짧고 긴 선, 직선과 곡선의 여러 선들이 오가고 있었다.
기와지붕의 용마루선, 내림마루선, 추녀마루선, 처마 선들의 오묘한 어우러짐과 많은 선들은 어디로 외출하였는가?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3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