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꽃동네를 다녀와서(글/이영철_성남 늘푸른고등학교 2학년)꽃동네.
매번 생각하지만 역시 다시 한 번 간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가슴이 막막했다. 작년 처음 음성꽃동네에 봉사를 갔을 때 상당히 힘들었기에 그 힘든 일을 다시하려니 앞이 조금 캄캄하긴 했다. 약간의 두려움이랄까? 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가평꽃동네는 음성에 비해서 여려 면에서 조금 더 편하다고 알려졌기에 다소 편한 마음으로 갈수 있었다. 만들어진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아직 정비되지 않은 곳도 있고 짓고 있는 건물도 있었다. 하지만 규모는 역시 음성꽃동네가 더 큰 것 같았다.
첫날 입소 후 직원으로부터 그곳 생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는 “자애의 병원“으로 배정받았다. 나는 병원이라기에 어둡고 컴컴한 느낌을 가졌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환자분들 몇 분을 제외하고는 다들 밝게 웃고 계셨다. 나는 그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병원은 견디기 힘든 고통을 받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처음 일을 시작한 건 10시경 짐을 내려놓고부터였다. 봉사자가 안 보여 근처에서 함께 일하는 조요셉 아저씨께 여쭤보았더니 짧게 “2월 달이잖아” 라고 답해주셨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2월은 춥고 개학준비도 하는 등 바쁜 달이기에 봉사자가 없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름과 1월 방학시즌에는 자주 오면서 2월달은 자기가 바쁘다고 안 오는 것은, 자기가 편리한대로만 봉사활동을 하려는 것 같아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바쁜 시간을 쪼개서 봉사활동하시는 분들이 더욱 존경스러웠다.
첫 번째 시작한 일이 바닥청소였는데 바닥청소는 웬만한 힘으로 안 될 정도로 어려웠다. 바닥에 묻어있는 토사물과 오줌을 닦아야했기 때문에 다른 일보다 더욱 힘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가위질이라는 것을 했는데 오래된 시트나 못 쓰는 옷을 가위로 일정하게 잘라 걸레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가위가 작아 한참을 하다보니 손에 피멍이 들어 상당히 고생했다.
오후 5시쯤 퇴근(?)을 하고 온 봉사자 숙소는 넓고 따뜻했다. 자정까지는 보일러가 들어오는 듯 했다. 6시쯤 간식을 다 먹고 막상 혼자 있으려니 답답하고 외롭기도 했다. 아무도 없고 혼자 있으니 왠지 외톨이가 된 느낌이었다. 핸드폰을 만지다가 10시에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추워서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보일러가 꺼졌다. 왜 사람들이 꽃동네 갈 때는 옷을 잘 챙기라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불도 나의 체형에 비해 작았기에 새우처럼 잠을 잤다.
이튿날은 편하게 지나갔다. 큰 사고도 안 나고 단지 환자분들 곁에서 시중드는 일을 반복하고는 오후에 나는 ‘퇴근’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꽃동네는 퇴근이란 말이 쓰일 정도로 일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숙소에 돌아와서 눈에 불을 켜고 찾은 농구공으로 춥지만 농구를 했다. 같이 하던 이곳 아저씨는 농구를 정말 잘하셨다, 내가 졌지만 너무나 일방적이라 할 말이 없었다.
마지막 날에는 봉사자가 7명이나 왔기에 다소 편하게 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환자분들을 씻겨드렸기에 쉬는 것은 잠시뿐이었다. 환자분들은 대부분 야위었다.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말랐다. 정말 뼈와 피부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문득 ‘이분들은 뭘 잘못했기에 이렇게 되셨나?’ 라는 생각을 해봤다. 아무래도 나는 잘 먹고 잘 컸기에 힘든 것을 못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들은 산전수전 다 겪어봤으며 인생의 쓴맛을 잘 알고 계신다고 생각했고 어떤 분은 나에게 진심어린 충고도 해주셨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일을 마치고 오후 3시쯤 부모님이 데리러 오셨다. 마지막으로 힘들게 일한 나에게 수녀님과 환자분들 가족 분들이 따뜻한 작별 인사를 해주셨고 기분 좋게 그곳을 나올 수 있어서 행복했다.
2박3일의 짧은 봉사 끝에 많은 것을 도와드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