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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정든 안동의료원 떠나는 신현수 원장(글/이희수_프리랜서 작가)

신현수 원장과의 힐링캠프
늘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다가, 어느 날 우연히 이 버스는 어디까지 갈까 궁금증이 일었던 때가 있었다. 버스로 10분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학원까지의 일정한 노선이 지루하던 어느 여름 날, 누군가의 속삭임처럼 버스에 몸을 맡기고 낯선 동네를 여행했다. 버스를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늘 같은 곳에서 끝이 나던 길을 벗어나 연장선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기도, 두렵기도 했다. 작은 일탈로 어른이 된 것처럼 차창에 비친 내 옆모습을 흘깃 흘깃 보던 새, 버스의 종점에 닿았다. 예상했던 기대 혹은 두려움과 달리 뜻밖에도 안도감이 들었다. 임무를 완수했다는 느낌이랄까.

일상에서 마주한 단면의 그 짧은 시간일지라도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라도 될 수 있다. 하물며 이십 년이라는 긴 시간은 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한 길을 이십 년간 지켜오다 그 끝을 마주한 순간에는 역시, 임무를 완수했다는 안도감이 들까.
6월의 이른 더위를 식혀주는 보슬비가 내리는 오후였다. 양복을 벗고 하얀 가운을 걸친 노년의 의사는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는, 안동에서 반평생을, 안동의료원에서 그 반평생을 보내온 안동의료원의 신현수 원장(73)이다. 처음 주사를 맞으러 가는 아이처럼 긴장감이 들었지만 신현수 원장의 입담에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며 우리들의 ‘힐링캠프’는 그렇게 진행되었다.

의사로의 소명, 그리고 안동의료원과의 인연
미국시인 T.S. 엘리엇의 「네 개의 사중주」 라는 시에는 ‘날카로운 메스와 따뜻한 연정을 동시에 지닌 존재는 의사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안동의료원장의 임기를 1년 남기고 있는 신현수 원장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그런 의사가 되고 싶었고 그런 의사가 되기 위해 늘 마음속에 새겨 두고 있었다.
안동의료원의 원장으로서 20년을 보낸 신현수 원장은 1년 남은 임기를 앞두고 용퇴를 결심했다. 6월 22일 근무를 끝으로 안동의료원을 떠난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후학을 위한 배려가 제일 컸다.

신현수 원장이 안동의료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40여 년 전인 1972년이다. 당시 경북대 외과전문의로 미국의사면허를 취득한 그는 미국으로의 이주를 계획하고 있었다. 가고자 했던 병원과 시기가 맞지 않아 미국으로 들어가기 전, 안동의 도립병원 외과 과장으로 몇 달을 있다 갈 참이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몇 달 머물다 갈 거라고 생각했던 여정은 3년이 되었고 그 3년의 시간은 신현수 원장을 미국이 아닌 안동에 있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 시간이 되었다. 그 때의 인연은 또한 신현수 원장을 지금의 안동의료원에 있게 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안동에는 성소병원과 지금의 안동의료원인 도립병원뿐이었고 많은 환자들과 열악한 의료 현실에 그는 미국으로 떠나고자 했던 마음을 접었던 것이다. 70년대, 의사로서의 길을 펼치기에 마땅한 자리를 따지기보다, 소명을 실현코자 했던 그의 결정은 젊은 신현수 외과전문의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3년을 도립병원(현 안동의료원)에서 외과 과장으로 보낸 뒤, 신현수 원장은 안동에 외과전문병원이 없다는 것에 개원을 하게 된다. 의사로서 많은 환자를 위해 매진하고 싶은 생각에, 1975년 신현수 외과의원이 삼산동의 지금은 없어진 스쿨서점 자리에 자리하게 되었다. 안동과 반세기를 함께하고 있는 그가 역사 속의 인물처럼 아득해 보이기도 했다.

신현수 외과의원은 17년 간 그 자리에 있었다. 아래층은 병원을 하고 위층은 입원실 그리고 가장 위층은 신현수 원장의 집이었다. TV 속에서 보던, 새벽에도 쾅쾅 문을 두드리면 의사가 나와서 수술을 하고 환자를 돌봐주던 그런 병원이었을 게다.
당시만 해도 외과전문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았고 신현수 원장 또한 병원을 찾는 환자들로 인해 보람과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최선을 다했다. 24시간을 항상 대기하며 병원과 집에 똑같은 벨을 설치해 손님이 병원에 들어오면 집에서도 알 수 있게 했다. 밤에 오는 손님은 그만큼의 사연이 있어 방문한 것이니 모두 응급환자로 여겼고 그렇게 낮과 밤이 없이 17년을 신현수 외과의원의 의사로서 환자를 돌봤다.

마침 안동의료원의 감사를 맡고 있던 그는 안동의료원 원장직 공모 소식을 듣게 된다. 17년간의 정든 병원을 떠나 여전히 의사이지만 또한 경영자로서의 자리로 옮겨가는 데에, 그 결심 또한 어떤 계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대답은 의외였다. 신현수 원장은 ‘이제 외과의사로서는 다했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안동의료원의 감사를 맡고 있던 영향도 컸을 것이다. 당시의 의료원 운영현실을 훤하게 알고 있던 터. 그는 지역을 위해 무언가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현실을 마주하고 의료원을 살리면 안동시민들이 더 없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12년 자혜의원으로 시작한 안동의료원은 그 역사 또한 안동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런 역사와 전통을 가진 병원을 ‘주민의 병원’으로, 주민에게 돌려주고자, 신현수 원장은 1992년 안동의료원 원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의술은 인술이자 베푸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안동의료원을 통해 힐러(healer)로서 지역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보게 된다. 안동의료원의 원장으로서 취임한 그 해는, 1972년 도립병원 시절의 안동의료원에 외과 과장으로 첫 인연을 맺은 지, 꼭 20년 만인 1992년이었다.

나는 운 좋은 외과의사
안동의료원을 20년간 이끌어 온, 수장으로서의 신현수 원장은 이미 많은 공로를 인정 받은 바 있다. 적자를 면치 못했던 안동의료원이 흑자로 돌아선 것은 물론 별관과 응급센터를 증축하면서 종합병원으로 도약하였다. 명실공히 지역공공의료기관으로서 안동은 물론 경북북부지역의 의료복지를 이끌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하여 그가 지역 사회에 미친 의료 복지증진과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 기관의 수장으로의 면모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니, 더 말하자니 사족이 될 것 같다. 그보다 이전, 의사로서의 그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인터뷰 내, ‘의술은 인술이다’ 를 누누이 강조하는 그는 슈바이처를 꿈꾸던 의학도였다. 197,80년 대는 그것이 가능했단다. 부족한 의료기구와 열악한 병원의 복지 현실은 그를, 현실을 개척해 나가며 인술을 베푸는 한국의 슈바이처를 꿈꾸게 했다. ‘요즘은 슈바이처가 되고 싶어도 필요없다’는 농을 던졌는데, 그만큼 한국의 의료기술과 현장이 선진화된 셈이다.
실력은 기본이다. 신현수 원장의 말이다. 외과의사이니 당연히 실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할 일이다. 그리고 뒤에 붙은 말이, 그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수술을 해온 환자가 자신의 손을 거쳐 회복했고 세상을 등진 환자는 없었다. 수술실에서는 의술을 행하는 자로서 늘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때문에 그 시절, 신현수 원장에게 신앙은 없었지만 수술실에 들어서기 전 항상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자에게 기도를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하지만 나머지는 전지전능하신 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환자를 살리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은 환자의 가족보다 더 절실했던 것이다. 어쩌면 수술실에서 가장 치열한 사람은 환자가 아닌 의사일 수도 있다. 매 순간이 위험과 예측 불가능 한 상황 속에서 선택과 판단의 기로에서 수 번을 왔다 갔다 한다. 많은 환자를 접하다 보면 드라마틱한 상황을 수도 없이 만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척추 장애를 가진 산모가 응급한 상황에 병원을 찾았다. 임신 중독증으로 의식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발작을 하고 있었다. 태아와 산모 모두가 응급한 상황이었다. 척추 장애의 산모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꼽추의 상태였다. 산모는 발작 중이고 태아를 꺼내기 위해 수술하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신현수 원장은 임신중독증 상태의 산모는 가능하면 빨리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판단을 내렸고, 환자를 마취할 시간도 없이 그는 산모의 배를 열었다. 단 한 번의 메스로 자궁까지 열어 태아를 보았다. 척추 장애 산모의 좁은 골반 안에 아이의 머리가 끼어 있었다. 순간 산모와 태아를 놓고 그는 산모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를 잡아 당겼다고 한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생명과 사투를 벌였던 그는 순간 태아의 ‘앙’ 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마치 가브리엘 천사가 내려온 듯, 그렇게 아름다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신현수 원장은 당시를 생생하게 회상하고 있었다.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상황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어 아쉽지만, 늘 수술실에서 생명을 가늠하고 선택하고 그 경계의 찰나에서 수십 번의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의사의 고뇌가 느껴졌다. 의사의 손에 쥔 날카로운 메스는 손끝에서 행해지는 것이지만 또한, 의사의 심연에서 나오는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냉철한 판단에서 시작되는 인술이었다.

의술은 인술이다
‘의술은 인술이다’ 이 말은 신현수 원장이 인터뷰 내,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어떻게 보면 다소 형식적인, 혹은 대외적인 그리고 우리가 의사를 표현할 때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다. 처음에는 동감하기 어려웠다. 너무 교과서적인 표현이라고 할까. 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그의 의사로서의 많은 경험들을 나누고 보니 의사라는 직업이 참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회적인 덕망을 얻어서가 아니라 의술이 인술이라는 것은 또한 사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인술은 베푼다는 의미였다. 그에게 수술대 위의 환자는 일종의 뮤즈이다. (적어도 인터뷰 동안 그의 기억에 남은 환자들과 그가 환자를 표현하는 많은 의미들이 그러했다) 환자는, 의사로서의 희열과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존재이자 또한 의사를 대변하는 하나의 집성체이다.

안동의료원이 도립병원이던 시절 외과 과장으로 있던 때 얘기다. 젊은 청년이 위궤양으로 병원을 찾았다. 신현수 원장은 위궤양으로 진단을 내렸지만 돈이 없는 청년은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그는 청년에게 제안을 했다. 수술에 필요한 약만 약국에서 사오면 수술은 그냥 해 주겠노라고. 결국 신현수 원장은 청년을 단순한 위염으로 진단하고 몰래(?) 수술을 해준 셈이었다. 하나의 일화지만 그에게 돈이 없는 환자는 무수했고 그는 그런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최소의 비용으로 많은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주는 의사였다. 훗날 신현수외과의원을 개원한 후 신현수 원장은 그 청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문경경찰서의 형사가 된 청년은 말끔한 차림으로 그 때의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신현수 원장을 다시 찾아왔던 것이다. 신현수 원장은 유독 그 청년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치 환자는 의사로부터 치료받고 의사는 환자로부터 치유되는 관계가 아닐까, 문득 생각이 일었다.
얼굴도 모르는 젊은 형제들이 녹용을 선물하고 그렇게, 훗날 병원비를 갚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십여 년 전 신현수 외과의사로부터 돈이 없어 치료를 받을 형편이 못 되었었던 환자들의 자식들이다. 돈 생길 때 갚으라는 한 젊은 외과의사는 그렇게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려보냈다.

외과의사 카리스마에 반해 “그래 바로 이거다”
예천읍 노하리에서 출생한 신현수 원장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6남매 중 첫째로, 벨벳 수공업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법조인을 꿈꾸던 신현수 원장의 꿈을 의사로 바꿨다.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일에 매진하는 것이 그의 성격이다. 마음먹은 일에 대해 의심의 여지없이 추진한다는 것에는 결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은사였던 화학과 교수의 소개로 아내 안재야 씨를 만났다. 당시 아내는 약학과 조교였고 신현수 원장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던 때였다.

그는 아내를 세 번 만나고 ‘나는 됐으니까 알아서 하소’ 한마디를 던졌다. 나는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그 쪽에서 결정하라는 말이었다. 나중에 아내가 ‘돌았나?’라고 했다니 어느 여자가 들어도 똑 같은 마음이었을 상황이다. 아내는 ‘싫다’고 했지만 결국 신현수 원장을 마음에 쏙 들어 했던 장인, 장모와의 합동 추진(?) 결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에야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지만 만난 지 세 번, 3월에 만나 5월에 결혼에 이르렀다니 천생연분이 아니고서야 그런 인연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항상 바쁜 그 대신에 2남 1녀를 번듯하게 키운 공도 다 아내의 덕이다.

의과대에 진학해서도 외과로 전공을 정한 것도 한 순간의 찰나에서였다. 처음 수술실에 들어갔던 실습 때 외과의사의 카리스마에 반해 ‘바로 이거다’ 라고 결정을 했다. 전투에 임하듯 수술 장갑을 끼고 메스를 드는 외과의의 모습은 화인처럼 그의 가슴에 찍혔다. 모든 수술을 마치고 환자의 회복을 기다리는 외과의의 모습은 그에게 승전고로 들려왔을 것이다. 그 스스로도 큰 역경 없이 인생이 흘러오듯 했다
하니 아마도 그것은, 그가 환자에게 모든 것을 베풀기 위해 타고난 여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안동의료원 외과과장 시절에는 돈이 없는 환자를 도망시키다 걸려서 시말서를 쓴 적도 있었다. 그런 일화들은 신현수 원장이 신현수 외과의원을 개원하게 된 큰 이유가 되었다. 돈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환자들을 위해 그는 늘 병원의 문을 열어두었다.

사실 신현수 원장은 병원과 의사라는 일 외에도 축구와 봉사에도 관심이 많다. 조금은 특이한 이력도 있다. 그는 경상북도축구협회 회장에 한국-스웨덴친선협의회장 그리고 그가 가장 아끼는 이력인,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장이다. 레지던트 시절 대구적십자 병원에서 근무하던 때 봉사자들의 간호 모습을 통해, 그는 물질적인 득이 없어도 소신껏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과 충격을 받았다. 대한적십자로부터 경북지사장의 의뢰를 맡은 것은 1986년도 이다. 그 역시 안동에서 한창 외과의로 이름을 날릴 때였다. 병원이 한창 잘 되던 때였기에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었을 테지만, 대한적십자사의 경북지사장을 맡으며 그 또한 많은 업적을 남겼고 지금까지 병원일 외에, 가장 애착이 가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의 주저도 없이 적십자를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남을 도와주기에 가장 좋은 직업, 의사
‘남을 도와주기에 가장 좋은 직업은 의사이다’ 신현수 원장의 말이다. 이것은 의술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것 그리고 따뜻한 연민을 가진 인술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 모두, 의사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당연한 덕목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매일을 5,6시간 이상의 긴 수술을 하고 나면 수술실을 나오면서 ‘다시는 수술 안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환자가 퇴원하면서 고마워하고 감사해 하며 완치된 모습을 보면 힘든 것을 다 잊어버린다. 다시 수술대 위에서 환자를 마주하고 메스를 든다. 거기서 어떤 희망을 보았고 그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20년이란 긴 시간을 오로지 안동의료원에서 보낸 것은 어떤 뜻이었을까. 다른 병원으로 이적을 할 수 도 있었을 것이고 덕망 있는 그에게 많은 제의도 들어왔을 것이다.
그는 ‘수술을 한다’ 는 표현보다 ‘베푼다’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의사라서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라서 베푼다 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퇴임 후에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제도권 밖에서라도 자신의 손이 닿길 원하는 곳에서 ‘베풀고’ 싶은 마음이다.

언제나 내 마음의 고향, 안동의료원
그는 안동의료원을 ‘마음의 고향’ 이라고 말했다. 1972년 안동의료원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안동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20년 만인 1992년 안동의 료원의 원장이 되었고 그로부터 꼭 20년 만인 올해, 퇴임을 결정했다. 안동의료원은 그에게 의사로서의 삶에 어머니와 같은 품이었을 것이다. 꼭 있어야 할 곳, 단 한 번도 떠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던, 그에게 이곳은 그런 마음의 고향인 것이다.

따뜻한 인정으로 유쾌한 친화력으로 많은 인연을 맺고 있는 신현수 원장은 얼마 전 ‘즈카리야’ 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세례명이다. 2010년 선종한 고 류강하 신부가 당시 안동의료원에서 투병중이였고 신현수 원장은 그로부터 마지막 세례를 받은 것이다. 어쩌면 특별한 인연이다. 미국으로 가려고 했던 젊은 의사를 안동에 머물게 한 안동의료원과 신현수 원장의 인연 역시 특별하지 아닐 수 없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