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남자에게서 우리 소리가 난다-소리꾼 김용우와 박승희-(글/한미례)어느 CF에서 남녀가 서로 지나치는데 갑자기 그녀가 그 남자를 향해 뒤돌아보며 "낯선 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라는 카피가 나온다. 이 광고와 너무도 잘 떨어지는 두 남자가 있다. 그냥 지나칠 날 다시 뒤돌아 쳐다보겠끔 만든 두 남자. 바로 김용우와 박승희이다. 별 기대 없이 듣던 앨범이 도저히 떠나지 못하게 무슨 마법이라도 걸은 듯이 날 당혹하게 하며 기분 좋은 긴장감까지 느끼게 했다.
기분좋은 남자 김용우와 박승희
김용우씨는 벌써 3집(1집 지게소리, 2집 괴나리, 3집 모개비)까지 낸 소리꾼이다.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우리 음악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자랐다. 어머니의 장구소리가 태교역할을 했고 자라면서는 누나의 가야금 소리를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꽹가리를 정식으로 배웠는데 시작하자마자 소리에 푹 빠져 그의 표현에 따르면 생지랄을 하고 다녔단다. 서울대학교 국악과에 진학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의 틀을 잡았고, 입학하던 해 <12가사>소리를 처음 접하고 가슴이 찌르르 떨리는 감동을 느낀 그는 즉시 국악원에 전화를 걸어 이양교선생에게 사사를 청하면서 소리꾼의 길로 접어든다.
박승희씨는 이제 1집(상모)을 낸 앨범시장에서는 새내기(?) 소리꾼이지만 작곡과 연주를 겸비한 21세기의 소리꾼이라는 평을 받는 베테랑 소리꾼이다. 그 역시 서울대학교 국악과 출신이며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전수자이다. 국립국악원 정악연주단에서 피리를 부는 그가 어떻게 소리꾼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걸까. 어릴 적부터 노래를 좋아하던 그는 가수가 되겠다는 희망도 가져보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열정이 어디 갈까. 광주에 예술학교가 신설되는 것을 알고, 다니던 학교까지 그만두면서 판소리를 시작한다. 가수의 길을 갈 수 있는 그런 전공은 아니지만 어떤 형태의 노래이건 부를 수 있었기에 선택했던 길이였다. 노래를 사랑한 그의 마음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흔히들 소리꾼들의 그 둔탁한 목소리가 아닌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고 대중들에게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를 자랑하는 두 사람이 각기 다른 곳에서 활동을 하는데 김용우씨는 무대에서, 박승희씨는 지하철에서 주로 공연을 한다. 김용우씨는 사라져가는 우리 소리를 찾아 무대에 올리고, 박승희씨는 지하철 공연문화협의회 공연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이다.
소리찾아 떠나는 여행
이런 점에서 그들을 구분 지을 수 있는 색깔이 바로 여기에 있다.
김용우씨가 MBC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나올 법한 곡들을 새롭게 편곡함으로써 옛 소리를 오늘의 소리로 어김없이 되돌려 놓는다면 박승희씨는 떠나가서는 아주 오지 말라고 아주 볼 수 없다면 잊기도 쉬워질 것이라는 대중가요에서나 있음직한 가사에 우리 음악을 붙인 것이다.
한사람은 옛 소리를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편곡하고, 또 한사람은 대중들에게 맞는 곡들을 직접 작곡한 것. 두 사람의 이 같은 어떤 시도도 평가가 무색할 만큼 그 무게를 재지 못한다. 지금도 어느 작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우리의 옛소리를 담고 또 배우고 있을 김용우씨. 지금도 어느 구역 지하철 역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 박승희씨.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레임과 동시에 미지에 대한 가벼운 전율까지도 느끼게 한다는 김용우씨의 그 마음이, 경의선 철도가 복원되어 저 멀리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가슴 벅찬 그 날을 그려본다며 음악에 미치고 싶다던 박승희씨의 그 마음이, 영원히 사람들에게 우리 소리의 향기를 뿜어줄 수 있길 바라며 그들의 새로운 앨범을 행복한 설레임으로 간절히 기다린다.[안동]
음악: 음악
1. 김용우의 "지게소리": 박승희의 "상모"-이 곡은 두 사람의 1집 타이틀 곡이다. 지게소리는 우리가 민요에서 들었던 가사에 음은 아주 구슬픈 느낌을 준다. 상모는 상모가 돌아가는 모습들을 빠른 템포로 신나게 들을 수 있는 음악
2. 김용우의 "진주난봉가": 박승희의 "이별소고"-어디에서든 사랑이라는 테마는 사람들에게 많은 느낌들을 선사한다. 진주난봉가는 남편인 진주낭군이 기생첩과 함께 노는 것을 보고는 본처가 자살을 하고 그제서야 진주낭군이 후회를 한다는 내용. 이별소고는 사랑하는 여인을 보내며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아주 올 수 없다면 잊기도 쉬워지리라는 내용
3. 김용우의 "통일아리랑" : 박승희의 "통일은 언제일까"-통일을 염원한 곡이다. 통일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이미 그 음악적 생김새가 알 듯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