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7월의 영호루(글/김선희_안동시 목성동)장롱 속 깊숙이 간직해온 빛바랜 이 낡은 사진이 우리 큰놈은 그렇게 좋았던 모양입니다. 부모님 약혼사진이라며 자기 블로그에 척하니 올려놓았더군요. 덕분에 잊어버렸던 옛 추억들이 하나둘 스쳐갑니다.
내년이면 오십을 바라보는데 사진 속 저는 어제처럼 느껴집니다. 단발머리 여고시절 사제지간으로 만나 부부의 인연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남편은 학교를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가고 있던 터라 결혼할 당시만 해도 ‘우리 예쁜 딸, 구두수선 하는 사람에게 시집 못 보낸다’고 부모님께서는 안보고 살자고 할 정도였어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승낙하시고 서로 서로 가진 것 없으니 집에서 간단하게 음식 차려놓고 상견례를 했지요. 그러곤 못내 섭섭한 것 같아 친구 자가용으로 영호루에 올랐지요. 저때가 벌써 27년이 지난 85년 7월의 일이네요.
시아버님이 하시는 일이, 고아들에게 야간학교도 보내주고 낮에는 구두 닦는 기술을 가르쳤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험한 길을 지금도 신랑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답니다. 남들은 손가락질 하지만 본인이 선택한 일이라서 지금도 열심히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살면서 후회도 있었지만 행복하던 날들이 더 많았으니 이 정도면 저는 성공한 삶이죠.
어느덧 아들이 둘이지만 자식도 품안에 자식이라고 인생의 목표를 부모가 정해주지는 않아요. 즈그들이 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그 길을 선택하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열심히 뛰면서 잘 버티고 있으니까 그 어디에 내놔도 아버지가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 것입니다.
오늘도 땀 뻘뻘 흘리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서방님을 생각하니 저도 저절로 힘이 납니다.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우리 아들 태일아 재일아 사랑한다! 열심히 살자꾸나!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