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어게인! 하회탈(글/성호철)
주말 오후 한적한 도심속을 달려 도착한 곳은 무역센터. 1층 로비에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오히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잊어버릴 정도다. 서울이라는 곳은 답답함과 살벌한 느낌이 많은 곳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삭막함 속에서 오히려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며,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양지 같은 곳이라는 걸 이내 느끼게 한다.
늘 와서 보지는 못하지만 주말만 되면 여기 무역센터 안은 시대의 흐름을 설명해 주려는 듯 그들의 공간을 온갖 예술과 상업성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간에 사람들에게 자기 상품을 쇠뇌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절대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야~ 저거 참 이쁘네.!" "정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우리집에 꼭 이거 하나쯤은 걸어두고 싶다." "정말 아이디어야." 등등 여러 감탄사들로 그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보고 직접 자신이 느끼곤 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들
그럼 문화상품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유행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문화재에 가면 눈에 보이는 조잡한 문화상품들을 이야기한다.(예를들면 유행하는 상품에다가 문화를 덮어 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행이라는 말을 침체되어 있는 문화상품에 접목시킨 것이다. 하지만 문화상품에는 유행이라는 게 존재하지를 않는다. 다만 인간이 유행을 이용해 문화상품에 접목을 시킬 뿐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바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념품들이다.
하지만 그런 문화상품들, 즉 기념품들이 늘 한결같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내 얘길 하자면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는 돌로 만든 다보탑 혹은 효자손이었고, 중학교 수학여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에는 살까 말까하다가 부모님 생각이 나서 그 지방에서 나는 열매로 만든 약주 한 병을 마지 못해 샀던 기억이 있고, 대학교 졸업여행 때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어릴 때 부터 여러 관광지를 찾아다니지만 정작 그 지역의 문화와 의미를 담은 문화상품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설악산에 가도 하루방을 살 수 있고, 제주도에 가도 하회탈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디를 가든지 나라 전체의 문화상품을 접해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지역마다 문화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는 너무 등안시 한다는 점이다. 당장 문화재가 있는 곳으로 가 보자. 이제는 문화재 위주보다는 유행하는 상품들의 진열장이 되어버린 게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그리고, 문화상품이라 해서 내 놓은 제품들은 모두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만들어온 것들이고 그 제품들을 외국인들은 우리문화인 양 사 가지고 간다.
우리의 아름답고 가치있는 문화를 다른 나라 손을 거쳐 다른 나라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중국제품을 우리나라에서도 파는 양~. 답답한 현실이다.
고부가가치 산업
문화는 경험에서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쉽게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으려면 직접 느껴볼 수 밖에 없다. 즉 손으로 직접 만져보지 않고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그 지역마다의 특색있는 문화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에서도 힘을 보태줘야 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비롯해 지역마다 특색있는 축제들이 많다. 정말 값진 행사들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바와 같이, 지역축제에서도 문화상품들의 모습들은 많이 허약해져 있다. 오히려 먹거리들이 문화를 대변하는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게 사실이다. 돈 냄새 밖에 나질 않는다.
돈! 고부가가치 산업! 글쎄, 한 번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돈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문화의 대중성에는 앞서 돈이 필요하다. 즉, 경제성의 원리가 바탕에 잘 뿌리 박혀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면서, 그것이 미래이자, 과거의 모순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과거도 그러하고 현실도 마찬가지로 문화에 대한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이어서 문화상품의 전파와 보급에 직결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성조기, 영국의 유니온 잭등 외국에서는 벌써 이런 문화를 디자인해 상품으로 만들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국가적인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다.(년간 200억) 돈도 된다.
우리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화의 시대에 우리는 우리동네 가꾸기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다. 옆집이 마당을 쓸면 우리 집도 마당을 쓸고, 뒷집이 담을 허물고 정원을 가꾸면 우리 집도 약간의 패러디를 해서 뒤지지 않을려고 애를 쓴다. 요즘은 건너편 집에서 자기집 캐릭터를 만들면 우리 집도 뒤질새라 캐릭터를 만든다. 그리곤 고급액자에 넣어 손님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쓰지도 않을 거면서. 돈 많은 가 보다.
만들 줄만 알았지 알리고 즐기게끔 하는 방법은 전혀 알지 못한다. 돈을 만들 줄도 모른다. 그리고는 시작과 끝이 예매해지면서 막을 내리고 만다.
안동이라는 도시는 참으로 문화적 가치를 알차게 담고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정작 안동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안동이라는 도시는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잘 가꾸고 보존한다. 안동에 서려있는 문화재들은 대부분 돌아보고 거기에서 제공되는 안내책자라던지, 문화상품들, 그리고 행사진행 모습들을 관심있게 보아왔다. 참으로 훌륭하고 대단한 문화들이 보이는 반면에 그를 받쳐줄 문화상품이나 홍보는 안타까운 마음만 들게 한다.
안동을 아끼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눈에 보이는 눈꼽들은 떼고 싶은 심정이다. 하회마을, 도산서원, 가장 대표적인 안동의 문화재다. 연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관심있어 한다. 특히 하회탈은 우리민족의 정서를 대변해 주는 가치있는 보물이다. 더불어 하회마을은 더더욱 값진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안동의 문화를 더 가치있고 많이 알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동시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움직여야 할 때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인 것 처럼 하나둘씩 차근차근 미래의 문화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재인근에 들어서 있는 상가 상인들의 보호와 더불어 그들에게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문화상품의 가치를 심어주어야 한다.
시대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유행이 될 수 있도록 이제 안동의 하회탈이 다시금 우리에게 미소를 띄어줄 그때 하회탈은 No.1 Brand의 명성과 고부가치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그리고, 안동이 세계적인 문화도시이자, 문화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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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철씨는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주)제로포인트 디자인기획팀 근무, 안동 퇴계캐릭터 및 상품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