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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장 이재명의 ′나의 삶 그리고 고향′(글/천남희_객원기자 사진/성남시청 공보실)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을 출신
한해를 마무리 짓는 모퉁이 달에 이재명 성남시장(49)을 만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겨우 잡아놓은 인터뷰도 일주일 정도 날짜가 미뤄져서 은근히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 무렵 내가 사는 하남에 천여 명 정도 참석하는 종교 집회가 있어 3일 정도 가게 되었는데 강사의 사투리가 귀에 익다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그 강사가 연신 ‘그래도 내가 안동 양반 아이가, 양반 체면에 그럴 수야 없지’ 라며 큰 소리를 치길래 듣는데 내심 걱정이 되었다. 안동사람이라서 반갑기는 했지만 혹시라도 안동선비의 이미지가 왜곡 되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헌데 그 강사는 정말 안동양반이었다.새벽과저녁에 하는 집회에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뿐 아니라 집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이 한결 같이 그 어른 정말 양반이네라며 찬사를 보냈다. 내 고향이 안동임이 참으로 자랑스럽게 생각되었다. 타지에 살면서 이렇게 고향을 빛내고 다니는 분들을 만나면 은근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자부심이 막 살아난다. 이재명 시장을 만나고도 같은 자부심을 느꼈다.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성남시를 이끌어 나가는 그 역시 자신이 안동 출신임을 큰 자랑으로 여기는 안동사람이었다.

지지리도 가난해 서러웠던 유년
그의 고향은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을인데 차도 전기도 없던 깡촌으로 70년대 후반에 전기가 들어왔고 지금도 버스를 타려면 종점까지 5리를 걸어 나와야 할 정도로 외진 곳이다. 그에게 고향에 대한 기억을 물었더니 배고픔에 서럽던 기억밖에 없다고 한다. 태어나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그곳에서 그는 먹어서 죽지 않는 것은 다 먹고 살았다고 한다. 심지어 복숭아도 삶아 먹었다. 동네 개구쟁이들이 익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으니 그냥 먹으면 떫고 시니까 궁여지책으로 삶아 먹은 것이다. 지금도 체력이 좋은 것이 아마 그때 아무거나 막 먹은 것 중에 어쩌면 산삼이 있지 않았었나 하는 농담도 아내에게서 듣는다며 힘겹던 어린 시절을 회고한다.

1973년, 당시 내 땅 한 뼘 없이 남의 땅을 빌려 농사 짓던 아버지가 술과 투전으로 빚을 지면서 더 이상 고향에서 버티기가 힘들어지자 먼저 고향을 뜨셨다. 3년이 지난 후에야 어머니와 7남매가 아버지가 자리 잡은 성남으로 이사를 하면서 가족 모두가 안동을 떠나게 되었다.
“1976년 2월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완행기차를 타고 청량리에 내려 다시 239번 버스를 타고 성남에 왔었는데 싸락눈이 내리던 밤이었어요. 깜깜한 밤이기도 했지만 주위에 아무것도 없고 온 동네가 시뻘건 산이었지요. 그 당시 성남은 철거민 이주단지로 질척거리는 거리에 변변한 건물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그때부터 공장 생활을 했는데 최악의 바닥 생활을 경험했지요. 팔을 다쳐 장애인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희망이 없는 나날을 보냈어요.”

성남공장의 소년 노동자
7남매 중 다섯째인 어린 소년이 하루 일당 200원을 받고 납땜 일을 시작하면서 살얼음판 같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나이가 너무 어려서 형 주민등록증으로 위장취업을 한 것이다. 그 후 대양실업이라는 회사에서 프레스 공으로 일하다가 좌측 손목이 골절되는 산재사고도 당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장애인까지 되었다.
그때는 관리자들이 군복을 입고 근무하면서 출, 퇴근 할 때마다 얘들을 때렸었다. 길들인다는 명목으로 정말 개 패듯이 때리는 매를 계속해서 맞으며, 자신도 한번 때려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단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면 관리자가 될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일도 하며 공부도 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낮에 독립된 공간에서 감시를 안 받고 일하면 자신의 일을 빨리 끝내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밀폐된 공간에서 페인트를 칠하는 일을 맡아 부지런히 일하며 자투리 시간을 만들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는 할 수 있어 좋았는데 그것 때문에 후각을 잃어버렸어요. 병원에서 한 55%정도 상실했다고 그러는데 지금은 옆에서 누가 방귀를 뀌어도 냄새를 못 맡으니 좋은 점도 있어요. 하하.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으니까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했었는데 책상에 자주 엎드려 자서 위도 안 좋아요.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니까 최선을 다한 거죠 뭐. 그래도 대학은 다른 사람과 같은 나이에 갔으니 지금 생각하면 나름대로 좋은 경험을 한 거죠.”
지금은 덤덤한 표정으로 어린 시절을 회고 하지만 그때 당시 그가 겪었을 어려움이 짐작이 가지 않는다. 다만 정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낸 끝에 시장 자리에 올라 안동인의 자부심을 높여 준 그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다 마치고 나서는 관리자가 되기보다는 공장 생활을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새롭게 들었다. 그래서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고 다시 공부를 계속하여 학력고사를 본 것이다. 그때만 해도 학력고사 상위 몇 등 이상은 대학에서 등록금을 면제해 주면서 데려가는 제도가 있었는데 그가 시험을 잘 보았나 보다. 그에게도 여기저기 대학에서 데려가겠다고 연락이 왔었는데 가장 많은 돈을 제시한 곳이 중앙대학교였다. 등록금을 면제 해 주고도 월 20만원씩 장학금을 준다는 조건에 그는 중앙대학교로 결정하였다.

“그때 당시 내 월급이 7만원 밖에 안 되었는데 엄청나게 많이 받은 거지 뭐. 완전 상전벽해 된 거예요. 벼락출세를 한 기분이었지. 헌데 학교는 선택했는데 학과를 못 정한 거예요. 그래서 커트라인이 제일 높은 과가 법학과여서 그 과로 결정했지요. 들어갔더니 선배들이 사법시험이라는 것이 있다고 알려줘서 고시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눈을 뜬 게 아니었어요. 대학 다니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내가 겪은 것들이 즉 산재사고 당해서 장애인이 되어도 보상을 못 받은 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도 사람이 눈으로는 보이지만 마음은 아니니까 또 욕망도 있으니까 판검사 발령받아서 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런데 87년, 88년 대 변혁기에 사법 연수원을 다니면서 그때 확고하게 마음먹었습니다. 기득권자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길을 가야 되겠다고. 그래 판검사 발령을 안 받고 1989년에 성남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생맥주에 노가리 실컷 먹어보는 게 꿈이었죠”
초기에는 고생을 참 많이도 했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손해 본 것이 없는 길이었다고 말한다. 현재 성남시장을 하고 있고 또 시장을 그만 두더라도 먹고 살 만큼의 재산도 된다. 누가 묻길 인권 변호사 하면서 뭔 재산이 그렇게 있냐고도 한다. 인권변호사라는 게 무능한 변호사가 하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나 중요한 사건은 악착같이 이겨서 수임을 받고 필요한 인권보호나 소외된 사람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는 게 인권변호사인데 거지처럼 살라는 법이 어디 있냐고 되묻는다.

대학 다닐 때는 생맥주에 노가리 안주를 한번 실컷 먹어보는 게 꿈이었다. 학교에서 매월 20만원씩 장학금을 주었지만 생활비와 형제들 학비에 보태느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늘 빠듯한 게 돈이었다. 변호사 개업을 한 후 그 꿈을 너무 많이 실현하다가 보니 그의 표현대로 사람이 많이 망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는 결혼을 해야 인간이 된다.’는 안동서 들은 옛말도 생각나고 안정을 찾아야 되겠다 싶어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가 1990년이고 그해 8월 안에 만난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주위에 얘기해서 세 번째 소개를 받은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다. 아내가 처음에는 가짜 변호사가 아닌가? 황당해 하기도 했지만 묵묵히 지금까지 그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그에게 남편으로서 몇 점정도 받을 수 있겠냐고 질문을 던져 봤다.

“글쎄요. 겨우 과락을 면하는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 지금도 그렇지만 제 시간에 집에 들어간 일도 별로 없었고 주말도 없었어요. 낮에 변호사 일하고 주말이나 야간에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 했기 때문에 집사람이 집안을 꾸려나가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지금도 마찬가지죠. 갑자기 공인이 되어가지고 집사람으로서는 정치적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같은 사람은 사생활이 희생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 세상에 유용한 존재로 잘 쓰여지고 가겠다 생각하고 또 잘 쓰여지면 즐겁고, 일 많으면 좋고, 어려운 일 생기면 더 투지력이 생기고 이렇긴 하지만 집사람은 그렇지 않죠. 그러면 더 힘들죠. 그런 점에서 늘 미안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운명이지요 뭐. 지금은 많이 이해해 줄려고 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는데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같더라구요.”
아내가 이런 얘기 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면서도 이웃집 아저씨처럼 미소를 머금은 채 옛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에게서 묵묵히 내조를 해준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오뚝이처럼 일어난다, 안동사람 특유의 자부심
그는 안동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히 크다. 그에게서 안동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의지를 키워준 곳이다. 과거의 시간과 기억이 머물러 있는 곳이며 인간 이재명의 토양을 만들어 준 곳으로 어머니의 품처럼 늘 돌아가고 싶은 곳이라 했다. 성남시장 선거 유세를 할 때도 안동 양반복장 차림을 하고 다녔었다. 얼굴이 길어서 갓도 썩 잘 어울렸다며 안동 출신인데 민주당 소속이라서 대개는 놀라워하기도 했지만 고향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성남중에서도 특히 분당에 봉화, 영천, 영주, 청송 등 안동인근의 출신들이 많이 있어 고향이 안동이라는 사실이 시장에 당선되는데 오히려 큰 보탬이 되었다.

2010년 성남시장이 되었지만 거의 부도 직전인 살림을 넘겨받아 처음엔 무척 힘이 들었다. 오죽하면 국내 지방자치 사상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하였을까? 그러나 늘 원칙을 중요시 하는 그의 신념대로 시정 일을 처리해 나갔다. 우선은 시민들에게 사실 그대로를 알려주고 주로 낭비성 예산인 불필요한 공사나 불필요한 보수, 조경 등을 대대적으로 줄여서 초긴축 재정을 펼쳐나간 것이다. 지금에야 잘 한 것으로 평가 받지만 처음엔 ‘전국 제일의 부자도시인 성남을 거지도시로 만드느니, 왜 사실을 알려줘서 집안망신 시키냐며 주민 소환하자, 시장직 그만 둬라’ 등의 쓴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1년에 1,500억 정도의 빚을 갚아 나가면서도 시민들의 삶에 크게 피해를 주지 않았고 복지예산이나 교육, 문화예술 부분의 예산은 오히려 늘리거나 유지했기 때문에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대로 많은 부분에 낭비적 요소를 제거해 나갈 수 있었다.

그는 공무원의 제일 큰 덕목을 청렴이라 생각했다. 시장에 취임했을 때 돈 봉투를 들고 오는 사람이 있어 아예 음성이 함께 녹음되는 CCTV를 시장실에 달아버렸다. 또 그는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무슨 일이든 예측이 가능해야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리고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합리’ 이다. 특권이나 특혜, 새치기 이런 것들인데 시민들 100명이 꽹과리를 치며 시위하는 것이나 한 사람이 트위터에 한 줄 쓴 것이나 똑같이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내용에 따라 판단하는 거지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얘기 했느냐가 다는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을 만났다고 안 될 것이 되거나 또 만나지 못했다고 될게 안 되는 그런 일은 내 사전엔 없어요. 만약에 이걸 지키지 않으면 맨날 나 만나려고 할 거 아닙니까? 만났다고 혜택 주면 되겠어요? 또 목소리 작고 힘없는 사람이 얘기 했다고 무시하고 이러면 안 되지요. 무엇이든 원칙적으로 업무를 처리합니다. 전 그것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또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이 다 우주의 무게를 가진 존재인데 누구는 50m 지점에서 버스로 출발하고 누구는 10m 전방에서 자가용으로 출발하고 또 어떤 이는 100m 후방에서 목발 짚고 걸어가고 이러면 되겠어요. 최소한 출발점 정도는 같이 해 줘야 하잖아요. 기회의 공평 이게 합리적인 사회 아니겠어요? 이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 꿈입니다. 시민을 대할 때에는 역지사지 (易地思之)라는 말을 자주 되새깁니다. 내가 시민이라면 어떨까 하고 그분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다보면 복잡했던 문제가 단순해지고 명확해 집니다. 제 좌우명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저를 일으켜 세워준 말이기도 한데 뭔가 사람이 최선을 다하면 그 결과는 저절로 과정에 쌓인 결과물이잖아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연연해하지 않아요. 덤덤하게 받아드리죠. 또 되돌아보면서 후회하지도 않아요. 이미 벌어졌거나 고민해서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일은 고민 안 해요. 고민하면 뭐 합니까? 거기서 경험을 찾아내고 새로 출발하면 되는 거죠. 그래서 가끔 사람들이 앞으로 뭐할 거냐고 물으면 ‘전 모르죠. 일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저절로 생기는 거죠’ 라고 대답해요.”

“바위를 뚫는 물이 되고 싶어요”
성남시에는 135명의 ‘시민 소통관’이 있는데 시민들이 불편한 사항이나 궁금한 것을 트위터에 올리면 해당 부서에서 확인 즉시 문제를 해결하고 트위터에 답 글을 올린다. 시민이 아침 출근길에 도로가 파손되었다고 민원을 올렸는데 퇴근길에 보수가 된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나가는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시민들이 ‘공무원들이 정말 달라졌다. 성남시는 살기 좋은 곳이다’라는 글을 올려 시민과의 소통이 활발해지는 것 같아 시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에 인터넷 사진이나 그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참 부드러운 인상으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직접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에게 느껴지는 이미지는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냉정할 정도로 사무적이었다. 그 느낌을 그대로 그에게 전했더니 그도 사람들에게 가끔 ‘독일병정’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한다. 그의 주관이 뚜렷하고 시민운동할 때 비타협적으로 강하게 나갔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남아 있을 거란다. 또 시장 취임하고 초기에 무질서한 상황을 빨리 바로 잡기 위해 지나치게 강하게 일처리를 해 나갔기 때문에 그런 별명도 붙은 것이다. 취재가 아닌 다른 일로 만나면 참 부드러웠을 거라며 아쉬워한다. 그는 늘 지향하는 삶이 바위를 뚫는 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데 쉽지가 않다며 웃는다. 역동적인 삶을 살아온 그이지만 삶이란 역할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역할이 크고 작고 다를 뿐이지 높고 낮은 게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꿈이 선생님이었다. 하도 가난해서 학교에 연필하나만 댕그랑 들고 다녔지 준비물이나 육성회비 같은걸 한 번도 못 냈었다. 봄이면 보리 한 되 주서와라, 가을엔 벼 한 되 주서와라 해도 빈손으로 학교가야 했고 미술시간에도 아무런 준비물을 못 가져 갔었다. 그래서 매일 선생님에게 맞고 화장실 똥 푸고 해서 자신도 한번 때려 보려고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나중에 아이들과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토론식으로 수업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 그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강의 할 기회가 생기면 꼭 빠뜨리지 않고 하는 얘기가 있다.

“저는 용기, 도전, 새로 시작함 이런 단어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학생들 강의 가면 꼭 이 얘기를 합니다. - 어떻게 사람이 성공만 하겠느냐? 성공만 한다는 것은 신이거나 바보이다. 끊임없이 실패하고 또 끊임없이 성공하고 반복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삶이기 때문에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언제나 성공할 수도 언제나 실패할 수도 없으니까 다만 성공과 실패했을 때 그 다음을 어떻게 대비하느냐를 생각해라. 성공 속에 실패의 싹이 자라고 있으니까 절대로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성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또 실패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많이 하면 할수록 성공가능성이 높은 거다. 성공했다고 교만하지 말고 실패를 대비하고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면 어떤 영역에서든지 길이 생길 것이다-라고 강조하죠.”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말이다. 그를 여기까지 있게 한 말이다. 삶의 체험담이라 더욱 호소력이 강한 말이다. 그의 강의를 듣는 많은 학생들은 아마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랬던 것처럼.

성남시청 청사를 밖에서 보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호화롭게 보인다. 많은 돈을 들여 지어서 사람들의 입담에도 자주 오르기도 했었다. 헌데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뿐만 아니라 시장실은 너무나도 간결하고 소박했다. 1층 로비에 있던 포근한 소파도 없었고 시장이 쓰는 책상하나, 그리고 열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 그게 다였던 것 같다. 시장 초임에 긴축 재정을 하면서도 시민들의 살림에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공감이 되었다. 그가 성남시장으로 일하는 동안은 그의 바람대로 성남시가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따뜻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책상 뒤에 걸려 있는, 취임 선물로 받았다는 덕풍만리(德風萬里) 액자의 내용처럼 그로 인해 덕(德)의 바람이(風)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바쁜 일정으로 충분한 인터뷰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만남이었지만 그를 통해 또 한 번의 안동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바쁘게 일어서면서 안동 음식 얘기를 하다가 안동식혜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알려줬더니 메모를 하면서 의외의 말을 들려준다.
“오늘 최고의 성과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