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유교부흥(글/김원길_지례예술촌장)이 나라의 유교인구는 몇 명일까? 몇 년 전 성균관에서 발행하는 유교신문의 한 칼럼은 전국에 유교인구가 날로 줄어들어 10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실을 개탄하였다. 아마 유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유가 사람들이 인구조사 때 종교가 없다고 답했을 지도 모른다. 절이나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신도’, ‘신자’라 하는데 향교나 서원에 다니는 사람은 ‘유자’, ‘유림’이라 할지언정 ‘신도’나 ‘신자’라 하지 않는 걸 보아도 유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유교인구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에서 가장 유교인구가 많다는 안동을 들여다보자.
통계청 기록에 의하면 2005년의 인구 센서스 때 안동의 유교인구는 1,575명이었다. 2010년에는 왜 그랬는지 종교인구 조사를 하지 않았다. 매 5년마다 한 번씩 하는 인구 센서스이니 2015년에는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현재 안동 인구 16만 8천명에서 18세 이상의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증산교, 천도교, 대종교, 무당, 박수와 ‘종교 없음’이라 답한 숫자를 제외한 숫자가 유교인구 아닐까? 이 숫자 속엔 여자가 739명이나 되는데 이는 아마 남편 따라 동일하게 대답한 것인 듯하다.
실제로 유교에선 다른 종교와 달리 여성의 참여가 거의 전무하니 여성을 빼면 안동의 유림은 836명으로 줄어든다. 더 신빙할 만한 계산법은 안동의 모든 유교 관련 기관 단체의 회원 수를 합산하는 방법이다. 향교, 유도회, 담수회, 박약회, 청년유도회, 유교문화보존회, 대학의 유교관련학과 교수 및 학생 동아리, 한국국학진흥원 직원과 문중유물기탁자, 퇴계학연구소 직원, 그리고 각 서원의 향사 시 집사자 등등이 거의 전부일 텐데 거기에서 중복되는 이름을 제외한 숫자일 것이다. 그래 보았자 대충 800명 안팎이란다. 그나마 대다수가 노인들이다.
전투를 하자면 군졸 숫자와 화력을 파악해야 하듯 유교 부흥을 이루려면 현재의 교세를 알아야 전략이 선다. 그런데 기껏 800명 정도가 한국 유교의 중심도시라는 안동 유교의 교세이다. 이 교세로 안동을 세계유교문화의 허브로 만들 작정이라니 참으로 대견하다. 혹여 사기가 충만하면 1당 1000의 기개로 승리를 도모해 볼 수도 있을 것인데, 이번에 졸속으로 봉합해 놓은 병호시비는 호계서원 훼철 후 백여 년 잠잠하던 안동유림을 다시 한 번 들쑤셔놓은 데 불과하다.
양보의 미덕을 보였다는 학봉과 서애의 위차가 선현의 가르침에 반하는 이상 인류적 합의는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호계서원을 거창하게 복설해 놓아도 그 서원에서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장유유서를 가르칠 수가 없다. 맹자와 퇴계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위차로는 ‘선비정신’도 ‘정신문화의 수도’도 내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안동의 유교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유교의 고장 안동의 여성들이 절간과 교회, 무속은 찾으면서도 향교와 서원, 문묘나 가묘는 찾지 않는다. 작금의 유교부흥이 몇몇 가문의 힘자랑이나 선출직 단체장들의 낯내기가 아니라면 차제에 자라나는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한 유교를 고민해야 한다.
이참에 아예 여성들만의 향사처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정부인 안동장씨를 비롯한 현모양처와 효녀, 효부, 열녀, 여성 열사들의 위패를 함께 모신 사당을 짓고 여성교육장으로 운영하는 게 양성평등의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유교운동이 되지 않을까? 유교의 백년대계를 위해 ‘유교 유치원’을 지어 날로 나빠져 가는 아이들의 인성 순화를 도모하는 것이 초미지사가 아닐까? 그것이 60여억 원 예산을 들여 남자 노인들끼리 제사만 지내는 복설서원보다 낫지 않을까?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