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하고 손님 맞는 예술영화관, 안동중앙시네마(글/임종교_객원기자)
안동문화의거리의 문화명소
아쉽다...아쉽다... 그러는 사이에 봄이 가고 있다. 낮에는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로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이 봄이 가면 또 여름이 오고 내년엔 다시 봄이 올 텐데 늘 반복되는 주기 앞에서 늘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하며 뒤를 돌아보는 미련한 습관을 아직 못 버리고 있다.
안동문화의거리 한켠에 현란한 광고 문구를 자랑하며 서 있는 건물들 사이로 중앙시네마가 있다. 떠들썩하고 번잡한 시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아주 드물게, 간간히 손님들이 드는 이곳, 그냥 무심한 발길들이 머무르기엔 매력적인 곳이 아님은 틀림없어 보인다.
과거 영화라도 좀 본답시고 찾아다닌 영화 마니아들이라면 이곳을 다녀간 기억들이 남아 있으리라. 몇 해 전 기억으로 혼자 140석이 넘는 자리를 차지하고 케케묵은 냄새와 큰 버스에 나 혼자 타고 가는 약간의 거북한 마음, 그러면서도 내 집 소파에서 보듯 널부러진 자세로 보아도 간섭할 사람이 없이 편안하게 영화 관람이 가능했던 곳,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돈을 많이 들였거나, 하하 웃으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아니라 다소 무겁기도 하고, 다소 생소하기도 하고, 다소 예술적이기도 한 영화상영관이 시내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중앙시네마가 그런 곳이었다.
새 단장한 중앙시네마의 변화
3월 22일 중앙시네마는 새 단장을 했다. 그 첫 번째로 영화 ‘또하나의 약속’이 올려졌다. 대기업 반도체회사에 다닌 딸의 백혈병 원인을 밝히기 위한 아빠의 긴 싸움을 다룬, 대형 영화관에서는 올려지지 않았던 이 영화를 기다리던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내외관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상쾌하게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특히 젊은 관객들을 위해 책도 보고 커피도 즐기며, 혹시 시간이 된다면 영화를 보고 갈 수 있도록 북카페로 만들었다.
중앙시네마는 2009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예술영화상영관으로 지정되었다. 365일 중 220일을 영화진흥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술영화로 인정받은 영화들을 선별하여 상영하고 있다.
돌아보면 주변은 온통 눈과 입을 자극하는 것들 투성이다. 그 가운데 <만신>, <벨과 세바스찬>, <달라스 바이어스클럽>, <피카소 명작스캔들> 등이 눈에 들어오기엔 역부족인 듯 해 보이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에 대한 갈증을 안고 이곳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은 간간히 이어지고 있기에 중앙시네마의 새 단장은 반갑기만 하다. 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반가움이 아닐까.
관객과 함께 하는 영화관, 찾아가는 영화관
중앙시네마 새 주인인 한철희(48) 사장 또한 더 많은 관객들에게 더 좋은 영화들을 공유하고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5월이 가정의 달이기도 해서 무료 영화제를 기획할 예정입니다. 또한 지금 300편 이상 영화를 보유하고 있고, 10명 이상 요구할 경우에 가능한 시간에 영화를 상영해 주기도 할 생각입니다.”
그간 관객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면 한 사장은 찾아가는 영화로 관객몰이를 할 생각이다. 이를테면 산악영화나 어린이영화, 가족영화, 진보영화, 인디영화, 탈핵영화 등 각 단체들이나 서클에서 지향하고 목적하는 것에 맞는 영화를 선택하게 해 틀어줄 생각이다. 영화관련 밴드도 만들어 좋은 영화를 함께 선택하기도 하고, 함께 보기도 하는 모임도 만들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회원제를 통한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회원이 되면 문화의 날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영화소식을 문자로 제공 받으며, 독립영화 기획전시 무료초대권을 우선 발송해 주기도 한다. 또 DVD 라이브러리 3일 이용권도 제공된다.
중앙시네마는 오전 10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하루 6번 영화를 상영하고, 월요일은 쉰다. 네이버에 ‘안동중앙시네마’를 검색하면 상영시간표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속담에 ‘너무 햇빛만 비치면 사막이 된다’ 라는 말이 있다. 가볍고 즐거운 것만 쫓지 말고 오늘 내가 사는 세상에 관심을 가져주는 영화 한편 권해드리고 싶다. 그동안 보고 싶은 영화라며 수첩에 고이 적어는 두고 정작 상영관이 없었거나, 함께 갈 사람이 없었다면 오늘 전화를 걸어보자. 우리 좋은 영화 한편 보러 가실까요?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