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촌부의 일기장 -도산면 서부리 박승화씨의 기록(글/한경희_본지 편집위원, 문학평론가)
나의 삶, 나의 일기
박승화 선생이 평생을 걸쳐 기록한 소중한 일기가 서부리 마을을 새롭게 단장하고 예술마을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귀한 자료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 사람의 생애사가 마을의 역사를 구성하고 재현하는 데 얼마나 소중하게 쓰일 수 있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인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사람이 태어나 평생을 살면서 남겨놓은 기록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그 기록자가 살던 시대와 환경, 주변인물 등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료가 된다. 개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사소한 체험에 불과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그 당대의 역사를 살아낸 구체적 현장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료부족으로 안동 인근의 지역민의 삶이 어떠했는지 잘 파악이 안 될 때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증언과 기록은 구체적인 자료가 된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의 역사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굴곡을 환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일기는 주관적인 판단이 놓여 있으나 그 주관성으로 지역사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개개인의 기록과 구술 혹은 증언 등으로 지역의 역사가 빈틈을 메워갈 때 국가전체의 역사가 더욱 풍부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박승화 선생 일기의 전반적인 특징은 계획적인 글이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필요한 대로 그때그때 일화를 정리해두고 있는 점이다. 이런 자연스런 시간흐름의 글쓰기가 가장 편안한 일기쓰기 방법이다. 그렇지만 제목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박승화 선생은 필요한 대목에서는 제목을 정해 두고 있기도 하다. 실제 구체제목이 들어가 있는 부분은 부인생활실기, 소암선생실기, 글 배운 이야기, 너실 논 사는 이야기, 여러 남매 출산이야기 등이 글의 내용을 주인공을 따라 구분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글의 내용이 반복, 중복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기록은 그 자체로 소중한 지역의 역사이다.
땔마무 더미에서 떨어져 다친 다리
선생의 유년시절 중심으로 일기내용 일부를 소개하려고 한다. 어릴 때 다친 다리는 선생의 삶을 구속하기도 하고 더욱 의지를 내게 하였다.
“8세 시에는 나무에 잘 오르내리기를 좋아하였다. 우리 집 사랑채 앞에 두 아름 정도 소나무가 있었다. 매일 수십 번씩 오르내리고 하였다. 수십 길의 미루나무 까치집에 새끼를 내리기도 하였다. 우리집 마당에 갈비나무 가리에 사다리를 놓고서 수십 번이나 오르내리고 하였다. 하루는 나무가리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다가 떨어져서 다리를 약간 다쳤다. 그 후로 약간 다친 다리가 골담이 되어서 뼈골에 병이 들어서 곪기 시작하였다. 2주일간 곪는 바람에 아프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곪은 후에는 의원을 불러서 가위로 째고 짜서 고름이 많이 나왔다. 약을 써도 잘 낫지 않았다. 아물었다가 또 곪아서 가위로 째고 짼 구멍에다가 문종이 심지로 박고 또 콩나물대로 심지를 박고 그 아픔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숱한 한약 탄약을 지어서 먹고 또 숱한 의원을 불러서 치료를 해도 아무 차도가 없었다. 곪았다가 또 째고 수차의 곪고 째고, 수차의 의원을 불러서 약을 써도 효과가 없고 고생고생을 하였다. 생다지로 모음(마취)도 없이 가위로 째니 그 아픔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지내왔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에 다리가 아파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8세시부터 2년이나 문밖출입을 못하고 방에 꼭 들어앉아 있다가 누웠다가 문밖을 나오지 못했다. 2년 후에 조금 좋아져서 문밖 구경을 하였다. 차차 조금씩 덜해서 목발을 짚고 다니기도 하다가 조금 덜하니 걸어서 다니고 했다.”
다리가 아프니 학교 다니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도 힘들고, 친구를 만나기도 어려우니 죽을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한 후, 누구보다 부지런히 일을 했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 다 가고 나 혼자 집에 있으면서 놀기도 하고 들에 일하러 가기도 하고 소 꼴 베기도 하고 쑥도 뜯어다가 소죽을 끓여 먹이기도 하고 집에 있으면 신체의 애로와 학교 못가는 심정과 고심 끝에 별별 생각이 들어간다. 심지어 내가 살아가면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까 생각이 나지 않아 별 생각이 들어간다.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고 수십 번이나 마음먹었으나 목숨이 귀중한지 죽을라 해도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밤낮으로 수심이 되어서 별 생각이 들었다. 늘 자살기도 하였으나 자살이라는 것이 매우 쉽지 않구나 하며 다시 생각하여 이를 물고서 무엇이든지 해보겠다는 것을 굳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연구해가면서 앞길을 늘 연구하였다. 밤낮으로 앞길을 연구하고 고심하였으나 별 생각이 나지 않았다. 12세부터 지게를 지고 소를 몰고 들에 가서 소를 메기고 꼴도 베고 풀도 베고 지게에다 지고 집으로 왔다. 매일같이 일하였다.”
실제 일제 때 우리지역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선생의 일기에는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공출에 대한 구체적인 일화에서 일제의 약탈상황이 참 끔찍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일제직하에 모진 고생 다했다
“일제시대에는 농사를 지어놓으면 나락을 20~30가마니를 공출하고 농사의 3분의 2를 다 공출로 바쳤다. 그 나머지를 먹고 살라니 그 고생 또 고생하였다. 식량을 감추어두어야만 된다. 늘 면지도위원들이 모든 것을 뒤비로 다니면서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쌀로 만든 것을 돌연자매로 나락을 방바닥에 말려서 연자방앗간에 저다 찌어서 쌀로 만들어서 땅을 파고 단지에다 묻고 하였다. 감추고 하였다. 명도 따서 공출하고 남는 것을 땅에다 묻고 간미렸다. 가만히 무명을 짜서 밤에 일하고 옷을 해서 입기도 하였다. 면 지도원이 찾아와서 곡식과 무명과 술과 나무를 닥치는 대로 뒤비고 하였다. 들키면 빼앗아가고 또 벌금도 내야 한다.
겨울에는 짚으로 가마니를 짜서 30~40장씩 짜서 공출하였다. 산에 솔방울(솔고벨)을 따다 공출하고 또 말메기로 말초풀을 베어다가 말려서 공출하고 개를 잡아 껍질을 공출하고 심지어는 밥그릇 유기와 요강 대야도 놋그릇 놋새로 만든 모든 것을 다 빼서가고 말았다. 밥을 받아먹을 그릇이 없어서 소나무를 베어다가 토막토막 내어서 짜구와 끌로 파서 그릇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우리는 말양푼과 그릇2불을 땅을 파고서 묻었다가 해방이 되고 파내어서 사용하였다. 나무가리 밑에다가 쌀단지를 파묻고 땅을 파고 쌀단지를 묻고 명필도 땅에다 파묻고 모든 것을 다 감추어두었다가 파내서 사용하고 먹고 살아왔다. 음력설날 놀지 못하게 하고 제사도 못 지내게 하고 들키면 벌금하기 때문에 제사도 밤에 지내고 낮에는 놀지 못하게 하여 가만히 놀고 하였다. 놀다가도 순사가 오면 가만히 숨기도 하고 명절에 술도 못해 먹고 들키면 벌금하고 징역까지 갔다. 엄중처벌한다. 쌀과 콩 팥도 몰래 팔아서 가정 일용으로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 일본놈 정치 하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내손으로 농사짓고 내손을 베짜고 내손을 음식을 해먹고 살지 못하게 하는 일제직하에도 한국사람 아부하는 사람들이 못땐 놈이 있었다. 그 당시 고모가 베짜는 것을 보고 몽창몽창 끊어버리고 못땐 놈이 있었다. 일제직하에 사람이 사는 것이 고생고생을 말할 수 없이 고생하며 살아왔다.”
이를 깍 물고 살아야겠다 생각 함
농사기술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천수답 시절에다가 소작농으로 농사를 지었다면 식량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선생은 밤낮으로 일을 했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짜내 집안에 도움 되는 일을 살폈다.
“농사를 지어봐도 식량이 늘 모자라서 꾸어서 먹기도 하고 쌀 장예도 내어서 먹기도 하였다. 너실 6촌 **형님 논 5마지기를 얻어서 부치고 다른 곳 토지도 얻어 부치고 10월 묘사시 제사를 차려주고 부쳤다. 그래서 식량이 모자라지 않고 지내왔다. 농사를 짓고 나락이 누렇게 익을 적에 지주가 답품을 보러 와서 닭도 잡고 술도 담그고 해서 점심대접을 하고 여비도 주고 대접을 잘 했다. 도 타작 할 적에도 닭 잡고 소고기 사고 점심과 술과 잣독(잔뜩) 대접을 후하게 하였다. 그래야만 토지를 떼지 않고 다음해 부치기 위하여 지주대접을 잘해주었다. 타작한 벼를 말로 되어서 반으로 논이고 해서 쌀로 반지기로 찧어서 안동까지 실어다가 주고 하였다. 건직골 토지는 15년이나 부치고 제사를 차렸다. **형님 토지도 15년이나 부치고 쌀 반지기를 해서 주니 물어넣는 경우가 많았다. 이래서 젊은 마음에 억울하기가 짝이 없다. 내 토지 같으면 실어주지도 않고 쌀로 물어넣지도 않을 터인데 생각하니 억울하고 토지 없는 것이 서럽고 서럽다. 이를 깍 물고 살아야겠다 생각함.
이를 물고서 일하고 언젠간 이 토지를 내가 사겠다 하고 마음먹고 열심히 일하고 언젠간에 토지를 팔기만 팔면은 내가 빚을 얻어서라도 사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작심을 하고 살아왔다. 닭을 열
심히 먹이기도 하고 닭 30마리를 먹여서 계란을 많이 나와서 팔기도 하고 닭도 팔기도 하고 계란 10개 꾸러미를 해서 장에서 팔아서 고등어도 사고 모든 것을 생활필수품을 사고 하였다. 손이 시려서 또 발이 시려서 장갑과 양말을 뜨는 것을 연구하고 또 연구하였다. 떳다가 풀었다가 수십 번 뜨고 풀고 배웠다 장갑을 떠서 명실로 장갑도 뜨고 양말도 뜨고 도 사수도 뜨고 해서 덜어서 팔기도 하였다. 또 버드나무 홀치를 베어다가 광주리를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싸리를 베어다가 광주리와 다랙기도 만들어서 팔기도 하였다. 그래서 가정의 일용돈은 늘 썼다. 양말 장갑 사수 광주리 다랙기와 모든 것을 누구에게 배운 사실도 없이 연구하고 또 연구해서 만들었다. 도 농기구도 다 만들어 보았다. 훌챙이와 써래와 나무세팡 고써래와 번지도 만들었다. 소 지름에와 소 더덧리와 사래치와 긍구지름에와 걸옹구 장분이 싣는 것 지름애 소에 대한 연장을 다 만들어보았다.
남이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을 보고서 연구하고 만들었다. 모든 것을 보고 또 보고 연구하고 전부 다 만들어보았다. 낮에는 농사일 하고 밤에는 남호택 형님 집에 가서 밤에 마당에 솔가지로 불을 피우고 짚으로 봉테기도 만들고 맷방석도 만들고 삿직도 만들고 새끼도 꼬고 밤 12시까지 일하고 집에 와서 자고 낮에는 들에 가서 일하고 담배를 들에 가마이 심어서 연초를 말려서 팔고, 만드는 기계를 제작하여서 손으로 만들어서 담배값을 20개 들갑을 만들어서 수차의 팔기도 하였다. 아무리 부업을 해봤자 나의 앞날의 살 희망이 없어 보인다. 낮에는 들에 가서 일하고 밤에는 짚으로 만든 물건을 만들었다. 산에 가서 싸리 홀치를 베어다가 광주리와 다랙기도 숱하게 만들어서 팔기도 하였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뼈 빠지게 일해봤자 겨우 먹고 사는 것 뿐이고 저축이 없으니 열심히 일해도 힘이 나지 않으니 수심일새 풍년이 들어도 별로 남는 것이 없고 재산이 별로 불지 않으니 그럭저럭 수년이 지나는 판국이다.”
손톱이 다 닳는 노동, 고생 끝에 낙은 오겠지
농사일이 얼마나 먹고 살기 어려웠는가 여실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나온다.
“또 남의 집에 보리타작을 부자가 두리 온종일 타작하고 품삯은 겉보리 1인당 5되씩 받고 2인합 보리 한 말을 받아왔다. 너무나 힘이 들고 하였다. 수차례 타작일을 하였다. 남의 일 논메기는 하루 품삯이 쌀 한 되 받고 일하고 밭일은 좁쌀 한 되 받고 일하고, 모내기도 좁쌀 한 되 받고 일했다. 나는 남의 집 모내기를 17일간이나 일하니 손톱이 다 닳아서 피가 나고 하였다. 그 이튿날 또 모내기를 하러 가서 처음에는 물에 손을 넣으니 손가락이 아파서 눈시울의 온몸이 찡그리게 아팠으나 손가락이 물에 불어서 나중에는 아프지 않고 그럭저럭 그날 온종일 모내기를 다 마쳤다. 밤에는 또 들기름으로 발라서 수건으로 매고 잠을 잤다. 수차에 그럭저럭 고생을 해가면서 지나왔다. 논메기도 남의 논 메기를 띠서 품삯을 받아서 우리 논메기를 하고 부자가 품은 가리고 하였다. 지나간 고생고생은 이루다 말할 수가 없다. 숱한 눈물도 남 몰래 많이 흘렸다. 내가 왜서 이레 살고 있나 하고 생각하다가도 고생 끝에 가서는 무슨 영화가 오겠지 하고서 또 열심히 일했다.”
“밤낮으로 앞길을 생각해서 연구하고 또 연구해서 도저히 농사를 지어봤자 나의 앞길이 희망이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돈 없고 또 배움이 없고 또 무슨 기술을 배울라해도 아는 사람도 없고 일골라주는 사람도 없고 별별 궁리를 다 해봐도 별 생각이 나지 않고 남의 토지를 경작하여 봐도 별 소득이 없고 죽도록 일해도 별로 남는 것이 없고 12년을 계산해서 농사를 지어봤자 별 소득이 없어서 고생만하고 저축이 안 되니 앞의 살길이 망막하다. 17일간 남의 모내기를 하고 품삯이 좁쌀 한 되 받고나서 도저히 이래서야 어이 살꼬 하니 그 이후로부터 이를 곽물고 고수원한리 돈을 많이 벌어서 토지를 많이 사야겠다는 마음속으로 작심을 먹고 연구하고 연구한다.”
마을에 이등 가는 농사를 지어 한을 덜었다
선생은 고생 끝에 토지에 대한 원을 풀고 먹고 사는 일에 넉넉하게 된다.
“장사한 돈과 농사의 곡물을 판 돈과 합하여서 너실 논머리의 밭 2마지기를 샀다. 또 숫구막골 논 2마지기를 샀다. 나는 토지에 대하여는 철천지 원이 되어서 토지를 많이 사서 토지 부자가 되어 보겠다는 작심을 먹고 열심히 일하였다. 나도 이제는 미남동에서는 나락농사를 마을 둘째로 지었다. 나도 원하든바 나락농사의 나락을 350말을 농사지어 봤다. 미남서 농사를 이등가는 농사를 지었다. 그 전에는 나락을 백두도 잘못하였다. 내가 원하든 바 내 토지 내 농사를 지어서 미남동의 40호가 사는 동네에 2등으로 농사를 지어봤다. 내가 항상 마음먹든 논밭을 사서 마을에 이등 가는 농사를 지어봤다. 원을 덜었다.”
선생의 눈물겹게 살아온 삶의 흔적을 볼 때, 그 당시 사람들의 삶살이가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고생한 이야기가 가장 길고 자세하게 옮겨 놓았다. 스스로의 일대기를 쓰면서 가장 부각시켜야 할 이야기는 역시 당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일 거가 생각하신 모양이다. 직업과 관련한 이야기, 자식들을 어떻게 키웠는가 하는 이야기 등, 자세한 이야기는 서부리 마을을 단장하면 잘 알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직접 삶을 살아낸 생활이야기가 시간 속에서 마을생활사로 정리되어 우리 동네 역사를 배우는 마을공간의 이야기로 되살아나기를 희망한다.
박승화 선생의 일기에는 1930년대 식민지 시기에 태어나 일제의 수탈을 몸으로 겪은 체험담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농사를 짓던 농민들에게 수탈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게 기록해 두었다. 특히 일제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느라 배급과 공출로 농민들의 목줄을 죄었는데 그 참상이 일기에 잘 담겨있다. 일기에 따르면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일곱 살 때부터 산에 나무하러 다녔다. 백부는 어린 조카에게 지게를 지여 나무를 하러 다니도록 시켰다. 이런 풍경에서는 백부의 몰인정도 읽히지만 백부 입장에서 보면 납득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당시 살림살이가 다 어려운데 동생네 집안 식구를 보살펴야 하는 백부의 부담은 또 오죽했겠는가. 이렇듯 일기는 분명 개개인의 삶의 흔적과 기억으로 구성된 내면적인 기록이지만, 당시 농촌 생활의 실제 모습을 알 수 있게 도와준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감추고 싶거나 비밀에 부칠만한 이야기도 분명 담겼을 일기를 세상에 풀어놓는 일은 용기 없이 할 수 없다.
평생을 바친 개인의 삶을 모든 사람이 읽어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공명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단지 개인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강조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온 시대의 무게를 감당했을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데 의미를 두고 있을 것이다. 그 책임감이 내면의 일기를 공개할 수 있는 용기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역사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생애를 통틀어 평생을 기록한다는 일은 매우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나 자신의 삶 역시 역사 구조 아래 함께 돌아가는 톱니바퀴임을 자각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박승화 선생 역시, 당신의 가슴과 머리, 그리고 손에서 나온 이야기의 공유를 주저 없이 내놓으며 예안의 역사를 들려줄 용기를 가진 분이다.
일기를 제공해주신 박승화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