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김씨 동성마을 소산리를 가다(글/사진/정연상_안동대 건축공학과 교수)
동성마을 소산리의 인문 자연 지리적 환경
우리나라 동성마을은 혈연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으며, 동성마을은 혈연과 지연이 조합되어 나타난 결과다. 혈연관계는 부계친족 개념과 제도에 근간을 두고 있다. 동성마을은 어떤 성씨가 그 혈연성을 바탕으로 마을이라는 지연성을 공유하면서 이루어진 결과로서 사회공동체이며, 전통적 생활원리가 응축된 사회공동체라 할 수 있다. 1930년 일제강점기에 조사된 우리나라 동성마을은 1만 4천 672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동성마을은 마을 내 특정 성씨가 1/3을 점유할 때, 해당 성씨의 문중과 종가가 존재하고 지배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상징적 조형물이 존재하고 지역사회에서 동성마을로 인식될 때 동성마을로 간주된다. 과거의 동성마을은 조선시대 이름 높은 사대부들이 정착한 이후 그 후손들이 경제적 기반을 확대하면서 형성된다. 대부분 동성마을은 양반 신분의 부계 종족집단이 조성한 반촌이라 할 수 있다.
현존하는 동성마을은 초기 입향조의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집촌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은 종가 주변에 분파한 후손들의 거주지가 자리하면서 확장한다. 마을의 확장은 사회적 질서와 그 맥을 같이한 상호관계성 위에 있다. 마을의 확장은 씨족집단의 계보와 신분질서, 입향 순서 등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내재된 질서가 풍수지리상 형국요소의 위계질서에 영향을 받는다.
안동지역의 주요 동성마을은 16개 마을이 있고, 29개 종가가 있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동성마을이 많은 것은 유교문화의 중심지로서 정치적 상황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6세기 사림의 유학자들이 낙향하면서 유교문화의 중심지가 사림의 본거지인 영남지방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남지방은 16세기를 전후로 사림 중심의 동성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17세기부터 동성마을이 정착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번 건축문화유산 순례는 풍산읍 소산리 안동 김씨 세거지의 건축문화유산을 찾았다. 소산리素山里의 원래 지명은 금산촌金山村이었다. 금산촌은 1637년 청음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이 남한산성으로부터 이곳으로 왔을 때 고쳤다고 한다. 소산은 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소요산素耀山에서 유래했다. 마을 명을 바꾼 것은 김상헌이 “김가가 사는 곳을 금산이라 하면 이는 너무 화려하고 사치스럽다. 모름지기 검소하다는 소산으로 바꿔야 한다.”하여 바꿨다고 한다.
소산리의 안동김씨는 선 안동김씨와 후 안동김씨로 나뉜다. 선 안동김씨는 경순왕의 손자 김숙승金淑承을 시조로 하고 있고, 후 안동김씨는 고려 태조의 삼태사 중 한 사람인 김선평金宣平을 시조로 하고 있다. 이들 선 안동김씨와 후 안동김씨는 혼맥을 통해 성장해왔다. 소산리는 안동에서 가장 이름난 마을 중 하나이며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곳이다. 마을은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인물을 배출한 유서 깊은 곳이다.
소산리는 안동시 풍산읍 서측 안교사거리에서 하회쪽으로 난 지풍로를 따라 진입하며, 지풍로를 따라 흐르는 매곡천은 마을 입구에서 소산천과 합수하여 남측의 풍산들을 적신 후 화천에 합수하여 흐른다. 마을은 이 도로 북측 야산의 언덕이 만들어내는 작은 골과 능선에 기대어 동향과 남측으로 품을 열어 풍산들을 한눈으로 굽어보고 있다.
초입에는 농경지를 매립하여 만든 공원과 언덕 위에 있는 삼구정, 김상헌이 지은 시가 새겨진 커다란 시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시비는 어느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내용이다. 이 시를 읽다보면, 당시를 살았던 사대부들이 처해 있는 시대적 상황과 아픔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청음선생의 햇살처럼 곧은 절개를 엿볼 수 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삼구정이 끌어안아 후손들에게 주고 간 것들
삼구정은 소산리 초입 좌측의 나지막한 능선 끝자락, 10미터 남짓한 동오東吳 언덕 끝에 걸터앉아 주변의 경관을 끌어안고 있다. 삼구정은 지세의 흐름을 따라 동향을 하지 않고 남향을 선택했다. 삼구정은 동서남측으로 모두 들이 펼쳐져 있고, 그 지세가 높고 판판하여 시야가 끝없이 열려 있다. 삼
구정이란 이름은 십장생 중 하나인 거북이 같이 생긴 세 개의 바위가 정자 뜰에 있어서 붙여진 것이라 하는데 그 모양은 거북이와 다른 모습이다. 한편으로 정자의 이름은 노모의 장수를 비는 뜻에서 거북의 장수에 비유한 것으로 한다.
삼구정이 끌어안고 있는 숲은 마을의 경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동시에 조선시대 사대부들
의 중요한 가치관인 효와 관계를 맺으면서 잘 보존되어 왔다. 이 숲에는 마을과 관계가 있는 당나무가 자라고 있어 매년 당제를 거행하고 있다. 이는 유교문화 경관 요소와 토착문화 경관 요소가 공존하여 소산리의 역사문화 경관을 만들고 있다.
주변의 아름드리 노송과 나무들은 정자를 감싸고 있어 담장 안의 정자는 한국의 전통적인 멋, 우아한 자태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이 정자는 안동 김씨 임향조인 전농정 비안현감을 지낸 김득우金得雨의 현손인 사헌부 장령을 지낸 김영수(1446~1502)가 그의 88세 되는 노모 예천권씨를 즐겁게 해드리고자 1496년에 건립한 것이다. 이후 이 정자는 여러 차례의 개보수와 중건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정자는 안동을 대표하는 정자로서 상촌 신흠(1566~1628)과 계곡 장유(1587~1638)가 지은 삼구정팔영 등의 수많은 시판과 기문이 걸려 있다.
현재 삼구정 숲은 2006년 주변 생태공원조성 사업이 시행되어 잘 정비가 된 상태다. 주변에는 생태연못을 비롯해 야생화, 수생 식물, 조경 수목, 목재 데크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을 설치하여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삼구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마을쪽으로 사주문을 세워 출입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사면에 나지막한 담장을 두르고 있다. 마을의 쪽에서 정자까지, 사주문까지 이르는 길은 거닐면서 사유하기 좋은 길이다. 멀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거리다. 김영수의 노모는 이 길은 얼마나 오갔을까? 그리고 당신은 아들의 마음을 몇 번이고 생각하고, 생각했을까? 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노모의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느 날 당신 혼자 걷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삼구정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후손들은 김영수와 그 노모를 심안의 눈으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자의 바닥은 우물마루 구조로 짜여 있으며, 천정은 연등 천청으로 상부 가구가 드러나고 있다. 정자는 사면에 문을 달지 않아 사방으로 열려 있다. 정자를 바라다보고 있으면 공허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정자에 올라서서 마루에 앉는 순간 주변의 경관, 특히 들녘이 한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내부를 채운다. 그리고 인간의 중요한 도리라 할 수 있는 효의 덕목으로 내부를 채운다. 그리고 지금은 더운 여름날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마을 주민들에게는 시원한 자연의 바람으로 채운다. 과거 문인들뿐만 아니라 오늘 정자를 오르는 현대인들도 삼구정에 올라 사방으로 툭 트인 상쾌한 경관을 맛보았을 것이고, 노모에 대한 김영수의 효심을 생각하게 했을 것이다.
소산리 양소당과 삼소재 등 건축문화유산들
안동김씨의 동성마을인 소산리에는 양소당과 삼소재 두 고택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양소당은 동서로 난 마을 중심의 장태골길 북측 경사면에서 서남향을 하고 있다. 양소당은 후 안동김씨 종택으로 성종 때 활동하던 양소당養素堂 김영수(金永銖: 1446~ 1502)의 종가댁이다. 김영수는 자가 적옹積翁이고, 호가 양소당이며, 시조인 태사 김선평의 후손으로 한성판관 김계권金係權의 아들이다. 양소당의 의미는 ‘질실순고質實純古’에서 따온 것으로, ‘질박하고 참되며 깨끗하고 예스럽다’다. 즉 이는 꾸밈이 없는 참된 면, 그리고 순수하고 고졸한 경지를 말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이후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양소당은 두 아들 김영과 김번이 문과에 합격하면서 영화를 누리게 된다.
양소당은 안채와 사랑채, 중문간채, 사당을 구성된 전형적인 반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목재로 골격을 완성한 후 지붕에 한식기와를 올린 홑처마 지붕이다. 사당은 별도로 ‘ㅁ’자형 본채 오른쪽 뒤편에 있다. 양소당은 담장으로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누고 있는데, 사랑채와 사당, 안채를 감싸고 있는 담장 안쪽 영역과 안채 뒤편을 감싸고 있는 담장 안쪽 영역으로 나뉜다.
안채의 평면은 겹집으로 정면에 툇마루를 달았고, 좌측부터 부엌 1칸, 안방 2칸, 대청 2칸, 건넌방 1칸이 있기 때문에 안방은 안마당을 면하고 있다. 부엌 상부에는 안방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다락을 꾸며 놓았다. 부엌에 면한 좌익사는 온돌방, 고방, 뒤주가 차례로 있다. 대청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건넌방과 고방이 있고, 건넌방에 면한 우익사에는 중문간과 사랑채에 딸린 방이 있다. 안채의 목가구는 기둥 상부를 소로수장으로 마감한 5량 가구이며, 지붕은 홑처마 팔작지붕을 하고 있다.
사랑채는 오른쪽으로 돌출시켜 놓았는데, 왼쪽에 2간의 온돌방을 있고, 오른쪽으로도 2간 규모의 사랑대청이 있고, 온돌방과 대청의 전면에는 툇마루를, 배면과 오른쪽에는 쪽마루를 꾸며 놓았다. 마루간은 문중의 대소사가 있을 때 사용하며, 특히 제례 시 제청 공간으로 사용했다. 사랑방 뒤편 우익사右翼舍에 1/4칸 규모의 수장 공간과 2칸의 부속방이 딸려 있다. 또한 사랑방 뒤편 수장 공간 좌측에 사랑방에서 안채로 출입할 수 있는 은밀한 통로 공간을 마련하였다.
사랑방 내부는 중간에 네 짝 미서기문을 달아 실내를 두 공간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사랑방과 사랑 대청 사이는 불발기 사분합 들문을 달았고, 사랑 대청 전면은 상부에 고창을 달고 그 아래에 4분합 들문을 달아 공간을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도록 하여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고창의 사용은 집의 규모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문간 좌측에는 1칸 외양간이 있고 그 옆으로 반 칸 떨어진 모서리에 하인이 거처하는 모방이 놓여 있다.
사당은 정면3칸 측면 1.5칸으로 전면에만 원주를 세워 툇마루를 꾸몄으며, 내부 바닥도 우물마루로 구성하였다. 사당의 상부 가구는 5량 가구이며, 기둥 상부는 소로수장을 하여 마감했다. 처마는 홑처마이고 지붕은 맞배지붕이다.
삼소재三素齋는 선 안동김씨 시조의 18대손인 김용추(金用秋: 1651~1711)의 종택으로 1692년에 완성하였으며, 김용추의 처남 진성이씨 이고(李杲, 1649~ 1708)가 예천군수 재임 때에 매가妹家에 들렀다가 초가삼간이 안타깝다며 지어준 것이다. 당호는 김용추 공의 5대손인 김종락(金宗洛, 1796~1875)의 아호를 따랐다. 삼소재 김종락은 1769년 소산에 태어났다. 삼소란 행소리行素履, 식소찬食素餐, 거소산居素山을 말한다. 첫째, 행소리는 현재의 상황과 경우에 맞게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바른 행위를 실천한다는 뜻이고, 식소찬은 소박한 음식을 뜻하며, 거소산은 소산에 산다는 말이다. 즉 삼소는 ‘소산에 살며 깨끗한 행실을 하고 검소한 음식을 먹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삼소재는 안동의 반가들처럼 ‘ㅁ’자형 정침의 고택으로 뒤편에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정침은 소산의 지맥이 힘 있게 뻗어 흐르는 주맥에 기대어 마을 한복판 높은 곳에 터를 마련하고 동향을 하고 있다.
고택의 내외부는 안채와 사랑채, 사당을 감싸고 있는 토담이 경계선을 긋고 있으며, 다시 사랑채 영역과 안채 영역은 ‘ㅁ’자 정침의 배면 북측 기둥과 정면 남측 기둥을 연결하는 토담이 영역을 분할하고 있다. 정침은 안채와 사랑채가 연결되어 있으며, 정면 5칸, 측면 5칸을 중심으로 사랑채부분이 북으로 1칸, 전면으로 툇간을 돌출하고 있다. 따라서 사랑채의 지붕은 별도로 팔작지붕을 구성하고 있다.
안채는안마당을 향하고 있는 정면 3칸 측면 1.5칸 규모의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측에 실을 구성하고 있다. 우측에는 윗방 1간, 아궁이 1간, 좌측에 뒷방 1칸, 안방이 자리하고 있다. 사당은 우측 윗방 북측에 자리하고 있다. 사당은 전퇴가 있는 정면 3칸 측면 1.5칸으로 내부가 마루구조를 하고 있다.
북측으로 돌출한 사랑채는 정면 3칸 측면 1.5칸으로 전면에 툇마루를 구성하였다. 중문의 우측부터 사랑방 1.5칸, 사랑대청 1.5칸으로 간잡이를 했다. 사랑채 뒤편 우익실에 책방과 고방을 꾸며 안채로 통하도록 했다. 중문 왼쪽에는 마구간 1칸이 있고, 이에 접하여 반 칸 도장과 1칸 반 부엌이 있다.
안대청 상부 가구는 동자대공을 세운 3량 가구로 꾸몄지만 사랑채는 원기둥을 세워 상부 5량 가구를 받도록 했으며, 측면 합각부분 아래는 충량을 걸치고 눈썹천장을 꾸며 장식했다.
비안공 구택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비안공比安公 김삼근金三近의 옛집이다. 이 집은 비안공의 첫째 아들 한성판관을 지낸 김계관과 둘째 아들인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1431~1517)이 태어난 뒤인 1465년경에 지어졌다 한다. 비안공 구택은 안동김씨가 안동 소산에 입향해 지은 첫 터전으로 안동 김씨의 큰 조상이 된 인물이 태어나고 성장한 성스러운 곳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 집에서 태어난 김삼근의 맏손자인 김학조(법명: 등곡燈谷)가 출가하여 승려가 된 이후 학조대사學祖大師는 세조의 국사가 되어 대장경을 간행하는 등 불교문화를 일으키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비안공 구택은 건립 당시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컸었는데, 후대에 개보를 하면서 점진적으로 규모가 축소되었다고 한다. 이집의 당호는 돈소당敦素堂이며, 안동김씨 집성촌인 소산마을의 가장 안쪽인 소요산 산기슭에서 터를 잡고 남서향을 하고 있다. 돈소당은 비안공 구택의 당호堂號로 쓰이고 있는데, 당호는 비안공 11대손이고 비안공의 둘째 손자인 감찰공監察公 영전永銓으로부터 9대손인 김언행金彦行이 그 주인공이다.
소산리의 중요한 건축문화유산으로 청원루가 있다. 청원루는 원래 안채와 사랑채로 41칸이었는데 1934년 홍수로 허물어지면서 현재 이 건물만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청원루는 원래 김번이 중종 때 여생을 보내기 위해 건립한 집으로 이후 1645년에 김상헌이 이 누각을 중건하였다. 현재 청원루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199호로 관리되고 있다. 청원루는 병자호란 때 안동김씨 일문의 피난처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김상헌은 심양으로 압송되기 전까지 이곳에 은거하던 곳으로 그의 손자 김수증과 김수항 형제의 독서처가 되기도 했다.
병자호란 때 김상헌은 예조판서로 남한산성으로 피난했다. 그는 결사항전을 끝까지 주장했지만 그 곳에서 인조의 삼전도 굴욕을 보았다. 이로 인해 그는 청나라에 6년간 볼모로 잡혀 있었으며, 이후 청나라에서 돌아온 후 낙향하여 청나라를 멀리한다는 뜻으로 청원루라 이름 지었다 한다. 청원루라는 편액 속에는 삼전도의 치욕이 사무치게 묻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나라로 떠나는 청음 김상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다시 마을 초입에 있던 싯구가 떠오른다.
김상헌의 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금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글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무심결에 휙 지나지 말고, 시간의 역사를 뒤돌아 들여다 보면, 뭐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건축순례를 통해 청원루에서 김수증이라는 분이 안동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것, 강원 화천 화음동 삼일정의 주인이라는 것, 커다란 바위 위 삼일정三一亭에 앉아 바위를 휘돌아가는 구곡을 즐겼던 분을 만났다는 것은 나에게 큰 소득이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