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이 함께 엮은 역사(글/김복영_본지 발행인)

독자 회원님

벚꽃들 춘설이 되어 흩날리던 강변 산책로가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가을입니다. 

돌이켜보면 『향토문화의사랑방 안동』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던 때도 벚꽃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봄날이었지요. 안동문화에 대한 사랑을 핑계로 맘 맞는 이들 몇이 모여서 무슨 모의하듯 소문 없이 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게 그때였습니다. 



그즈음 세상은 온통 민주화 열망과 88올림픽에 최면催眠 되어 있었구요. 그런 때 변방의 작은 도시, 그 척박한 땅에 심은 어린 나무에 몇 사람이나 희망을 가졌겠습니까.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했던 것이, 민간 정기간행물이라면 우선 불온不穩시하던 사회지도층의 분위기, 안동사람들 특유의 냉담冷淡, 무엇보다 나무를 심는 이들조차 장래를 가늠할 수 없는 불투명한 환경에서 시작했으니까요. 



그래서 아주 조심스레 40쪽짜리 얇은 편집의 계간지季刊誌를 무가無價로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안동사람들 스스로 글을 쓰고 회비를 내서 안동사람들이 읽을거리를 만들겠다는 소박한 꿈과, 오늘의 일을 내일의 역사로 기록하여 안동문화의 디딤돌이 되고자 하는 옹골찬 다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창간호를 내놓고 보니 주위의 관심은 의외로 뜨거웠습니다. 다투어 한 모금의 물과 한 줌의 거름으로 북을 주고, 저마다 열심히 읽어 주셨습니다. 특히 새 건물을 지어 번듯한 사무실 공간을 내준 ‘권방사선과’ 권세홍 원장의 배려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 울력에 힘입어 계간지 3년 만에 격월간隔月刊으로 전환하면서 가슴속에 월간지의 꿈을 품었지요. 비록 월간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간 안동사람의 삶과 생각을 담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발간되면서 어느덧 이웃들이 함께 엮어나가는 안동의 역사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세월이 27년이나 되었으니 그간 비바람인들 왜 없었겠습니까마는 그때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가꾸고 보듬어준 독자 회원님들의 정성이 있어 지난 세월은 늘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만나면 헤어지고 생성되면 소멸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보면 <안동>지 또한 그 순리를 벗어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차제에 그 시점을 지령155호로 잡게 되었고, 그 일정에 따라 이번 154호는 지금까지 다수에게 무료로 배포되던 편집형식의 마지막 책으로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12월에 발간되는 종간호는 그간 사랑방과 인연 맺었던 분들의 글을 모아 기념문집으로 엮을 예정입니다. 종간호에 소회의 글을 남기고 싶은 분은 이 책 79쪽에 게재된 요령으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또, 종간호 발간에 맞추어 〈안동사람들〉을 주제로 사진전을 열 예정입니다. 12월 16일부터 5일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사진전은 ‘안동’지가 창간된 1988년부터 2013년까지 26년간 ‘사랑방’에 소개되었던 안동의 보통사람들 사진입니다. 세월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이웃들의 그때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에 앞서 11월 26일에는 〈임동창 풍류 안동아리랑〉 공연이 열립니다. 사랑방 27년의 뒤풀이마당이 될 이 공연은 ‘문화모임 안동’ 윤태권 회장과 완주에서 풍류학교를 열고 있는 풍류음악가 임동창 님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집니다.

<안동>지 종간에 즈음하여 기획한 이 세 가지의 행사가 지난 27년간 변함없이 ‘사랑방’을 지켜주신 많은 분들의 고마움에 작은 보답이 되고, 서로 아쉬움을 달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계절입니다. 생生과 멸滅이 순환循環하는 때이지요.   

‘문화모임 안동’에서 발간하던 격월간 『향토문화의사랑방 안동』도 스물일곱개의 나이테 속에 일백쉰다섯개의 편린片鱗으로 갈무리되어 역사로 남을 것입니다. 

누가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묵묵히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 그런 이웃들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믿음과, 독자 회원 여러분의 사랑을 간직하고 이제 <안동>지 한 세대를 마감하고자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10월 사랑방 스물일곱 번째 가을에

                           격월간 향토문화의사랑방 안동   발행인 김 복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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