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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환을 섞어 쓴 조사(글/김연대 시인)

안동의 풀 향기고 안동인의 진면목인 <향토문화의사랑방 안동>이 종간된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안동 전체가 없어지는 것 같아 순간적으로 핑 눈물이 났다.

내 감정이 이럴진대 26년 동안 격월간으로 결호 없이 안동의 정체성을 담아내기에 혼신의 힘을 쏟았던 발행인, 운영위원, 편집위원, 그 밖의 필진들과 사랑방 회원들과 후원회원, 독자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플까, 애석하다.

나는 임하댐 상류 길안면 대곡리 오지마을 한실에서 태어났다. 6·25 전란 중에 대곡분교를 졸업하고 지금 시청 위치에 있었던 안동사범 병설중학교에서 공부했던 나는 40여년을 안동을 떠나 살았지만 나의 뿌리는 안동임을 벗어난 적이 없었고 또 안동인의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왔다.

임하댐 건설로 안동의 지형이 바뀌던 1988년 사랑방 안동이 창간되던 해는 나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였다. 그때 나는 마흔 여덟의 장년기로 어둡고 긴 터널을 천신만고로 빠져나와 세상에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던 원년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아홉 살에 고향을 떠나 서울과 인천 등을 전전하다 군대엘 갔고 제대를 하고 잠시 고향에 돌아왔다가 결혼을 하고 살길을 찾아 다시 정처 없이 고향을 떠나 대구라는 낯선 도시에 떨어진지 20년이 되던 해로, 대구 앞산 밑에 단층 양옥을 사서 셋방살이 설움에서 해방되던 해였고 대구시민회관 전시관에서 최첨단 사무자동화기기 전시회를 가지는 등 내 인생이 도약하고 번창하던 때였다. 처음 산 집 정원에 꽃나무도 심고 잔디도 심고 호박도 심어 작은 창고 지붕위로 줄을 올리며 희망에 부풀어 있었으니까.

남창이 있는 큰 방을 서재로 만들고 이제부터 시도 쓰고 공부도 해야겠다는 각오도 세우고 기가 한창 살아나던 때였다. 집을 샀다고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이 안동에서 버스를 타고 나오셔서 하룻밤을 주무시고 아침에 거실에 나와 창문 밖을 바라보시며 기뻐하시고 “너도 이럴 때가 있구나!” 하시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고 비로소 이제 내가 아버지 어머니의 근심덩어리에서 벗어나 조금은 자랑스러운 아들로 인가를 받게 되는 것 같아 아버지의 눈물이 내게로 전이되어 왔다. 그렇게 좋아하시고 기뻐하시던, 평생 농사만 지으시며 고

생하신 아버지를 모셔볼 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 이태 후인 1990년 아버지는 일흔 여섯 해로 생을 마치시니 나는 풀지 못한 한이 많아 참 많이 울었다.

그때 나는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삼성전자 사무자동화기기 국내 최우수 대리점으로 선정되어 선진국 여러 도시를 관광도 하고 동업계의 선두로서 기반도 튼튼했고 환경도 좋은 때였지만 아버지의 별세는 내가 세상을 향한 투쟁에서 이기고 돌아왔으나 내 피 묻은 투구를 바칠 데가 없는 심정으로 몰아갔으며 따라서 전의를 잃었고 돈을 버는 일에 매진하기가 싫어졌다. 홀로 남은 어머니와 좀 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고 방향키를 돌려 마침내 닻을 내리고 깃발도 내리고 홀홀 떠났다.

시간에 매이지 않으니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고 어머니와 함께하는 시간만큼 나는 한동안 행복했었다. 그러나 어머니도 오래 못사시고 4년 후 돌아가셨다. 한동안은 고아가 된 심정이었으나 아버지의 별세보단 여한이 적어선지 울지 않았다.

올해 내 나이가 일흔 넷으로 외지에서 40여 년을 보내고 이제 아버지 어머니가 잠드신 선산 아래 묻히려고 돌아온 지가 10년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시인이 되어 있었고, 세상에 이름도 좀 얻고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향토문화의사랑방 안동>이 나의 귀향을 특집으로 싣기도 하였고 귀한 지면에 초대하여 시를 싣기도 하여 오래 떠나있다 돌아온 고향이 타향같이 느껴지던 적적한 귀향에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이 사랑방 안동이었다. 내 가슴속에만 있다가 사라질 나의 과거사가 이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 또한 사랑방 안동이 아닌가.

그런 사랑방 안동이 만 스물여섯 해 청년 나이로 종명을 맞았으니 내 어찌 비감한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나의 인생 나의 애환을 섞어 사랑방 안동의 조사로 바친다.

사랑방 안동이 지금 동토 속에 묻힌다 하더라도 멀지 않은 장래에 시절인연이 닿아 화사한 얼굴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믿고 그간 노력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