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공동유치한 그날부터, 안동예천은 운명공동체′(글/유경상_경북인뉴스 발행인)‘남부북빈南富北貧’ 탈출구인 경북도청신도시 건설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할 긴급하고도 큰 과제 중 하나로 ‘지역불균형을 바로잡아 지역균형발전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할 때 대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실종 상태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국토면적은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 제조업, 지역총생산, 100대 기업 본사, 문화 등에서 나타나는 과밀집중은 흘러넘치고 있어 망국병으로 접어들고 있다.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며 국가균형발전특별법까지 제정했지만, 비수도권은 갈수록 인구감소와 유출, 산업기반 붕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일한 광역행정구역인 경상북도에서도 지역속의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어졌고 이런 현상을 비꼬아 ‘남부북빈南富北貧’ 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억압에 대항해 저항이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민주주의 운동으로 갔듯이,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려는 운동은 지역균형발전론과 분권운동으로 모아져 왔다.
이것이 경북북부지역에서는 ‘경북도청 유치운동’으로 구체화 되었던 것이다. 196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중앙집권이라는 권위주의적 국가주도 권력체계는 수도권 중심의 경제개발 전략을 채택해 급격한 산업화를 달성했다. 산업화는 성공했지만 다수의 지방이 차별받고 경제적으로 소외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가운데 포항권과 구미권은 산업화의 혜택을 온전하게 누리며 일자리가 넘쳤고 인구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경북북부권은 극심한 이농현상과 함께 낙후와 규제에 묶여 ‘같은 광역생활권 내에서 조차 지역 간 불균형이 고착화되는 현상’이 굳어졌다.
지방자치라는 시대적 흐름에 적극 부응해 새로운 균형발전의 맥락을 본능적으로 짚어내기 시작한 것이 경북북부권에서는 ‘도청을 북부권으로 유치해 내자’는 운동으로 발화되었다. 그 결과 2008년 6월 8일 경상북도 도청이전 예정지가 안동·예천으로 결정되었다. 만 7년 전의 일이다. 1981년부터 대구광역시에 있었던 경북도청 청사를 경상북도 내 구역으로 안착시켜 낸다는 1차적 과제를 풀어낸 것이다.
그런데 안동·예천의 공동유치가 성공하던 날로부터 양 지역은 큰 기회를 얻는 동시에 또 하나의 위기를 안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군 행정구역 통합론’은 피해갈 수 없는 극복 과제로 잠재되어 있었다. 다시말해 양 지역으로의 도청유치가 결정된 날 이후부터 시작된 ‘성공적인 도청신도시 건설’은 곧 안동과 예천 양 지역의 ‘상생과 협력’이라는 운명공동체를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통합이냐? 현상유지냐?’라는 2차적 선택지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 안동과 예천의 상황이다.
시·군 통합 없는 도청신도시 건설은 모래성 될 수도
‘현재의 기초단위 행정구역은 100여 년 전 갑오경장 때 개혁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당시는 완전한 농업시대 아니었나? 그런데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와서도 그때의 행정구역을 그대로 따른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2008년 9월 9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나온 입장이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100여 년 전 만들어진 행정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무성했지만, 지방자치제 전면 도입을 앞둔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도농통합으로 임시 봉합되었다. 하지만 인구 2만여 명인 군郡과 100만 명이 넘는 시市가 같은 기초자치단체로 있는 현실은 지역 내 불균형 심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에 2012년 6월,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지방행정체제 개편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역 주민의 편익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행정의 효율성과 지역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안동·예천지역은 자치단체 간 경계를 넘는 대단위 국책사업 추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정 수준의 인구와 면적, 재정을 확보해 낸다면 미래성장의 기반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대상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1980년대부터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시작된 이래 2005년 국회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편논의를 본격화 했고, 이에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가 총 83차례의 회의를 개최하는 등 최종적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매우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했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간 주도권 다툼, 공무원의 자리, 선거구제, 주민동의 등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유야무야 지내온 것 또한 사실이었다.
만약 도청신도시의 명칭을 제정한다는 움직임이 없었다면 안동·예천의 상생과 협력을 위한 다양한 모색이 중장기적으로 모색되어졌을 것이다. 신도시 명칭 제정 흐름이 제출되는 순간, 안동·예천지역에서 그동안 20~30년 미래발전과 생존전략을 주도해 온 오피니언 그룹에게는 큰 위기의식을 작동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경북도가 추진해 온 ‘신도시 명칭 제정’ 움직임의 다음 수순이 무엇일까를 단번에 알아차릴 만큼 각성되어 있는 상태였다. 신도시 명칭 제정의 목적을 ‘신도시 정체성 확립과 도시관리의 효율성’이라고 규정한 만큼 명칭제정 이후 수순은 신도시 집중 투자와 자족독립도시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먼저 예천이 도청소재지의 군이 아닌 변두리 지역으로 전락하고, 뒤따라 안동 또한 퇴보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던 것이다.
신도시 명칭 제정 일단 연기됐지만 재논의 된다
이에 지난 5월 8일 안동지역 주민단체와 대표들이 긴급히 ‘도청신도시 명칭제정 반대, 행정구역 통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이다. 「신도청주민연합 안동·예천 통합추진위원회」(공동대표: 정동호, 김휘동)는 회견에서 경북도를 향해 5가지 질문을 던졌다. ▷행정구역 개편 없이 신도시 명칭만 덩그렇게 짓는 게 경북도정 발전에 어떤 실익이 있는가? ▷신도시 명칭은 공식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고 별칭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혼란과 불편을 왜 사서 초래하는가? ▷전남의 남악신도시, 충남의 내포신도시의 경우도 행정구역 개편 없이 신도시명을 사용하면서 많은 혼란과 정체성 상실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조사는 있었는가? ▷안동시와 예천군의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은 어떻게 했으며, 충분한 것인가? ▷도청신도시가 행정구역 이원화로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청신도시 명칭 제정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등이었다.
5월 11일 경북도지사실과 민원실에 통합추진위의 공문이 접수되었고, 경북도 명건도감위원회는 5개 명칭 후보작 중 최종 1개로 신도시 명칭을 결론짓는 것을 연기시키게 되었다. 명칭 제정 연기 이유는 ‘충분한 논의와 제반 여건이 성숙된 이후에 신도시 명칭선정 작업을 재논의 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추진위가 접수한 민원에 대한 회신을 통해 ‘통합추진위와 경북도가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행정통합을 위한 양 시·군 간의 노력과 여건이 성숙될 수 있다면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펼치겠다’고 답변했다. 경북도의 신도시 고유명칭 제정 움직임은 일단 연기되었지만, 내년 총선 이후에 다시 재논의 후 확정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안동지역이 신도시 명칭 제정 움직임에 이처럼 민감하게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안동은 1990년 초부터 먼저 도청유치운동을 민관학이 합심해 전全 주민협치 차원으로 전개해 왔던 주민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부터는 도청신도시의 성공적인 건설을 담보해 내고 이를 통합된 두 지역이라는 기반위에 두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연속적인 운동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양 지역이 공동으로 도청유치를 하는 순간부터 다시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도청소재지 또한 안동과 예천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못 박기 위해서이다.
안동과 예천은 뿌리가 같은 만큼 미래 함께 만들어야
이에 안동과 예천은 지난 역사 이래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될 때이다. 김휘동 전 안동시장은 이에 대한 설명을 명료하게 압축시켰다.
▷지리적으로 연접해 있는 동반자 : 산과 강의 자연 환경이 인간 삶의 보금자리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경계구역이 설정되었다. 우선 영남지방 일천만의 젖줄인 낙동강과 내성천을 함께 공유하면서 한국의 명소 안동 하회마을과 예천의 회룡포마을을 탄생시켰다. 또한 양 지역 각각 4개 면지역이 머리를 맞대고 있으며 학가산(882m)은 안동의 진산鎭山이자 또한 예천의 진산이기도 하다. 특히 신도청 지역의 주산主山 또한 안동과 예천이 함께 공유하면서 좌청룡은 안동의 가일마을 뒤 정산이고 우백호는 예천의 거무산이다.
▷역사적 동질성 : 양 지역 모두 신라 최북단 지역에 위치하면서 고유지명은 물론 변혁기마다 시대적 운명을 같이한 동반자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다만 안동이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통일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 연원으로 구한말까지 안동대도호부 또는 안동부로서 광역적 기능을 수행하여 왔음이 특이할 뿐 지역의 정체성은 언제나 함께하여 왔다. 관혼상례를 비롯한 세시풍속과 언어의 특성 모두가 구분하기 어려운 동일 생활문화를 가지고 있고 통혼 관계도 타 지역에 비해서 상호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지역경제의 동일생활권 : 지난날 안동사람이 육로로 한양을 오르내릴 때는 반드시 예천 땅을 경유해야만 했으며 중앙선 철도가 성행할 때는 예천사람이 안동역을 많이 이용했다. 지금은 대부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까닭에 예천은 안동의 앞마을 위치에 있어 무상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교통로도 함께해 온 동일 생활권이다. 특히 예천은 광활한 평야의 풍부한 물과 산을 자원으로 한 농업 생산기능을 하고 있고 안동은 농업생산과 생산물 유통기능의 중심지 역할을 함으로써 상호 상거래의 보완적 기능 또한 수행하고 있다. 한 지역의 예로서 구담시장은 예천, 안동의 행정구역 구분 없이 신용협동조합, 약국, 병원, 요식업 등 주민 모두가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공동생활권이 되어 왔다. 이런 연유로 안동경제의 주역들 중에 예천출신 인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보편화된 일화이기도 하다.
이에 안동지역 주민들이 신도시 명칭 제정에 적극 반대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신도시명칭 제정이 확정되면 몇 년 이내에 새로운 독립시 설치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해 내고, 당당한 도청소재지의 시군으로 재정립을 해내기 위해서는 통합이 최선이라는 절박함이 깃들어 있다. 신도시에 인구가 집중되고 산업과 교육, 문화인프라가 충족되면 단일 법률로 새로운 시 설치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경북도가 내세우고 있는 전남과 충남의 사례는 경북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충남은 도 본청과 교육청이 홍성군 홍북면에 있고 도의회와 경찰청은 예산군 예산읍에 걸쳐 건립된 관계로 ‘내포 신도시’로 조례를 정했고, 전남은 도청을 포함한 대부분의 도 단위 기관을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에 설치했기 때문에 지역명칭을 그대로 인용해 ‘남악 신도시’로 정했다고 조목조목 반박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청신도시가 들어선 후에도 안동시와 예천군이 별도의 독립단위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면 어떤 수순과 단계로 진입할 것인가 하는 예측시나리오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동지역에서는 “행정통합 단일지역이 되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안동과 예천은 각각 1~2개 면을 내줘야하고 인구, 면적, 보조금, 교부금이 줄어들 것이며, 본래의 시군 형태보다 더 쪼그라든 지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양 시·군 의회가 합의를 하거나 주민투표법에 따라 유권자의 삼분의 일 이상이 투표하여 과반수이상 찬성을 얻는 방법을 하루 빨리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주창하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과 동시에 정치구역 통합 서둘러야
한편 안동시와 예천군을 둘러싼 행정구역 통합론에 관한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구역 통합론의 당위성이 적극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출되고 있다. 선거구의 최대 최소 인구편차를 2대1 이하로 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국회 정개특위 소위가 공론화에 들어가 있다. 경북에서는 6개 선거구가 인구 하한(13만8천984명)에 미달돼 통합 대상인데 문경-예천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에 지난 2012년 6월 안동·예천이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계획안’에 따라 통합대상지역으로 선정된 만큼, 정치구역의 동시통합 전개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안되고 있다.
예천지역이 그동안 문경지역과 통합선거구를 유지했었지만 인구 미달로 또다시 안동이 아닌 인근 시단위로 조정·재통합된다면 앞으로 독립된 선거구로 부활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왕 인접선거구와 통합을 해야 될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안동시와의 통합을 적극 추진한다면 향후 5년 이내에 ‘예천만의 독립선거구’로 재조정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도청신도시의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예천+도청신도시=통합시 갑’, ‘기존 안동지역 을’로 분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의 20년 후, 30년 후를 예측하고 미래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신新 지역발전운동이 더욱 절실하다고 보여 진다. 경북도가 밝힌 도청신도시의 청사진은 ‘2027년까지 인구 10만의 자족 신도시를 완성한다’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 방침은 변한 적이 없었다. 이에 대응해 양 지역의 대응책은 3가지 유형으로 예상되고 있다. 첫째는 신도청 소재지에 「○○신도시」를 설치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현행대로 안동, 예천 자치단체를 그대로 두는 경우이며, 셋째는 현행 안동, 예천을 하나의 자치단체로 통합하는 경우이다.
지금에 와서도 세 가지 유형은 유효한 그대로 이며, 경북도는 첫째 방안을 원칙으로 추진 중이다. 이런 갈래길에서 안동과 예천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인 만큼 대응의 방향설정과 상황판단에 민감하고도 명쾌해져야 할 때인 것만은 명확해졌다. 예천지역이 즉자적으로 내놓고 있는 현 행정구역을 고수하자는 논리와 주장은 경북도의 독립적인 행정신도시 건설에 그리 위력적인 대응이 아닐뿐더러, 결과적으로는 무대응하자는 것에 불과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고 본다. 만약 현 상태로의 유지만 고집하게 되면 예천지역이 먼저 몰락하고, 곧 뒤이어 안동지역의 퇴보라는 공멸의 늪지대로 빠져 들어갈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안동지역 주민들의 의식에도 큰 변화가 요청되어지고 있다. ‘배려와 양보를 통한 통합의 정신’이다. 상생을 위한 여러 가지 협력방안 중에 ‘시·군 통합운동’이 제출된 만큼 단기적인 정치적 이용이나 돌출적 행동이 도청소재지를 품은 통합시를 향한 대장정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안동지역 주민들이 경북의 중심도시라는 광역적 관점을 세우며 넉넉하고도 품위 있는 통합의식의 새싹을 키워야 할 때인 것만큼은 분명해지고 있다.[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