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나무 한 그루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글/이인우_소설가, 본지 편집위원)
1.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는 J.M. 바스콘셀로스(1920-1984)가 쓴 소설이다.
브라질 최고 작가로 손 뽑히는 그는 하우지자네이루의 외곽에 위치한 방구시에서 태어났다. 1942년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었고, 1963년 『오징냐, 나의 쪽배』로 입지를 다졌다. 그에게 가장 큰 성공을 가져다 준 작품은 1968년에 발표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이다. 이 작품은 브라질 역사상 최고의 판매 기록을 세웠으며 영화화되기도 했다. 또한 브라질 초등학교 강독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미국 유럽 등 19개국에서 32개 언어로 출판되었다. 국내에서는 1978년 발간되었지만 처음에는 별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1980년대, 독자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2.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때로는 크리스마스에도 악마 같은 아이가 태어난다.’로 소제목이 5개이다. 2부는 ‘아기 예수는 슬픔 속에서 태어났다.’로 소제목이 9개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등장인물인 제제(Zezé)는 주인공으로 애칭이며 본명은 조제(José)이다. 5살 아이인데 생각과 행동은 어른스럽다. 글로리아 누나, 엄마, 루이스를 제외하면 항상 맞고 지내지만 그래도 씩씩하고 용감하다. 제제가 말썽을 부린 것은 애정 결핍과 과도한 학대로 인한 것이다. 다음은 밍기뉴 또는 슈르르까로 제제가 이사한 집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 하는 나무이다. 밍기뉴는 평소에 부르는 이름이며, 슈르르까는 제제가 기분이 좋을 때 쓰는 애칭이다. 제제는 서부 영화의 말탄 카우보이를 생각하며 밍기뉴에 올라타 영화 속을 상상하기도 한다. 제제는 수시로 이 나무와 대화를 나눈다. 제제가 매를 맞거나 속상할 때 찾아가 안기면 따뜻한 위로와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나무다. 나중에 밍기뉴가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로 제제 내면의 완전한 성숙을 보여주게 된다. 다음 등장인물은 뽀르뚜가로 본명은 마누엘 발라다리스이다. 포르투갈 사람이며 첫 등장에서는 자신의 차에 매달린 제제를 망신 주지만 두 번째 등장에서는 유리조각에 발을 다쳐서 걷기 힘들어하는 제제를 병원에 데려다주며 화해한다. 이후 제제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된다. 제제가 밍기뉴와 하는 대화나 제제의 심리묘사를 보면 제제가 뽀르뚜가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을 양자로 삼아달라는 제제의 말을 일단 거절하나 제제에게 부성애를 느끼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작가의 유년시절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므로 바스콘셀로스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하우지자네이루의 방구시에서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시대적 배경은 작가가 살던 1920년부터 책이 발간되기 전까지라고 할 수 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5살짜리 꼬마가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기 소설이다. 브라질에서는 장난이 심한 아이를 사탄 중 하나인 까빼따를 따서 그 축소어인 까빼친냐(작은 악마)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 같은 장난꾸러기 정도이다. 제제는 호기심이 많은 악동으로 영리함을 겸비하여 당한 사람의 입가에 웃음이 돌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예민한 감수성이 있어 사랑받고 싶어 하기에 독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낙천적인의 브라질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순수하고 감수성이 예민하여 사랑이 넘친다. 그래서 슬픈 노래를 좋아한다.
3.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속편으로 『햇빛사냥』이 있다. 십대에 접어든 제제가 라임오렌지나무 대신 아담을, 뽀르뚜가 대신 모리스를 가슴 속에 키우면서 밝음과 용기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도 제제는 여전히 풍부한 감수성과 주체할 수 없는 장난기를 지닌 소년으로 그려진다.
『광란자』는 열아홉 청년이 된 제제의 이야기를 그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세 번째 이야기다. 라임오렌지나무를 떠난 청년 제제가 좀 더 성숙한 사고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고민과 불만을 엿볼 수 있다. 기성세대와의 대립과 충돌,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저항, 친구와의 우정, 첫사랑의 아련함과 아픔, 삶을 개척하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 등이 그려진다. 작가 자신의 청년기 이야기와 실제 체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교양소설의 형태를 띠며 작가의 유년기를 보낸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전적 서사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작품 속 주인공과 작가의 인생이 닮아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적 가치를 중시하는 전통 아동문학의 정형화된 틀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깨버리는 작품으로, 판타지적 요소를 도입해 현실세계와 환상세계의 뒤섞임을 비범하게 형상화 했다는 평이 있다.[향토문화의사랑방 안동15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