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현없는 가야금은 바퀴없는 자동차(글/한미례)가야금의 생명은 ‘농현’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현이란 ‘현(絃)을 희롱(戱弄)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오른손이 뜯은 음의 여음을, 왼손이 그 음을 흔들어서 물결과 같은 파동을 얻는 기법이다.
아시아권의 현악을 통틀어서도 우리의 가야금만큼 왼손의 주법이 다양한 것을 찾기가 힘든 만큼 가야금만의 독특한 매력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가야금의 추세는 농현 없는 서양식 기법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바퀴가 없는 자동차를 보면 사람들은 우선 신기하니까 그것을 쳐다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탐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야금을 알리는 건 서양식 기법이 아닌 여음의 생명력을 알리는 것이다.
가야금에 관한 앨범들이 많이 있지만 이번에 소개될 두 팀은 농현을 잊지 않고 있음에 추천을 하고자 한다. 바로 광주가야금연주단과 숙명가야금연주단이다. 우선 두 팀의 앨범에는 서양식느낌의 신곡과 편곡된 곡들이 있지만 매 앨범마다 빼 놓지 않고 우리의 전통음악형태의 곡들도 함께 넣고 있다.
광주가야금연주단의 시작점
전남대학교 국악과 성애순 교수를 중심으로 1989년 10월에 ‘5인 가야금 연주회’ 로 발족을 하였다. 그리고 1992년 ‘광주가야금연주단’으로 개명을 하며 많은 활동을 시작한다.
많은 활동에 비하면 1집이 좀 늦은 감이 있는 2002년에 발매가 되고 지금까지 두 장의 앨범을 내었다. 1집에서는 신곡들과 전통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로 채웠고 2집에서는 1집의 느낌 그대로 가면서 위촉곡 ‘밤은 잠들지 않는다’ 와 ‘성금련류 가야금산조를 위한 3중주’ 두 곡을 포함시켰다.
‘밤은 잠들지 않는다’라는 곡은 서양식 느낌이 압도적인 곡이다. 가야금의 특징을 살릴려는 노력은 보였지만 곡의 느낌이 ‘새롭다’라는 표현으로밖엔 해석이 안된다. 또 ‘성금련류 가야금산조를 위한 3중주’ 처럼 전통음악을 듣기 편하게 편곡하여 넣은 것은 이 팀들이 전통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대중성...
1998년에 설립된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의 김일륜 교수를 중심으로 1999년 결성된 팀이 ‘숙명가야금연주단’ 이다. 활동 연도를 보자면 광주가야금연주단보다는 후배격 이지만 2000년 1집 앨범이 나왔으니 앨범으로 보자면 선배이기도 하다.
1집에서는 비발디 사계 중 가을 1,3악을, 2집에서는 터키행진곡, 키싸스?키싸스?키싸스, 사랑의 역사, 베사메무쵸를 가야금으로 표현하면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된다. 얼마 전에 나온 3집에서는 비틀즈 음악 5곡과 슈베르트의 추억, 비발디 사계 중 봄 1,2,3악장을 담고 있다. 물론 이 팀의 앨범에서도 우리의 전통음악을 매 앨범마다 꼭 넣고 있다.
이 두 팀이 매 앨범마다, 앞부분에는 새로운 시도로 가야금에게 우선 호감을 가게하고 중간쯤부터는 가야금병창과 산조를 적절하게 넣어 새로움과 전통성을 담고 있어서 앨범 자체로 본다면 대중들에게 더 사랑 받기를 개인적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대중들에게 가야금을 쉽게 알리는 방법이 되어야 하는데 두 팀 자체만의 경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 팀을 색깔로 구지 나눈다면 빨강색과 주황색 같은 정도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바삐 앨범들을 서로 내어놓는 모습이 조금 안타깝다.
앨범을 먼저 낸 숙명가야금연주단이 최초의 가야금오케스트라라는 표현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모습이라든지, 숙명가야금연주단이 앨범으로 출연하자 2002년 11월 1집에 연신 2003년 9월에 2집을 내어놓는 광주가야금연주단이 이제는 그들만의 독특한 색을 찾기 바란다. 두 팀이 누가 더 잘하고 나은지를 떠나 우선 급한 건 대중들에게 가야금의 선율을 선물하는 일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