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전통마을을 여행한다?(글/이소은)우리 문화원형 디지털 컨텐츠화 사업(문화원형 컨텐츠사업)’은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자료들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화관광부 산하에 있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55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문화원형 컨텐츠사업은 지난 해 두 차례의 자유공모와 한 차례의 지정공모를 통해 총13개 과제가 1차로 선정됐고, 탈락과제 중 좋은 소재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아 2차에서 35개 과제가 자유공모에 선정되고, 5개 과제가 지정공모에 선정됐다.
이중 안동지역에서도 (주) 여금의 ‘사이버 전통 한옥마을 세트 개발’ 사업이 2차 자유공모에 선정됐다. 옥동에 위치한 벤처기업 여금은 하회마을 내 한옥인 양진당을 모델로 한 3차원 애니메이션 기술을 개발해 중소도시로는 유일하게 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화 사업에 선정돼 지난 8월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문화원형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대부분 수도권 업체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실에서 중소도시로는 유일하게 여금이 참여했다. 그런데 콘텐츠진흥원의 100개 항목이 넘는 세 차례의 사업수행 평가에서 여금은 세 번 모두 만점을 받았을 정도로 ‘목숨걸고’ 사업을 진행했다 한다. 단적으로 여금의 사이버한옥마을 세트 개발사업은 총 용량이 1.5 테라바이트 정도로, 컨텐츠 진흥원에 납품한 것은 52기가, 납품한 용량이 나머지 34개 업체에서 납품한 용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하니, 1년간 사업에 참여했던 이들의 노고가 얼마일지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사이버 전통 한옥마을 세트개발 사업은 우리 전통 한옥을 삼차원(3D)그래픽리소스를 비롯하여 사진, 도면, VR, 텍스트 등 8가지 부가 콘텐츠, 즉 세트로 개발해 사이버상에 콘텐츠몰을 만드는 사업이다.
문화컨텐츠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와 인물, 배경, 그리고 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덩어리라 할 수 있다. 사이버 전통 한옥마을은 그 가운데 이야기의 배경인 세트 속의 건축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즉 게임, 영화, 방송,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아바타의 배경 등을 아름다운 한옥이나 우리나라 전통 고건축물로 채우는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고건축물의 어떤 것들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놀랍게도 콘텐츠 구성도를 보면 알겠지만 조선시대 중?후기 마을의 대표적인 건축물 형태를 총망라했다. 지식상품인 콘텐츠는 하나의 컨셉이 일관되게 적용되어 이용하기 편리한 카테고리 분류 속에 체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조선후기 전통고을에 존재하는 모든 고건축 문화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문화자산을 디지털 세계에 옮겨 놓는 작업이다.
실제 하회마을의 양진당은 자신이 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제약되지만, 디지털 세트인 양진당은 영구복원된 모습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체험할 수 있다.
다음은 한옥마을 세트를 개발하기 까지 과정을 (주)여금 유동환대표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이버 전통한옥마을세트개발
<사이버 전통한옥마을 세트개발에 이어 불교사찰 세트개발 사업도 추진중이라고 들었다>
작년에 선정된 ‘사이버 전통 한옥마을 세트개발 사업’을 8월달에 마무리 짓고, 다시 문화컨텐츠 진흥원에서 공모하는 문화원형 컨텐츠화 사업에 불교사찰을 소재로 한 <불교사찰 디지털 세트 개발> 기획서를 제출해서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번엔 유교건축을 했는데, 이번에는 불교사찰을 제출했다. 전공이 철학인데 어쩌다보니 건축전문이 돼버렸다.
<이번 작업이 안동지역에서나 대외적으로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정부 사업이란 게 대충 돈 맞춰서 최저선으로 맞춰서 해주면 될 줄 알았는데, 콘텐츠진흥원 원장이 대기업 출신이라 내용적인 관리는 거의 기업시스템이었다. 지역업체라는 핸디캡(?)을 극복 할 수 있는 길은 좋은 사업을 따서 이름을 얻는 수밖에 없다. 문화콘텐츠산업도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거지만, 수도권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 진입장벽이 높다. 그래서 목숨걸고 주사업으로 뛰어들었다.
컨텐츠진흥원에서 세 번에 걸쳐 평가를 받았데, 세 번 다 만점을 받았다. 임청각을 예로 들면, 임청각을 3D로 만들고, 2D사진, 도면, 영상, 텍스트 등 하나의 대상에 8가지 리소스를 구축하는 거다. 수량이 너무 많으니까 심사위원들이 이 많은 걸 ‘촌놈들’이 해내겠나 했는데, 어쨌든 다 해냈다. 용량으로 치면 1.5테라바이트 정도다. 개발후 납품만 52기가바이트를 했는데, 나머지 34개업체보다 많았다. 34개 업체중에 두 업체가 이 사업 때문에 파산했다.
<사이버 한옥마을 어떤 것인가?>
사이버상에 일종의 쇼핑몰을 건설하는 것이다. 즉 콘텐츠몰을 만들어서 3D 전통게임을 개발한다면 게임개발자가 다운받아 게임에 넣기도 하고, 영화같은 경우는 하회마을에서 많이 찍는데 전통몰 같은 경우도 부분적으로 찍어서 그래픽으로 다 채울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가능하게 된다. 지금 연구지원금으로 작업해서 원단이 다 만들어진 단계다.
이번에 안동문화방송의 천년주초란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천년주초 안의 3D영상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리소스들이다. 만약에 안동MBC에서 서지재사를 자체개발해서 만든다면 다큐 예산 4천만원 가운데 3D 개발부분만 5천만원이 든다. 그런데 이것을 다운받아서 수수료만 지불하면 되는 거다. 실제로 현재는 무료다. 이런 식으로 산업에 필요한 예비자원들이 미리 축적되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그걸 가져다 쓰면 된다.
<한옥마을 막연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조선시대의 마을을 읍성, 강가, 풍수지리형 마을, 바다 해안형 마을 해서 관아부터 나루터, 분묘, 정원 등을 총망라했다. 안동에는 우리가 실제로 가볼 수 있는 고건축이 엄청 많은 대신에 사당 분묘 제실 가묘 등 이런 영역은 많지만, 건물의 다양성은 없어서 힘든 점도 있었다.
<문화재를 3D 리소스로 만들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건축물을 3D 그래픽으로 만들려면, 3D정보 즉 실측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문화재청에서 나오는 실측정보들을 참고로 했다. 한옥의 경우 표준화가 안돼 있으니까 수치정보를 하나 하나 입력해서 작업을 해서 내부구조나 형상을 실제하고 똑같이 만든다. 보통 PC 두 대정도의 용량에서 작업하는데 허용되는 데이터를 다 써서 만든다.
온라인에서 보거나 게임상에서 3차원의 장점이 XYZ축이 있으니까 캐릭터들이 내부를 들락날락할 수 있고, 카메라도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다. 3D는 지금 단계에서는 좀 기계적이고 날카로운 면도 있지만, 활용도는 굉장히 높다. 즉 문화재청에서 나온 실측정보가 나오는 책의 역할을 이 자체가 정보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사진을 아무리 많이 찍어도 색감과 정보를 보존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3차원은 평면으로 채취해서 3D로 입히는 작업을 하는데, 이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재 정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정보가 사이버상에서 공개 되는가?>
정부에서 KCIC라는 리소스 센터를 만들고 있는데, 이번에 개발한 것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11월 정도에 온라인에 공개될 예정이다. 리소스센터의 경우 아까도 말했지만 단순히 문화재를 교육시키거나 관광시키는 목적이 아니고, 콘텐츠산업을 육성할 만한 소스를 개발하는 거라 주요 수요층은 개발자들(디자이너, 게임 개발자, 영상감독 등)들이다.
<얼마정도 기간이 걸렸나>
1년 걸렸다. 1년 동안 전국의 문화재 사진들을 촬영 정리해서 한쪽에서는 분석해서 3D팀에 넘기고, 사진 리터칭하고 모든 작업들이 1년안에 동시에 진행됐다.
<3D 하나만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거 같은데>
그렇다. 안동관아을 만들었는데, 현재 복원한 관아는 단청이 안돼 있지만, 조선시대 격식에 맞게 단청을 해봤다. 사실 석공이 두드려서 만든 것보다 느낌은 떨어진다. 서원 같은 것도 도산서원의 강당, 동서재, 광명실, 전교당 등 한 채가 일반 주택 다섯 채 정도의 데이터량을 먹는다. 단청을 사진으로 찍어오는데, ‘입체’에 있는 것을 찍어서(2차원) 다시 (3차원) 입혀야 하는데 작업과정이 단청을 새로 칠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3D 그래픽 리소스로 만들면 어떤 장점이 있나.>
3D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촬영과정에서는 아무리 크레인을 이용해도 볼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는데, 3D 정보를 만들어두면 카메라가 어떤 앵글에서나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경에 있는 성곽을 외국인에게 보여줬더니, ‘한국에 이런 성문이 있나?’하고 놀라더라. 자기도 가봤는데 그렇게 안보이더라는 것이다. 3D의 경우 인간이 진입할 수 없는 영역을 보여준다든가 다른 각도로 보여준다든가 해서 일정정도 유발효과가 있다.
3D는 물체의 덩어리만 표현되는 단점이 있는데, 우리 같은 경우 초가의 짚을 표현한다든지 하는 물체의 재질을 표현하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까치구멍집도 거의 망가져서 제대로 볼 수 없는데, 안동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대장간도 복원했는데, 대장간에서 풀무질하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대장간 건물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른다. 우리가 만든 3D 애니메이션은 이것 자체가 원단이기보다 완제품에 가깝다. 왜냐면 카메라의 이동방향 등을 스토리보드를 짜서 건물의 기능을 살려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설명하면서 양진당 나무 질감 보라고, 우리 안동에서 밖에 없는 500년짜리 나무질감. 이걸 맵소스, 텍스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만든 게임들도 서양게임처럼 약간 어둡고 돌이나 금속질감 같은 게 많이 나타난다. 그게 왜 그러냐면 서양인들의 컴퓨터 그래픽 툴 안에 들어있는 색깔이 서양색깔이다. 근데 자체개발한 색깔을 집어넣으면 데이터베이스를 완성해서 그 프로그램에 붙이면 한국형 프로그램이 되는 거다.. 전쟁을 벌이는 영역은 많다. 이야기로도 싸워야 하고, 색깔 하나 가지고도. “너 500년 묵은 나무 색깔이 어떤지 아니? 와서봐”(웃음)
<이번 작업에서 재밌었던 일은>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조선시대 원형 감옥을 복원했는데,1910년의 공주감옥 사진과 그 지도 안의 모습을 토대로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남녀 분리 감옥인데, 이것 자체가 개발자 용이면서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봐도 교육용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번 작업에 필요한 자료도 엄청날 테고, 또 고증작업도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측 도면만 100권이상, 해당분야 학위논문도 200종 가량 된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한계가 있다. 지방에서 작업하다 보니 자문위원들에게 검수받는 시스템이나, 아니면 각각이 작업하는 것들을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는 방식, 컨텐츠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터넷상에 인트라넷으로 작업한 걸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각자 자기 업무를 진행하면 자동적으로 업무단계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점이 문화컨텐츠 진흥원의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 고증의 경우도 작업자가 완성해서 인트라넷에 올려서 ‘이걸 검수해주세요’ 하면 전문가가 이에 대한 잘못된 점을 지적해준다. 인트라넷 명칭이 칠사당인데, 강릉에 있는 것으로 일곱가지 일을 처리하는 아전들의 공간이다. 중앙의 거대한 애니메이션, 모바일 회사들이 작업을 해도 아직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는 아직 관리직원을 따로 둘 형편도 안되고 온라인상에 완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 안에서 각자 자기가 받은 지침에 따라서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인력도 줄이고 효율성을 높혔다.
<인력이 많이 필요했을 거 같다.>
문화재 전문가들, 기획자, 오프라인에서 사진찍는 사람들,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전공하는 사람, 영상편집하는 사람들 등 .사실 안동같은 소도시에서 대학을 4개씩 갖고 있는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작년만해도 이 사업을 하는데 내외부 인력 총 합치면 26명이 이 작업에 뛰어들었다. 앞으로 이런 사업을 몇 개를 더 따서 수주하면 한 2-30명은 더 먹여살릴 수 있다고 본다.
사이버 전통마을 세트개발의 활용
<실제 현지에 가 봐도 이렇게 자세하게 볼 수는 없는 것인데.>
서지재사 같은 경우는 현재 고추창고로 쓰이고 농암신도비도 한쪽 면이 훼손돼있다. 농암신도비 내부 비각의 모양, 담장의 모양 이쪽 면은 완전한데, 이쪽 면은 다 허물어졌다. 디지털 상에서 복구하면 원형은 깨지않는 것이니까. 기업하는 입장에서 상품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구대 암각화 같은 경우도 허연 석고 같은 걸로 떠내는데, 그런 점에서도 상당히 의의가 깊다.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전망인가.>
1차 목표는 내년 1학기를 목표로 책과 DVD 타이틀을 만들어 내보내고 애니메이션 회사들과 전시업체들이 이 소스를 활영해서 전시를 만든다든가 하는 것이다. 속속 접촉도 들어오고 있다. .디지털 장점이 한번 만들어서 수백번 복사해서 써도 상관없다는 것인데, 그 대신 다른 느낌이나 방식으로 가공만 하면 된다. 이것을 활용해서 한옥과 관련된 개론서도 만들고 있다. 모바일의 배경이 되는 것도 개발하고 있는데, 초파일 즈음, 자기 아바타 뒤에 사찰을 배경을 해볼까 한다. 그리고 안동 타임머신 3D 시스템을 한번 만들어보자 존재하는 안동지도는 다 모으고, 현실화 될 줄은 모르지만 특정한 한 지역, 안동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통시대 하나를 완벽하게 사이버상에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댐건설 이전에 이육사가 살았던 동네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런 것도 가능하다.
<지방에 있는 후발주자들에게 희망일 거 같다 >
여금의 경우 기업모델이 특수한 경우인데, 우리는 프리 프로덕션회사, 기획전문회사라고 생각한다. 3D, 플래쉬, 웹이든 상관하지 않고 소재를 어떻게 다루는지, 초기 설계안을 제시하는 회사. 그래픽 리소스들까지도 아예 설계해서 넣으면 그다음 작품 만드는 것은 다른 팀들이 하는 그런건데, 방향은 좋다고 다들 그러는데, 우리나라 실정이 완제품에 돈을 지불하지, 아이디어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시련은 많을 거다. 그렇지만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업종이다. 학교쪽과도 가깝고, 상품이나 기업과도 가깝고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영역이다. 지역에서 서로 토닥거리면서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고 , 안동이 갖고 있는 걸 전국이나 세계에 팔아야 한다고 본다. 그게 가장 중요하고, 몇 개 안되는 사업 가지고 다투는 게 아니고 여기밖에 없으니까 갖고 가라 이렇게 되어야 한다.
지금의 사업성적을 보고 문화원형 40개업체 중에 3개업체를 투자추천했다. 장기목표는 어느 정도 이윤이 발생하면 안동사람이든 누구든 기업을 개방할 생각이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그때 쯤이면 기획만 했으면 좋겠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