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의 사(글/계철순)꽃잎이 부도에 떨어지고 있다. 먼저 간 스님이 꽃잎들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임종에서 꽃잎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거장 괴테는 임종 때에 ‘더 밝게!’라고 하였다고 한다. 한 왕국의 재상을 지냈고 불후의 명작 파우스트를 저작하고, 후세에 까지 이름을 남긴 시인, 미술가, 음악가와 두터운 우정을 가졌던 그가 임종 때에 아직도 여한이 남아 ‘더 밝게’라고 하여 활동의 의욕을 보인 것은 의외이기는 하나 그것이 인간의 약점이요, 그래서 괴테는 더욱 인간적일지도 모른다.
이에 비하면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공한 일본의 도요도미 히데요시는 임종 가까이 되어 ‘이슬처럼 떨어져 이슬처럼 사라지는 이내 몸이여 나니와의 일(나니와는 오오사까의 별명, 일본을 통일하여 오오사까성을 쌓고 명나라를 치려고 한 일)은 꿈속의 꿈이러라’ 라고 읊었다는데, 히데요시 같은 침략적 대야심가도 죽음에 직면하면 세사의 허무함을 느끼고 자기가 이룩한 일들이 한자리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을 깨닫는 모양이다. 이렇게 깨달은 그는 아마 허무를 안고 저승으로 갔을 것이다.
이들과는 달리 충족과 만족감을 가지고 눈을 감은 사람도 있다. 임먀뉴엘 칸트다. 그는 임종에 ‘Es ist gut!’(좋구나!)라고 하였다 하니, 자기가 할 일을 다하고 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또 해놓은 일들은 모두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으니 가위 안심입명(安心立命)이라 할 것이다.
지금 임종을 맞는 저 꽃잎들 중에 이러한 경지에 이른 것이 몇이나 있을까. 또 저 부도로 상징되는 스님들은 과연 해탈하여 열반 하였을까.<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