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환경파괴인가 지역개발인가?(글/이정희)80년대 한차례 겪었던 골프장 논쟁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와 조탑리 일대 32만평에 18홀짜리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주민들은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충북에 소재하고 있는 테제배CC가 골프장 건설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환경부의 환경진단을 통과하고 시행허가 절차인 환경영향평가서를 경상북도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회원제 골프장 건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한 안동시가 성곡동에 건설하기로 한 30여만평의 퍼블릭 골프장도 환경부와의 협의과정에서 18홀에서 12홀로 홀수는 축소됐지만 막바지 행정절차를 밟고 있어 건설은 시간문제가 되고 있다.
골프장 건설 반대이유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주장은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는 그렇쟎아도 여름철마다 홍수 피해를 입고 있는 지형적 특성에다 인근 30여만여평의 임야가 훼손돼 잔디밭으로 조성되면 임목의 담수능력이 상실되면서 수해피해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지하수가 하루 평균 수천톤에 이르는 만큼 인근 지역에 지하수 부족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약사용에 따른 인근 토양오염이다. 골프장에서 잡초제거용으로 사용되는 맹독성농약이 지표면에서 흘러 내려 인근 하천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해가 갈수록 축적된 농약으로 인해 청정 농산물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에 안동지역 시민단체들도 대체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골프장 조성에 핵심인 잔디가 우리 지역의 기후풍토에 맞지 않는 만큼 농약사용은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환경오염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또한 지표면을 깎아 잔디 생육에 필요한 흙으로 복토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사면을 깎는 등 심각한 동식물의 생태계 파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골프장 건설 찬성이유
이에 반해 골프장 건설 찬성측에서는 두가지 측면을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안동시의 인구가 해마다 3천여명 이상씩(2002년말 17만9천여명) 감소하는 상황속에서 환경보전도 중요하지만 골프장이 지역경제 회생에 도움이 된다면 이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주장이다. 년간 수십억원씩의 세수증대는 물론 타지역은 물론 국외로 나가 골프를 즐기는데 따른 지역자금의 유출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유교문화권 개발을 정점으로 한 관광산업이 지역발전 방향의 큰 축이라면 골프장은 이를 활성화시키는 필요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동시 성곡동의 퍼블릭골프장 시행사인 경북관광개발공사가 18홀 건설을 고집하는 이유로 골프장 조성여부가 인근 18만평 규모로 계획하는 관광숙박시설단지 조성의 성패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머무는 관광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골프장은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 논란에 대한 토론
안동문화방송이 마련한 골프장 건설논란과 관련된 토론프로그램에서 패널들도 주민들과 비슷한 주장을 폈다.
안동대 남치호 교수는 자연의 보존과 개발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조화의 문제라고 전제한 뒤 지방자치단체마다 골프장 건설에 매달리는 것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데다 불편한 교통여건 등으로 제조업 등의 발달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북북부지방에서는 관광과 스포츠 레저 등을 통한 지역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 가운데 골프장은 대단한 관광객 유입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또 골프장 한 개당 5-6백억원의 건설비가 소요된다고 가정할 때 자치단체는 20-25억원의 취득세와 등록세 수입과 함께 년간 골프장수익금의 3%라는 막대한 재산세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 국토의 65%가 산림인데도 이곳에서 국민총생산의 3%에 불과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만큼 경제림 조성이 힘든 곳이나 산림자원이 열악한 곳을 중심으로 골프장건설 등을 통한 산지활용도를 높히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피재현 가톨릭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은 지역의 관광산업 발전에 골프장이 무슨 대안처럼 대두되는 것은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발전 속도가 늦더라도 지역의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한 생태적 개발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골프장 건설에 따른 주민들의 이주나 직 간접적 피해는 생존권 차원의 문제인 만큼 단순히 지역개발과 관련된 이분법적 반대개념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인 류재현 영남생태보존회 정책실장은 골프장 건설에 대한 토양오염과 산림파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골프는 15세기 스코틀랜드 목초지에서 생긴 스포츠로 우리나라와는 기후나 토양이 크게 다른 만큼 잔디를 생육하는 데에는 많은 농약과 비료가 필수적이라며 환경오염을 우려했다.
환경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지난 2천년도 전국 골프장에서의 농약사용량은 모두 190톤으로 전년도에 비해 2.2%가 증가하는 등 해마다 농약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먹거리 생산을 위한 농약사용도 자제하는 마당에 즐기기 위한 골프장에서의 농약사용으로 환경오염을 유발시키는 것은 자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내에는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 9개를 비롯해, 건설중인 골프장이 7개, 신청중인 곳이 11개로 도내 전체 산림면적의 1%인 5천5백만평의 산림이 훼손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산림생태계는 물론 동식물의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한 손실은 골프장 운영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안동과학대 박종건 교수는 골프장으로 인한 일정 부분 환경파괴는 인정되지만 골프장 건설 자체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보다는 운영상의 문제점이 더 많다며 보완책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골프장 건설과 관련된 관계규정에 의하면 농약사용에 따른 수질과 토양오염을 막기 위해 골프장에 저류조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BOD가 10PPM이하일 경우에 한해 방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형과 지질의 심각한 변형을 막기 위해 시공시 반드시 절토와 성토량을 같게 하도록 하고 산의 4부 능선 이상에는 골프장 건설을 기본적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골프장 건설 자체로 인한 환경파괴보다는 골프장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면 우려되는 환경파괴는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전국 골프장 이용객은 모두 1천1백만명 현재 북부지방에서는 안동에 2개, 상주에 1개 골프장이 본격적인 건설을 앞두고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또한 문경과 영주에서도 이미 기본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는 등 자치단체마다 골프장건설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골프장 건설과 환경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조화의 문제라는 말처럼 찬반의 목소리가 조화로운 해결책으로 모아지길 기대해본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