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탄신 500주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글/류선경)2001년은 퇴계 이황선생이 태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경상북도는 퇴계 탄신 500주년을 맞아 "새천년, 퇴계와의 대화"라는 주제로 국제유교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교문화가 물질중심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이런 가운데 안동에서 열릴 국제유교문화제는 21세기의 대안문화로서 유교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편집자주>
2001 안동국제 유교문화제
경상북도가 최근 마련한 안동 국제유교문화제의 기본계획은 행사명에서부터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안동은 명실상부한 유교문화의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행사 개최지를 안동으로 정함으로써 이미지부합의 효과와 함께 유교문화권개발의 중심을 안동에 두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했다. 국제라는 개념은 유학을 전공하거나 유학에 관심이 있는 세계의 모든 학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대규모 학술대회나 이벤트를 연다는 의미이다.
유교는 이행사의 당연한 중심개념이며, 문화제는 사상적인 측면과 함께 축제형식을 도입해 유교문화를 체험하도록 하자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국제유교문화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퇴계탄신 500주년 기념사업
경상북도는 일반인들이 보다 친근하게 퇴계선생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제아래 도산서원 인근에 퇴계기념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테마공원의 형태로 조성될 이 공원에는 대철학자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했던 퇴계의 면모를 정감있게 표현하고, 아울러 퇴계의 철학과 사상, 인품등을 모티브로 한 석조 또는 철조의 조각품이 전시된다.
다음으로는 퇴계의 일생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을 그림으로 제작해 도책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도책은 만화 퇴계와 만화 활인심방, 그리고 만화 성학십도, 만화 사단칠정설등으로 이어지는 유학만화문고의 그림과 주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유학만화문고는 이밖에도 만화 벼슬살이와 만화 선비론, 만화 종가, 만화 향약등의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다.
또 특기할 만한 내용은 퇴계의 일생을 영상으로 구성하는 퇴계일대기의 제작과 방영이다. 경상북도는 이같은 영상물이 제작되면 퇴계의 철학과 인품을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학술대회
안동국제유교문화제의 중요한 행사가 될 국제학술대회는 모두 4부에 걸쳐 진행된다. 1부에서는 퇴계와 퇴계사상, 2부에서는 퇴계학의 다각적 조명, 3부에서는 생활문화로서의 유교, 그리고 4부에서는 21세기와 유교사상이 잇따라 발표된다.
이번 학술대회가 계획대로만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퇴계에서 출발해 21세기의 대안문화로서의 유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도 깊이있는 대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북도는 또 퇴계탄신일인 내년 11월 25일에는 퇴계학술상을 시상해 세계학자들의 관심을 모을 예정이며, 이 기간동안에 500청년유교포럼이라는 행사도 마련해, 세계청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 포럼은 특히 "유교문화는 새천년의 문화적 대안일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되면서 서구근대성에 대한 강한 비판을 제기하는 무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전시행사
안동국제유교문화제의 전시행사는 사전전시와 주전시라는 두 개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사전전시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유교문화특별전(기개최)을 여는 것과 전국 5개 도시를 순회하며 유교관련 전시회와 체험마당을 마련, 찾아가는 전시회이다. 주전시는 행사기간동안 유교의 사상과 문화를 표현한 주제관과, 의복, 상차림, 선비의 일생, 건축문화등을 표현한 생활유교 전시관 그리고 퇴계기념전시관등으로 구성된다. 이 전시관에서 눈여겨 볼 점은 유교에서의 음악과 춤 그리고 유생들의 생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교육분야, 과거제도, 공동체생활등이다. 이같은 주제는 막연하게 알려져 있는 유교적 생활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유교관련 이벤트
유교문화제의 개념이 사상적이고 이론적이라는 사실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바로 유교관련 이벤트라 할 수 있다. 낙동강 주공연장에서 열릴 이벤트는 크게 유교문화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경북북지방 10개 시군의 날 행사와, 유교영화제 그리고 동아시아 인형극축제와 전통놀이마당, 체험마당으로 나눌 수 있다.
내년 9월 15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5일동안 계속될 이벤트는 판소리퇴계와 마당놀이 퇴계등의 사전행사와 매일 계속되는 다양한 행사로 구성된다. 주요행사는 문묘제례악과 외국인예절경연, 마상재(말위에서 부리는 곡예), 활인심방무, 십팔반무예, 왕세자입학례등이며, 체험마당에서는 서당생활과 종가생활, 서원생활등이 재현된다. 또 참여마당에서는 윷놀이와 투호, 굴렁쇠놀이등 전통놀이마당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밖에 사이버마당에서는 인터넷 유교문화제와 인터넷 도산별과, 인터넷서당들이 운영돼, 전세계에서 유교문화제를 즐길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 특히 청소년들의 관심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마련되는 해금과 전자바이올린의 만남, 테크노시조창, 레이저쇼등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의미가 부여된다.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가?
경상북도가 마련한 2001 안동국제유교문화제의 기본계획은 비교적 정교하게 수립돼 있다. 이제 이 기본계획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있다. 우선 35억원에 이르는 행사경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경상북도는 일단 중앙정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해 두었지만, 근간의 경제사정과 긴축편성이라는 난제가 있는 만큼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둘째로는 이처럼 방대한 행사를 치루자면 지금부터라도 계획수립에 이어 구체적인 실무작업이 추진돼야 하는데도, 실무추진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벤트에 참여할 단체섭외에서부터 각종 제작물 그리고 홍보등도 지금 단계로서는 그리 용이해 보이지 않는다.
셋째, 기획한 각종 행사가 제대로 준비된다 해도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이 여전히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안동지역의 숙박문제는 늘 지적되는 문제지만, 이정도의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루자면 숙박문제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우선 예산문제는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만큼 여러 경로를 통한 지원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기획예산처의 예산작업에도 로비가 필요하며, 지역과 중앙의 요로를 통한 지원요청도 시급하다.
다음으로는 늦어도 올연말까지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이벤트 참여 섭외와 제작물의 제작발주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퇴계일대기의 영상제작물과 만화유학등은 지금 발주한다 해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기본계획에서 추진가능한 실행계획을 하루빨리 수립해서 퇴계탄신 500주년 행사가 제대로 실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북부지방 종손들과의 긴밀한 협의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유교문화에서 종가의 개념은 봉제사 접빈객의 핵심개념이다. 다시말해서 봉제사의 주관자가 바로 종손이며 그래서 종가는 봉제사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유교문화의 실천적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종가와 종손들이야말로 유교문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산증거가 될 것이다.
경상북도와 안동시는 이른 시일안에 실행계획을 마련한 뒤 북부지방의 종손들과 모임을 갖고, 협력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이같은 협력방안을 논의한다면 종가에서 숙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하나 행사장에 각 문중의 부스를 만들어 뿌리찾기 운동을 병행한다면 청소년들에게 산교육을 시킬 수 있는 장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상북도는 2001년 안동국제유교문화제를 통해 유교문화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면서 유교문화를 활용한 새로운 문화창출과 나아가 유교문화권개발에 역동성을 주자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유교문화는 충, 효,예를 바탕으로 한 인간수양의 문화라는 점에서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퇴계탄신 500주년을 기념하는 안동국제유교문화제는 그래서 단순한 행사의 의미를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축제의 장이 되는 것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