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버스터미널 이전 논의에 부쳐(글/권오혁)도시성장과 교통
도시는 어디에서 성장해 온 것일까? 도시의 입지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의 하나는 운송수단이 전환되는 곳에 도시가 형성되어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운송수단이 바뀌어지는 곳에서는 상공업이 발전하게 되는데 이곳이 각종 운송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통행인구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철도교통 시대에 철도역이 있는 곳에 도시가 성장하였고, 국제무역이 늘어나서 해상교통이 활발해지자 주요 항구들이 대도시로 발전하였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대전의 성장과 철도교통에서 소외된 공주의 몰락, 중앙선·경북선·영동선의 교점인 과거 영주의 급성장은 철도교통과 도시성장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리고 부산, 마산, 울산, 인천, 여천 등의 사례는 항구가 도시 입지와 성장에 중요한 기여를 해 왔음을 보여준다.
기실 고래로 안동이 주요 도읍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이 곳이 낙동강의 가항종점이었다는 지리적 특성과 관련된다. 일제 말 중앙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낙동강을 거슬러 소금배가 안동까지 올라왔고 이곳에서부터 경북 북부지역 각처로 소금이 이동되었다.
그리고 중앙선 철도가 안동을 통과한 것은 안동의 도시발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서울과 연결된 중앙선은 안동지역 일대에 공산품을 공급하고 사람과 정보가 오가는 동맥이 되었으며, 이 지역 사람들은 원거리를 이동할 때 안동역으로 나와서 중앙선 기차를 타고 가야 했으므로, 자연히 안동은 지역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도로교통과 철도교통의 연계
요즘 안동에서는 버스터미널 이전과 관련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안동시에서는 오래 전부터 버스터미널 이전을 검토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의 터미널이 규모상 협소하여 다소간의 불편이 따르고 있고, 또 시외버스들이 도시 내 통과교통을 유발하여 교통혼잡을 일으킴으로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하여 새로운 시가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버스터미널 이전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이유들은 확실히 적지 않은 중요성이 있고 실제로 국내의 여러 도시들도 같은 이유에서 버스터미널의 도시 외곽 이전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안동의 경우 버스터미널 이전이 가져올 효과는 보다 복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전술한 바와 같이 운송수단의 전환점으로서 안동의 도시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경북 북부지역 일대의 많은 교통인구들이 여전히 중앙선 철도와 안동역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시내·외 버스로 안동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안동역까지 도보로 이동한 후 중앙선 열차에 승차한다. 즉 안동역과 버스터미널의 근접입지는 이들에게 상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안동역과 버스터미널은 도심 부근에 입지해 있어, 이 통과 인구들이 주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도 매우 용이하다. 하지만, 만약 버스터미널을 안동시 외곽으로 이전한다면 이러한 편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것은 결국 안동을 통해 철도교통을 이용하던 주변 지역의 인구들이 다른 교통수단이나 경로를 선택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영양에서 서울을 가려고 할 때, 안동 버스터미널과 철도역의 연계가 용이하지 않으면 영양에서 곧바로 서울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전형적으로 경험한 경우가 영주이다. 1970년대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영주가 정체상태에 빠진 데는 -다른 요인들도 있겠지만- 철도역사를 시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버스터미널과의 연계를 소홀히 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과거에는 봉화 사람들이 서울이나 기타 외지를 갈 때 영주에서 기차로 갈아탔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그렇게 하지 않게 되었다. 영주에서 운송수단을 전환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영주는 철도역사 이전으로 도시 정비에는 성공하였지만 도시의 지역중심기능을 부분적으로 상실한 것이다.
안동시는 여전히 농촌지역의 중심 도시이며 향후에도 경북 북부지역의 거점으로서 이 기능은 지속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동시의 지역 중심기능은 매우 중시될 필요가 있고 교통연계는 이러한 지역 거점기능을 지원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안동 일대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온 버스터미널의 입지를 안동시나 시민의 입장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곤란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버스터미널이전을 재고하게 하는 다른 이유들
더하여, 버스터미널의 이전이 안동시의 도시 기능이나 시민들의 편리에 반드시 부합하는지가 의문스러운 측면들도 있다. 이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무엇보다도 버스터미널이 도시 내 중심에 입지해 있는 것은 시민들의 접근성을 매우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현재 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뿐 아니라 시내버스들 대부분이 통과하고 있고 시민들 상당수는 도보로도 접근이 가능하다. 그것이 시민들에게 주는 편의를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시외버스의 교통혼잡 유발효과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외버스들의 도시내 통과가 교통혼잡을 유발한다고 하지만, 버스터미널이 교외로 이전할 경우 버스터미널에 접근하기 위해 이동하는데서 발생할 교통량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어느 도시나 버스터미널 이전을 택시회사들이 적극 지지하는 것은 택시교통 수요가 늘어나고 승차거리가 길어지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안동버스터미널은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시 외곽의 강변도로와 연결되어 있어 도시 내 통행량을 최소화시켜 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근래 안동시는 낙동강변 개발을 통해 강변도로를 대폭 확장하였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도시정책이었을 뿐더러, 이 도로개발사업이 완공되면 대구 및 서울 방향의 시외버스들이 시가지를 우회하는 좋은 통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버스터미널의 공간적 협소 문제는 현재의 터미널을 다소 확장하고 개·보수함으로써 대체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자가용 교통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버스교통 수요의 정체도 필연적일 전망이다. 즉, 대규모 버스터미널의 신축이 반드시 필요한지는 거듭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현 위치에서 버스터미널을 확장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겠지만, 지역거점으로서의 도시발전과 시민들의 편리를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공공부문이 부담해야할 기본적인 비용과 역할이 아니겠는가 생각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