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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Mr퇴계′와 ′판소리 퇴계′ 그리고 유교문화제(글/임재해)

나는 새해 아침을 '굿모닝 Mr 퇴계'로 시작했다. 새해를 계기로 굳이 해맞이 행렬에 낄 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설날처럼 차례와 세배를 하며 특별한 의식을 하는 것도 아닌 만큼, 새해 아침이라 하여 여느 공휴일 아침이나 다를 바 없이 보내는 것이 내 일상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전날 저녁 그러니까 섣달 그믐날 밤에 민예총 안동지부에서 '하회탈춤 2000' 공연과 함께 밤늦도록 신년맞이 행사를 하고 뒤풀이까지 한 까닭에 예사 공휴일 아침처럼 늦잠을 푸지게 자고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부석부석한 얼굴로 눈을 비비며 무심코 텔레비전을 켰더니, 뜻밖에 KBS 신년 기획특집으로 굿모닝 미스터 퇴계를 방영하고 있어서 상당히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굿모닝 퇴계

퇴계 탄신 500주기인 2001년 첫날의 첫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퇴계를 조명하겠다는 발상의 순발력과 기회포착의 적절성 때문이 아니라, 종전의 특집 프로그램과 달리 퇴계와 유교문화를 새롭게 읽어내고자 한 시각의 창조성이 특히 돋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위대한 철학자의 깊고 심오한 사상을 고담준론으로 받들어 섬기고자 한 것이 아니라, 신세대와 청소년의 눈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 살아 있는 퇴계를 주목하고자 애썼다는 점이다. 고리타분한 철학자도, 의례절차나 섬기는 유교주의자도 아닌 신세대 연극인 배유정이 친절하고 싹싹한 답사 안내자처럼 퇴계의 바다를 항해하는 길잡이 노릇을 했을 뿐 아니라, 학자들의 상투적 시각에서 해방된 남녀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퇴계에 관한 실제적 문제를 토론하도록 했다는 사실도 신선했다.

다음으로 돋보인 것은 퇴계의 말과 글을 금과옥조처럼 자구 차원에서 맹목적으로 따르고 섬기는 편협한 경전주의나 유언추종에 머무르지 않고 퇴계를 오늘의 문화적 역량과 상황 인식에 따라서 재인식하고 재창조해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훈고주석학처럼 경전의 말귀를 인용하고 풀이하는 형식에 매달리지 않고, 최첨단 사이버 스튜디오와 홀로그램 세트를 동원하여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어려운 그림을 쉽게 설명하는 것처럼 퇴계사상을 쉽게 풀어나갔다.

그리고 내 영정을 그리지 말라고 했던 퇴계의 말에 얽매이지 않고 초상화를 그리는 일로서 퇴계 선생을 기리는 일본인 다카오씨의 진정한 퇴계 사랑과 퇴계 공부를 주목한 것도 아주 인상 깊었다.

그리고 500년 전 퇴계와 함께 꽃피웠던 퇴계학과 성리학의 참된 가치를 그 이름만으로 기억하거나 범접 불가능한 신성한 권위로 섬기는 데 머물지 않고 21세기의 새로운 언어와 문화적 매체로 재구성해서 우리들의 일상과 쉽사리 만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사실도 주목되었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서 손에 잡힐 듯이 퇴계의 삶과 뜻을 우리 안방까지 이끌어다 보여줌으로써, 마이클 칼튼 교수의 주장처럼 퇴계를 500년전에 사라진 한 위대한 철학자로만 기억하지 않고, 오늘 우리들의 삶 속에서 살아 있는 가치가 되도록 친숙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텔레비전이라는 영상매체가 가진 장점을 대중문화의 상업주의에 빠지지 않고 교양 프로그램으로서 일정한 수준을 보여 준 셈이다.

따라서 굿모닝 미스터 퇴계는 퇴계 사상의 위대함을 맹목적으로 미화하는 엄숙주의에 매몰되지 않은 채, 현대문명의 모습을 성리학적 관점에서 다시 평가하고 해석 할 수 있는 동시에, 퇴계의 성리학 또한 현대적인 가치관과 기술문명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소통 가능한 철학적 자산과 문화적 전통으로 재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천원권 지폐 속에서 잠들어 있던 퇴계를 2001년 1월 1일 우리들의 가슴속에다 되살려 놓았을 뿐 아니라, 철학논문집에 갇혀 있던 성리학의 이치를 안방의 대중들 앞에 생생하게 풀어놓은 것이다.

퇴계 선생도 인터넷에 뜨다

인터넷이라 하는 매체는 더욱 위험천만이다. 아이들은 줄곧 오락에 매달려 밤을 지새우는가 하면 각종 음란물이 수시로 아이들을 유혹한다. 심지어 인터넷을 이용한 채팅으로 원조교제가 성행하는가 하면 매매춘 행위까지 하며, 자살사이트까지 등장하였다. 음란물을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별도로 깔아야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맡길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수많은 음란물 사이트와 함께, 퇴계 관련 사이트도 있다. 만일
인터넷의 음란물 사이트만 고려하면 퇴계 선생에 관한 사이트를 만들어 네티즌의 접속을 기대하는 일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퇴계 선생의 삶과 사상을 생각한다면, 이들 사이트들과 더불어 인터넷을 통해 퇴계를 나타내고 퇴계 사상을 알린다고 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다. 내 영정을 그리지 말라고 하는 퇴계의 당부를 고려한다면 홈페이지 현관인 인트로에다 퇴계 초상을 크게 올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퇴계 사이트를 만드는 데 대하여, 각종 TV 프로그램 제작과 마찬가지로 금기시 하기는커녕 아무런 비판조차 하지 않는다. 물론 그 이전에 퇴계 홈페이지는 제작해서 안 된다는 주장도 없었다. 그 직계 후손이 아니라면 그런 주장을 펼 수 있는 권리를 특정 개인이 가졌다고 하기도 어렵다. 퇴계 사이트가 하나의 지적재산이 되는 까닭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퇴계 선생은 조선조의 성리학자이지만 오늘의 세계에서 퇴계가 우리들과 만나는 길은 오늘의 매체와 기술문명과 예술적인 갈래를 통해서 창조적으로 만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매체가 소설이든 연극이든 무용이든, 또는 만화든 에니매이션이든 인터넷이든 다양한 매체가 동원될수록 바람직하다.

만화 퇴계는 안 된다?

퇴계탄신500주년기념 유교문화제를 앞두고 한두 교수가 엄숙주의와 유교주의적 편견으로 퇴계를 성역화하고 있어 낭패다. 어떤 노교수는 퇴계의 일생을 만화로 그리는 데 의의를 제기했다. 퇴계와 같은 대단한 학자를 천박한 만화로 그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과거 초등학교 시절에 만화방에 드나들다가 부모들에게 치도곤을 당하던 경험을 생각하면 만화는 불량서적이며 만화방은 탈선의 온상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따라서 퇴계를 만화로 그리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만화가 불량서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소설은 으레 양서이거나 훌륭한 문학작품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소설 작품 가운데도 퇴폐적이고 불량한 작품이 적지 않다. 이렇게 예술의 갈래를 두고 편견을 갖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다. 실제로 조선조의 성리학자들은 소설을 잡성스러운 글이라 하여 자녀들에게 이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한시가 아닌 우리 노래를 짓고 부르는 것조차 삼갔을 정도이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이처럼 경직된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구닥다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조선조의 선비처럼 여전히 한시나 읊고 소설을 멀리 하며 만화는 아예 범접조차 해서는 안 되는 천박한 갈래로 간 주하는 벽창호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나이 드신 노교수가 만화 퇴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퇴계 선생에 대한 순수한 충정에서 그런 걱정을 한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나는 퇴계 선생 못지 않은 공자도 {만화 공자}가 있습니다 하는 비유적 표현의 답변으로, [만화 퇴계]에 대한 우려나 선입견을 가볍게 해소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답변에 대해서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연로한 교수라 하더라도 공자는 만화로 그렸을지 모르지만 퇴계 선생만은 절대로 만화로 그릴 수 없다고 계속 고집할 정도로 융통성이 없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행방을 금방 알아차린 셈이다. 그러므로 굳이 만화에 대한 논의를 장황하게 펼 필요도 없이 문제가 쉽사리 해결된 것이다.

판소리 퇴계도 안 된다?

문제는 항상 뜻밖의 상황에서 터진다. 유교문화제 계획을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자리에서 만화 퇴계를 우려한 노교수들조차 문제삼지 않은 [판소리 퇴계]를 두고 엉뚱한 자리에서 시비가 벌어졌다. 물론 그 자리는 유교문화제의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자리도 아니다. 그런 자리에서 퇴계 선생의 일생을 판소리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일부러 발언 기회를 얻어 힘들여 한 것을 보면, 퇴계나 판소리에 관한 인식이 대단한 경지에 이르러 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퇴계 선생을 판소리와 같은 갈래로 형상화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지 않다면, 그 수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유독 그것만 지적해서 발언할 자리도 아닌 자리에서 특별히 발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판소리라는 갈래는 이렇게 판소리라는 이름 때문에 특별한 검토를 거친 셈이다. 한 마디로 유교주의적 검열에 걸려든 까닭에 별도의 관심을 끌고 눈밖에 나는 갈래로 주목된 것이다. 결국 판소리라고 하는 예술적 갈래가 지닌 속성상 퇴계와 같은 도학자의 삶을 담아내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데, 그런 우려도 할 만하다. 판소리에는 심청가나 흥보가가 있는가 하면 춘향가나 변강쇠가도 있기 때문이다. 변강쇠가는 요즘으로 말하면 음란물에 해당되는 판소리이다. 그것은 마치 인터넷 사이트에 공자 사이트가 있는가 하면 포르노 사이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판소리 광대가 민중들이기 때문에 민중적 시각에서 적나라하게 풍자한 대목도 작품마다 있다. 따라서 변강쇠가 아닌 다른 작품에도 그런 적나라한 표현들이 들어 있다. 판소리 퇴계는 부당하되 심청가는 불러다 공연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작품에도 심봉사가 뺑덕어멈과 놀아나는 대목이나 방아타령을 부르는 대목은 적나라한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 풍자적 내용이나 적나라한 표현이 있는 예술 갈래로는 퇴계를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정당한 근거가 있다면 판소리 퇴계는 진작 그만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퇴계를 담아낼 수 있는 예술 갈래가 있을까. 어떤 예술 갈래든 그런 작품들을 생산하지 않는 갈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판소리를 수용하는 계층은 양반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충효나 우애와 같은 유교적인
덕목도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양반들이 판소리를 외면할 까닭이 없다. 실제로 대원군과 같은 대단한 양반들이 판소리를 향유했을 뿐 아니라 판소리 발전에 후원자 노릇까지 감당했다. 따라서 판소리는 양반문화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북한에서는 전통문화 가운데 굿과 판소리 전통은 계승하지 않는다. 종교를 아편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굿을 부정하며, 판소리는 양반문화라고 하여 사회주의 이념에 맞지 않다는 뜻에서 배격한 것이다.

유교문화의 주체인 조선조 양반들조차 즐긴 판소리 문화를, 그래서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양반문화로 배격되기까지 하는 판소리 문화를, 오늘날 유교문화제를 하겠다는 21세기의 지식인들이 판소리 퇴계를 금기시 하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퇴계의 일생을 성역화하여 특정 갈래로는 나타낼 수 없다고 여기는 경직된 사고도 문제지만, 만화도 되고 영화도 되며 소설도 되는데 판소리만은 유독 안 된다고 할 수 있는, 퇴계와 특정 예술 갈래를 일정한 틀로 고착화시키는 근거도 납득하기 어렵다.

퇴계도 우리 노래를 즐겼다

퇴계에 대한 경직된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은 퇴계가 노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퇴계는 노래 곡조가 음란하여 자신의 성정을 주로 시를 통해 나타냈다고 했다. 그러나 시는 노래 부를 수 없으므로 이속(俚俗)의 말로 노래를 지어 불러야 한다는 선언과 함께, 스스로 [도산12곡]을 지어서 아이들로 하여금 이 노래를 부르며 춤추게 만들고 스스로 감상하며 즐겼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하나는, 시는 정통 한시를 지어야 하지만, 노래는 노래로서 본질을 살릴 수 있는 우리 말 노래를 지어 불러야 한다는 것이며, 둘은 시와 노래의 갈래 차이는 인정하되 시는 상층문화요 노래는 하층문화라는 계급적 구분을 인정하지 않고 향유의 보편성을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노래의 신명과 감흥에 대한 퇴계의 열린 시각이 [도산12곡발]문에 잘 서술되어 있다.

판소리는 누가 뭐라 그래도 우리 민족 고유의 노래이다. 우리 노래로서 판소리의 신명과 흥을 고려할 때 [판소리 이순신]과 마찬가지로 [판소리 퇴계]도 있을 만하다. 그것은 우리 노래를 지어서 부르게 한 퇴계의 뜻에도 거스르지 않을 뿐 더러, 양반문화로서 판소리의 전통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비록 판소리가 양반문화가 아닌 천박한 아랫것들의 문화라고 하더라도 축제에서는 허용되어야 한다. 축제일수록 민중적 요소의 풍자적 예술이 두드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교문화제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이벤트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축제이다. 축제의 본질은 민중에 의한 제의적 반란(ritualized rebel1ion)을 꾀하며 커뮤니타스(communitas)를 조성하는 것이다. 제의적 반란이란 제의를 구실로 기존 도덕률을 풍자하고 사회적 규범을 뒤집어엎는 가운데 민중의 해방을 추구하는 것이다. 커뮤니타스도 사회적 신분의 상하, 성별의 남녀, 재산의 빈부, 능력의 우열을 무화시키는 안티-체제로서 일종의 야자타임을 만들어 억눌린 자들이 마음껏 신명풀이를 하는 것이다. 서구의 바보제나 카니발 등의 종교적 축제가 이런 점에서 동질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들 축제때 가짜 주교나 교황을 뽑아 종교 의식을 익살스럽게 풍자하고 고위관리와 하급관리의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그리스도교의 도덕성과 신앙을 풍자하는 벌레스크(笑劇)도 이 때 발전했다. 하회마을의 각성받이들이 별신굿을 하면서 양반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그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탈춤을 출 수 있는 해방공간을 조성한 것도 바로 제의적 반란이자 커뮤니타스의 조성 결과이다. 그 결과 오늘날 국보 하회탈과 무형문화재 하회탈춤이 생산된 것이다.

이미 축제의 난장은 벌어졌다

퇴계 500주년 기념 유교문화제는 그 주제가 퇴계와 대화이다. 우리가 퇴계의 시대에 퇴계의 삶과 꿈을 찾아가서 만나야 할 뿐 아니라, 퇴계도 오늘 우리 시대에 새롭게 부활해서 오늘의 매체로 우리 세대와 함께 대화해야 한다. 그러자면 소설과 판소리와 연극은 물론 만화와 TV, 인터넷과도 만나야 한다.

퇴계 스스로 영정을 그리지 못하도록 당부까지 했지만, 벌써 퇴계 초상이 여기저기서 그려졌을 뿐 아니라, 앞으로는 퇴계 초상화를 넘어서 퇴계 캐릭터도 만들고 사이버 퇴계도 만들어야 퇴계와 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매체가 등장하면 그 매체를 통해서도 퇴계의 삶과 사상이 표현되고 우리 미래의 후손들이 그러한 매체를 통해서 퇴계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주장은 헛되기 짝이 없는 것이자 또한 주제넘은 것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서 이런 주장을 한다고 이렇게 되고 저런 주장을 한다고 저렇게 될 수도 없는 일이다. 누구나 그런 주장을 할 자유는 있지만 그런 주장을 강요할 권리는 없고 또 강요해 봤자 먹혀 들 리도 없기 때문이다. 퇴계는 이미 역사적 존재이자 세계적 인물이다. 여기 안동땅에 앉아서 퇴계 00는 창작해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

한국에서 공자 판소리를 만든다고 하면, 중국 공자학계나 공자 후손들이 그것만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을까. 물론 없을 것이다. 로마 교황이나 이스라엘의 기독교도들이 판소리 예수는 창작해서 안 된다고 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국제 기독교 단체에서 예수를 성역화하여 판소리를 금기로 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판소리 예수 초청공연을 요청하는 판이다.

박동진 명창은 그 덕분에 해외공연도 셀 수 없이 다녀왔다. 만일 기독교계에서 판소리 반대 주장을 편다면, 그것은 마치 판소리 퇴계는 이미 오래 전에 여기 안동에서 공개리에 발표되었을 뿐 아니라 전파매체를 타고 널리 방송되었는 데도 불구하고, 뒤늦게 부득부득 판소리 퇴계는 안 된다고 하는 억지나 다름없이 웃기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이미 유교문화축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축제는 이렇게 질서와 규범을 뒤집어엎고 논리와 이치를 부정하면서 난장을 벌이는 가운데 인간해방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치는 어떻든 규범이 무엇이든 일단 야유하고 조롱하며 서로 웃음거리가 되는 가운데 제각기 자기 신명풀이를 마음껏 할 수 있다면 훌륭한 축제이다.

그것도 남에게 두루 웃음거리를 제공한다면 더없이 좋은 축제이다. 퇴계 기념 유교문화축제를 빌미로 퇴계를 노래하는 판소리 창작이 되느니 마느니 하는 티격태격거림이야말로 유교문화적인 난장이 아닌가. 굿모닝 Mr 퇴계! 이 버르장머리 없는 말 건넴이야 말로 축제의 난장인 걸 어쩌랴!<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