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분위기가 나던 만남의 장소(글/정광영)안동사람들의 낭만이 깃든 곳으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문화회관이다.
거기에 가면 베레모를 썼거나 파이프를 물고 멋을 한껏 부린 중년 신사 한 둘쯤 쉽게 만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곳은 출입하는 것만으로도 고급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안동사람들의 머리 속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었다.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음악이며, 미술이며, 문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은 여늬 찻집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다른 지방 어느 곳에 가 보아도 안동의 문화회관만큼 예술적인 분위기가 나는 만남의 장소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안동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이런 곳도 있다는 걸 은근히 자랑삼아 보여주곤 했었고, 그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또한 적게는 5∼6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단체의 월례회나 계모임, 동창회 따위의 집회장소로 더없이 적합한 곳이 문화회관이다. 아무리 작은 행사라도 달필로 쓴 안내문을 걸어 주었고, 10여명이 모인다면 10여명이 모일 수 있는 회의장, 20명이 모인다면 20명이 쓸 수 있는 장소, 30명이면 30명의 장소, 40, 50명, 70명 등 올망졸망한 회의장을 다 갖추고 있어 안동같은 소도시에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꼭 필요한 모임의 장소이며, 그 자리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식사와 차를 해결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편리한 곳이 아닌가. 요즘은 차량이 많이 늘어나 주차하기가 약간 어렵지만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여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였다.
안동시민회관이 생기기 전까지 각종 강연회나 기념식을 가질 수 있는 곳은 문화회관이 유일하였다. 문화공간의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서도 함께 숨쉬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지인들의 찾아오면 먼저 잠자리와 아침 식사가 신경 쓰인다. 그런 걱정을 문화회관은 아주
쉽게 해결해 주었다. 열차에서 내려 100여 미터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여서 안내하기가 수월했고, 거기서 식사와 숙소를 바로 정할 수 있어 여간 편리한 곳이 아니었다.
이렇게 명소로 자리잡은 안동문화회관이 간판을 내리고 종교행사 전담회관으로 바뀐다 하니 아쉽고 섭섭한 마음 금할 수 없다. 오늘도 서울의 어떤 단체에서 안동을 답사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답사코스를 잡아주고 나서 80여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안내해 달라는 부탁에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전 같으면 당장 문화회관으로 연락하여 연결을 지을 수 있었는데, 막상 80여명의 숙소를 찾자니 쉽지 않음을 어쩌랴.
하루 빨리 제2의 문화회관이 하나쯤 생겨서 다시금 멋과 낭만이 흘러 넘치고 집회장소로의 역할을 담당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