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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그 곳에 숨겨진 진실은(글/손지혜)

몇 년전, 남과 북의 분단을 소재로 해서 흥행을 했던 ‘쉬리’에 이어 올 해는 북파 공작 부대를 소재로 한 영화 실미도가 흥행 1위에 올라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으며, 관객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다, 감동이다라는 칭찬부터 흥행 1위에 오를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실망했다는 비판적 입장까지 그 의견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살펴야 할 것은 흥행을 떠나, 우리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이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만큼, 분단 이후 시대의 흐름과 684부대 존재 자체를 거부하게 된 우리나라 정치계의 과도기적 상황일 것이다.

1971년 8월 23일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인천시내버스를 타고 나타난 군인들이 군경합동 진압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자폭한 사건이 발생한다. 처음 당국은 ‘무장공비’라고 했다가 다음 날 ‘군 특수범들의 난동사건’으로 정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가 실미도에 만든 ‘북파 특수부대’였다.

실미도 북파 특수부대는 1968년 1월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 사건(1.21 사태) 직후 보복 조치로 그 해 4월 창설된 ‘684 부대’로, 정식명칭은 공군 제7069부대 2325전대 209파견대였다. 오랫동안 지옥 훈련을 견뎌오던 그들은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기간병을 살해한 후 실미도를 탈출, 청와대로 향하던 중 결국 수류탄 자폭을 선택했다.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북으로 간 아버지 때문에 연좌제에 걸려 사회 어느 곳에서도 인간대접을 받을 수 없었던 강인찬(설경구)은 어두운 과거와 함께 뒷골목을 전전하다가 살인미수로 수감된다. 그런 그 앞에 ‘나라를 위해 칼을 잡을 수 있겠냐’는 엉뚱한 제안이 던져지고 그저 살인미수일 뿐인 그에게 사형을 언도하는데, 누군가에게 이끌려 사형장으로 향하던 그가 도착한 곳은 인천 외딴 부둣가, 그곳엔 인찬 말고도 조직폭력배나 살인을 저지르는 등 밑바닥 인생을 살다 감옥에 갇혀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그렇게 1968년 대한민국 서부 외딴 섬 실미도에 강제 차출된 31명이 모인다.

사형을 면제해주는 대가로 머리를 깎고 군인이 된 31명의 훈련병들은 김재현(안성기) 준위의 “주석궁에 침투, 김일성 목을 따오는 것이 너희들의 임무다”는 한 마디를 시작으로 냉철한 조중사(허준호)의 인솔 하에 혹독한 지옥훈련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겐 김일성만 죽이면 계급과 훈장, 상금도 받고 그 상금으로 가족들과 떳떳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684 주석궁폭파부대’라 불리는 계급도 소속도 없는 훈련병과 그들의 감시와 훈련을 맡은 기간병들은 “낙오자는 죽인다. 체포되면 자폭하라!”는 구호하에 실미도에는 인간은 없고 ‘김일성 모가지 따기’라는 분명한 목적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실제 그 당시 그들은 인민군 말투에 인민군가, 인민군 제식훈련 등 철저하게 인민군식 훈련을 받았다. 처음엔 오합지졸이었던 훈련병들은 발꿈치로 날아드는 실제 사격과 단체구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지옥훈련을 통해 단 3개월만에 북파 가능한 인간병기가 되었다. 4개월만에 첫 번째 실전명령이 떨어져 바닷길로 북에 침투를 시도하지만 상부의 저지로 중도 무산되고 이후 3년 4개월간 ‘출정의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그들의 길고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된다.

그러는 사이 국제 데땅트와 함께 남북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고 중정부장이 교체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느덧 ‘구시대의 유물’ 이자 ‘유령부대’ 가 되어 버린 실미도 684부대, 결국 그들을 제거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떨어진다. 자신들이 제거대상임을 안 실미도 훈련병들은 인천으로 상륙, 송도외곽에서 버스를 탈취, 서울로 향한다. 전군 비상경계령이 발동된 가운데 이들은 진압군과 교전 끝에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전원 자폭이라는 최후를 선택한다. 그리고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신속히 이 사건을 종결지었다.

실제와 영화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 훈련은 영화보다 더 혹독했으며, 전원 사망이 아니라 4명의 생존자가 있었으나, 재판을 통해 모두 처형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많은 유명배우들의 캐스팅으로 먼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그들의 연기력이 684부대원들의 당시 심정을 표현함에 있어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또한 마지막 장면인 버스에서 자폭할 때, 부대원들이 자신의 피로 벽에 이름을 쓰는 장면에서는 슬픔이 극대화되면서 관객들은 당국의 정치현실에 대한 반감과 오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반드시 죽여야만 했을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비밀리에 만들고, 쓸모없게 돼버리니 아무도 모르게 없애버리면 되는 것인가? 결국 정치인들에게 버림받은 684부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간다.

“1972년 7월 4일 남북 7.4 공동성명 합의, 평화통일 협약, 남북 무장도발 금지 조약 체결” 남북 평화를 위해 애쓴 그들과 한 때 그들이 나라를 위한다며 훈련시킨, 하지만 모두 사라져버린 북파 특수부대가 있었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