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고3교실(글/이정희)
지난 6월 3일 수시 1학기 모집을 시작으로 2005학년도 대학입시의 막이 올랐다.
학생 부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대학 입장에선 사활을 건 전쟁이 시작된 셈이지만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공교육을 위협받는 또 한바탕의 소동을 치러야 한다.
수시모집 시작
예전에는 대학입시가 연말에 수능시험 한번 쳐서 점수에 맞게 대학 골라 지원서 냈지만 요즘에는 일년에 서너 차례 전형을 한다. 수시모집이라고 해서 수능시험과는 큰 관계없이 내신 성적 위주로 6월과 9월경에 학생을 선발하고 수능시험을 친 뒤 정시모집을 또 한 차례 실시한다. 전문대의 경우엔 수시모집 한번에 많게는 3-4차례 정시모집을 실시했다. 일년 내내 입시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1학기 수시모집은 수능시험 이외의 다양한 기준과 방식으로 신입생을 미리 선발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2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시작됐으며 학생부 성적을 중심으로 한 특기자 전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문대, 일선 고등학교에 매달리다시피
신입생 충원률에 따라 대학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전문대는 수시모집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입시전을 치르고 있다.
수시모집을 통해 신입생을 미리 확보해 두면 정시모집에서는 그만큼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2004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 충원률을 높이는데 수시모집의 위력을 실감한 바 있다.
특히 올 2005학년도 입시에서는 전문대의 경우 모집정원의 90%까지 수시모집을 통해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수시모집에 입시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지난 2004학년도 경북지역 전문대의 신입생 충원률은 평균 59%로 전국에서 가장 저조하다. 10명중 4명꼴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4년제는 아직까지 조금 느긋하지만 전문대는 수시모집에 학생을 좀 보내달라고 일선 고등학교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 성숙한 입시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지금,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고등학교 입장에서 보면 수시모집은 공교육 정상화를 방해하는 주범이다.
6월에 1학기 수시모집이 시작되면 원서를 쓰고 전형하고 나면 여름방학이다. 8월 중순쯤 합격자 발표까지 나고 나면 수시 2학기 원서접수와 전형,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고 11월부터는 수능시험을 시작으로 정시모집 준비 체제로 들어간다.
수시 합격자는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가 없어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때문에 수시에 미리 합격한 학생들은 더 이상 시험공부가 필요 없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고3공부는 끝난 셈이다. 사실상 5,6월부터 고3교실은 동요가 시작된다. 정상적인 고3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워진다. 한쪽에선 대입시험 준비에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수험생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벌써 가고 싶은 대학에 합격해 입시가 끝나버린 수험생이 있다.
올해는 수시모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4년제는 평균 50%, 전문대는 평균 8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대학입시가 학기 중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아이러니컬한 풍경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등학교의 공교육을 먼저 생각해야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2006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1학기 수시모집을 폐지하거나 시행시기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 고교 교장단이 6월 초부터 수시모집이 시작됨에 따라 고3 수업 분위기가 흐려지고 학사운영이 어렵다며 수시1학기를 없애줄 것을 교육부에 정식으로 건의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8월쯤, 수시 1학기 존폐여부를 결정지을 계획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결정짓는데 가장 무게 중심을 둬야 할 점은 대학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고등학교의 공교육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수시 1학기 모집은 어떤 방법으로든 개선돼야 함이 마땅하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