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 본 이육사 문학관(글/이현정)
백마 타고 온 초인, 이육사
이육사가 우리에게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가 훌륭한 문학가이기도 하지만, 일제에 맞선 흔치 않은 문학가이기 때문이다. 시에 나타난 강인함과 굳은 의지, 아름다운 시어들이 우리 가슴속에서 기억시키고 있는 것이다.
눈을 감고 가만히 육사를 그려본다. 고독하게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조국 독립을 고민하던 시대의 젊은 청년. 청년의 고민은 펜으로 옮겨가 독립을 다짐하듯 확고한 그의 의지를 담아 종이에 그려낸다. 그의 고민, 그의 확신이 지금의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하나의 큰 이유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잊지 않고 있다.
육사가 걸어온 길은 어떠했을까? 원촌마을을 누비며 여느 개구쟁이와 마찬가지로 골목대장 자리를 놓치지 않았을 법한 천진한 눈동자를 가진 청년. 그가 태어난 지 꼭 1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행적을 더듬어, 그가 바라던 세상을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도 함께 느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육사는 그리 길지 않은 40년 동안을 파란만장하게 살다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짧고 굵게 산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고향마을 원촌에서 어린시절 한학과 보문의숙 도산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대구로 이사 간 뒤 젊은 나이에 혼인하면서 처가 마을 백학학원을 다니고 또 가르치기도 했다. 가문의 영향으로 민족문제에 일찍 눈떠 일본에 1년 정도 유학하면서 더욱 더 독립의지를 다졌다.
귀국하여 대구에서 문화활동을 벌이던 육사는 중국을 오고가며, 의열단과 인연을 맺어 조선혁명군사간부학교를 졸업하였다. 1934년 3월에 체포되었다가 6월에 출옥한 육사는 본격적으로 시와 수필을 쓰면서 문학평론도 활발하게 발표하였다. 1930년대 후반 문인의 친일양상이 펼쳐지는 가운데 육사는 독립운동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였다. 그것이 마지막 베이징행이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 베이징행. 그는 이 베이징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고민과 번뇌로 지새온 한 지식인의 양심의 역사가 바로 육사의 생애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가 육사가 살고 있는 시대처럼 긴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육사처럼 육사같은 인물이 필요한 시기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육사에게서 배워야 할 점을 곰곰이 새겨본다.
설레는 맘으로 문학관 안으로 발을 내딛다
안동에선 그 동안 육사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이육사기념사업회를 통해 꾸준히 이어져 왔었다. 그 노력의 결정체로 육사탄신 100주년을 맞이하여 ‘이육사 문학관’을 연 것이다. 안동시내에서 도산서원 가는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도산서원을 지나게 된다. 도산서원에서 퇴계종가를 지나 굽이굽이 들어가면 육사의 고향 원촌마을 입구가 나온다.
마을 입구에 바로 ‘이육사문학관’이 있다. 아직은 공사 마무리 단계라 어수선하지만, 이육사탄신 백주년 기념행사를 치르기 위해 단장을 바쁘게 하고 있다. 이육사문학관은 1층에 육사의 생애가 전시 될 광장과 육사의 문학세계관, 육사의 독립운동관이 자리 잡고 2층엔, 영상 및 세미나실, 체험코너, 기획전시실, 휴식코너와 시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그럼 전시실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둘러보자.
1층의 도입광장은 육사의 문학관 안내와 육사 흉상이 그리고 ‘광야’시판이 들어오는 이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벽에는 육사의 생애를 펼쳐 보이고, 가족들의 모습도 감상하도록 마련되어 있다. 도입 광장에서 문학관의 이름에 걸 맞는 문학세계관을 감상하도록 하였다. 문학세계관은 육사의 친필원고와 시집들을 전시하였다. 이 곳에 ‘사색의 창’을 두어 육사 시를 감상하도록 하였다. 투명 창 밖으로 보이는 선비의 정신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바라보며, 육사의 시 39편을 직접 선택하여 들을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
시를 감상하고 나면 저항시인의 면모를 볼 수 있도록 해둔 육사의 독립운동관으로 들어선다. 육사의 독립운동 일대기를 전시해 두었으며, 특히 조선군사혁명학교의 수업하던 모습과 죽음을 맞이했던 장소였던 북경감옥에서 시를 쓰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되어 있다. 또한 독립운동 일대기를 주제로 한 영상이 상영되어 글이 아닌 이미지로 육사의 독립운동을 보여주고 있어 보는 즐거움과 아는 즐거움을 함께 하도록 하였다. 독립운동관을 돌고 나면 2층으로 오르게 된다.
1층의 ‘광야’ 시판과 더불어 2층에는 부조형으로 ‘청포도’ 시판이 오르는 사람들의 눈을 한 번 더 시원하게 만든다. 그러고 나면 기획전시실과 영상실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육사의 일대기를 약 10여 분간 보여준다. 앞으로 애니메이션도 제작하여 보여줄 계획이다. 기획전시실엔 상설 전시가 아닌 특별전시실로 매년 열리는 시화전과 백일장작품이 전시 될 계획이다. 또한 주제전도 열릴 계획이다. 서측면에 체험실이 마련되어 있어 관람객들이 직접 판각 된 시를 골라 찍어 볼 수 있도록 하여 문학관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게 한다. 그 외에도 밖으로 빠져 나오면 ‘시전망대’에 올라 설 수 있어 원촌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외에도 휴식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육사 문학관 관람에 지친 관람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육사의 시선이 머문 곳, 야외 전시실
문학관의 왼편엔 야외 전시실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이 띄는 건 자신의 시 ‘절정’을 배경으로 널찍한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육사의 모습이다. 육사 동상 옆에 나란히 앉아 육사의 시선과 같은 곳을 보면, 원촌의 너른 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육사가 항상 그리워하던 어린 시절의 원촌. 육사에게 항상 그리움을 주던 곳, 원촌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동상에서 눈을 약간 돌리면 야외 공연장이 설치되어 있어 작은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야외 공연장 한편에 마련된 휴식공간이 있다. 그 곳에선 시원한 분수를 바라볼 수 있으며, 아직은 작은 나무들이 작은 그늘을 만들고 있지만 곧 무성한 잎을 피워 시원한 큰 그늘이 있는 휴식처가 될 것이다.
소나무 숲 사이로 청도포샘이 있다. 육사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청포도에 실어 동그란 3개의 돌에 샘을 만들어 청포도샘을 만든 것이다. 샘 주변엔 포도나무가 있어 샘과 같이 육사의 청포도가 절로 입안에서 맴돌게 한다.
문학관 뒤에는 ‘육우당’이 재현되어 있다. 육사를 포함한 6형제가 살았다 하여 육우당이라 붙여진 고택이 마루와 방이 조화를 이룬 기와집이 두 채가 나란히 서 있다. 그 옆으로 수세미, 박, 채송화 등이 심어져 있는 야생화 공원이 자그마하게 꾸며져 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를 하자
지금까지 이육사를 기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한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이육사 문학관을 설립하였다. 개관을 한달 남짓 남겨 두고 있어 그 결과가 실로 기대 된다. 안동의 도산에는 한국 국학의 메카 국학진흥원이 있어 문중 유물전시 및 각종 전시가 열리며, 이어지는 길에는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제 7월말이면, 이육사 문학관이 더해져 안동의 박물관 및 전시실이 도산권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각 성격이 다른 전시가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이렇게 이육사 문학관을 살펴보면서, 아쉬운 점 몇 가지가 발견되었다. 사소한 것이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몰릴 휴일에는 반드시 불편함으로 관람객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첫 번째, 주차장이 없다는 것이다. 마을로 접어드는 길 안쪽에 설립된 문학관 어느 곳에도 주차장을 찾아 볼 수 없다.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어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분명 자가용을 이용할 것임을 감안한다면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몰릴 경우엔 심각한 주차 불편이 예상된다. 마을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설 차량들이 마을 입구를 꽉 채우게 될 것이다.
두 번째, 화장실이 2층에만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교육용으로도 활용도가 클 문학관에 1층에 화장실을 찾을 수 없다는 건 관람객을 당황하게 만들 것이다. 1층을 헤매다 결국 문학관 안내 도우미를 찾아 화장실을 물어 본 후 2층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 올라가야 한다. 어린아이들과 함께라면 자칫 실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문학관 내에 관리 사무실이나, 연구실이 없다. 상설전시는 그렇다 할지라도, 기획전시나 세미나실을 위한 사무실이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또한 육사를 꾸준히 연구할 연구원들을 위한 연구실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네 번째, 문학관의 얼굴이라 할 수 ‘이육사 문학관’의 명판이다. 첨성대를 생각하여 만든 것인지 돌무더기를 병 모양으로 쌓은 다음 그 위에 이육사 문학관을 새겨 놓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명판을 첨성대 모양으로 만든 것은 잘 차려 입고는 어울리지 않는 머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라 할까.
『광야에서 부르리라』원촌에서 광야로 울려펴진다.
이육사 탄신 백주년 기념행사가 7월 30일부터 8월 3일 차례로 열린다. 이육사 문학관을 비롯해 강변축제장, 시민종합운동장 등에서 육사탄신 100주년을 축하한다. 개막식, 문화예술공연, 문인 추모 시화전, 서예유물, 사진 작품 전시 및 문학과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열린다. 개막식 전에 문학관 오픈 행사와 육사 동상 제막식도 가질 예정이다. 이육사 문학 캠프를 운영하여 퀴즈대회, 대표시 낭송, 시인과의 대화와 육사백일장 개최, 육사시집, 문집발간도 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사가 기대 된다.
육사 시상지를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로 마련한다고 한다. 육사의 자취를 느낄 수 있도록 육사 오솔길을 만들고 오솔길에 다다르면 육사의 시를 전시할 계획이다. 광야의 오솔길인 윷판대와 황혼의 길 육사묘소, 절정의 오솔길 왕모산 갈선대까지 세 갈래의 등산로에 오르면 이제 육사의 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육사 기념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거리의 안내판에서 ‘육사탄신100주년 기념행사-광야에서 부르리라’의 팜플렛이 눈에 띈다. 안동시와 육사기념사업회는 기념행사가 열리는 5일 동안은 육사를 바로 아는 계기가 되고 육사를 알기 위한 시간으로 사람들을 이끌었으면 한다.
육사는 알고 있었을까? 그의 목소리가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원촌마을을 근원지로 다시 울려 퍼질 줄….<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