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도시건축 무엇이 문제인가(글/이도영)안동에 정착한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간다. '안동의 도시건축'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으며 '토종 안동사람'이 아닌 외지로부터 온 '토종 이방인'의 눈에 비추어진 안동의 도시건축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그 대응방안을 주제로 안동시민들과 함께 공감해보고픈 작은 욕심이 앞선다. 본의 아니게, 글의 서두에서부터 '토종 안동사람' 또는 '이방인'과 같이 다소 이색적인 단어를 언급한데는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나열된 이색적인 단어들만큼이나 안동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색적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첫 번째는 개발에 대한 보수성향이다. 외부와 단절되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지리적 여건과 전통적으로 양반마을이라는 사상적 기반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개발에 대한 안동사람들의 '알레르기'적 반응은 몹시 흥미롭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분포의 전통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되, 그 문화유산의 상품적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것 또한 사고의 보수성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든다. 보존 또는 보전이란 용어를 '원래 있던 그대로의 모습으로 방치하는 것'으로 정의하는 것은 분명 해석상의 오류다.
최근, 심층생태학(deep ecology)이 표방하는 개발의 환경 친화성은 바로 안동사람들이 표방하는 전통 문화유산의 보존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러나, 문제는 문화유산의 특성상 단순한 보전논리에 의해 그 물리적 상태가 온전히 유지될 수 없다는데 있다. 가옥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일정기간 사용자가 거주하지 않을 경우 그 가옥의 물리적 상태는 퇴보되는 성질을 지닌다. 물리적 형상을 지닌 모든 전통 문화유산들 또한 같은 논리로 해석 가능하다.
더욱 더 문제시될 수 있는 것은 전통 문화유산에 대한 보전논리가 안동의 도시건축 전반에 미친 부작용이다. 즉, 안동이란 도시는, 특히 도시 중심은, 누가 보더라도 자연발생적이며 근대적인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간, 기능 위주의 무계획적인 개발이 방치된 결과 도시는 외형적으로 균형과 질서가 깨어졌고 역동적인 생기발랄함을 잃었다. 꽃이로되 향기가 없는 꽃은 그만큼 아름답지 못한 법이다.
마찬가지로, 기능에 충실하다손 치더러도 형태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도시는 그만큼 매력이 없다. 이는 마치 휴대폰을 고를 때 성능보다는 형태를 더 많이 고려한다는 고객들의 상품구매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적극적인 개발논리는 생태학의 한 부류인 '환경관리주의'가 표방하는 개발의 환경 친화성 개념과 유사하다. 즉, 보전에 얽매여 개발을 무작정 지연시키는 소극적 사고보다는 보전논리는 결국 적극적인 개발논리 하에서 가능하다는 적극적 사고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토종 안동 분들이 대부분인 독자여러분들은 아마도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적극적인 개발논리가 현실성이 없거나 무모한 발상이라고 꼬집어 말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보전은 적극적인 개발논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는 법이다. 도시건축을 비롯한 안동의 미래는 분명 미래 지향적인 사고전환을 전제로 그 방향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문화유적지와 도시중심간의 이원화된 공간구조다. 즉, 도시 외곽에 형성된 전통 문화유적지와 도시중심과의 기능적 부조화 현상이다. 건축(architecture)은 사용자 중심의 기능적 욕구와 형태적 욕구를 건축가(architect)의 안목 하에서 주어진 필지(site)안에 재구성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건축행위는 건축물의 기능과 외부형태에 대한 고려, 마당이라고 하는 적극적인 외부공간의 확보, 그리고 조경 및 이웃집과의 조화 등과 같은 환경적인 맥락의 배려도 포함한다. 즉, 건축은 인간의 생활을 담는 총체적인 그릇으로서 일종의 종합예술행위다. 같은 맥락에서, 소위 '도시건축(urban architecture)'은 도시 전체를 건축하는 행위다. 때문에, 도시건축을 용도지구의 지정에 의한 도시기능의 공간적 분배 정도로 단순화시켜 해석하면 큰 잘못이다.
도시건축은 넓게는 도시기능의 공간적 분배, 다양한 기능들간의 유기적인 조화, 그리고 도로체계 구성에서부터, 좁게는 건물의 크기, 높이, 색채, 방향, 형태 그리고 경관구성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배려를 포함한다. 이런 연유로, 시민대표를 포함, 건축 및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도시건축위원회의 구성원이 되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안동의 이질적인 도시공간 구조는 앞서 언급한 도시건축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전통 문화유적지도 도시중심의 각종 시설들과 마찬가지로 안동이라는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문화유적지와 도시중심은 별개의 도시공간 요소인 것처럼 인식되곤 한다. 그 근본 이유는 바로 두 공간요소들간의 상호 유기적인 연계성 결여다. 안동을 방문하는 방문객들 대부분이 도시 외곽에 위치한 전통 문화유적지 답사 후 곧바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을 우리는 어떤 논리로 해석해야 하는가? 물론, 안동시 문화관광과를 중심으로 도시중심과 외곽의 다양한 문화유적지를 잇는 관광루트가 제안되긴 했지만 그 현실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 이유는 바로 관광루트 개발과 관련한 투자의 불확실성이다. 그러나, 투자가치 및 효율성에 대한 주먹구구식 평가보다는 투자가치를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시 당국의 확연한 의지가 관건이다. 이에 안동의 도시건축 방향설정과 관련하여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중심과 외곽의 전통 문화유적지 사이에 존재하는 빈 공간(empty space)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이질적인 도시공간 구조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즉, 두 개의 상이한 도시공간 사이에 매개공간을 활성화하여 연계성과 보완성을 극대화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서는 안동의 전체 도시공간을 포괄하는 기본계획(master plan)의 수립이 절실하다. 기본계획은 필요한 도시공간 요소들의 단순한 나열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제안하고픈 기본계획은 필요한 도시공간 요소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인 측면에서 조직되고 구체화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른바 도시건축적인 기본계획을 의미한다. 미래 안동의 도시건축은 적어도 나름대로의 규칙성과 질서를 중시하는 이론적 발상 위에서 그 방향성이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도시건축의 맥락에서 안동의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하여 'PUD(planned unit development)'개념의 적극적인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PUD는 글자 그대로 '사전에 계획된 이른바 계획성 있는 도시개발'을 의미한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발된 신도시는 PUD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좋은 예에 속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도시건축위원회(urban architecture committee)를 구성하여 도시개발과 관련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개발의 시작에서부터 완료 때까지 위원회가 관여함으로서 일관되고 특성 있는 도시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위원회는 도시개발 후에 이루어지는 사후관리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서 유지관리 차원에서 효율성을 진작시킬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계획적인 도시개발은 결과적으로 난 개발을 방지하고, 기능적으로나 형태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창출하기 위한 선행조건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다시 한 번 언급하거니와, 도시건축적인 맥락에서의 기본계획(master plan)은 단순히 무엇 무엇이 어디 어디에 필요하다는 식의 기능 나열이 아니다. 바로,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조감도를 의미한다. 조감도는 기능별로 3차원적인 공간분포를 나타낸 그림이다. 그래서, 넓이의 개념뿐만 아니라 높이와 형태 그리고 볼륨(volume)과 매스(mass)의 개념, 더 나아가 색채구성 또는 채광효과와 같은 심리학적 개념에 대한 배려 또한 조감도에 반영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본계획을 일관된 방향 하에서 지속적으로 실행에 옮기고자 하는 안동시와 도시건축위원회의 적극적인 실천의지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 들어도 늘 새롭고 가슴 벅찬 단어 '월드컵!' 평3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극히 단순하고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우리 축구선수단을 4강 신화로 이끈 장본인 '거스 히딩크' 감독! 히딩크 감독이 진정 영웅대접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의 적극적인 실천력이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그는 단지 실천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우리는 스스로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차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답풀이는 결국 우리 스스로의 몫으로 남는다. 지금이 바로 소처럼 우직하고 고지식하되 추진력을 겸비한 안동의 선비정신이 되살아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