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 어떻게 갈 것인가?(글/류선경)

필자는 지난 글을 통해 개발과 보존의 논의를 끝내자고 제안했다. 이제 개발과 보존의 논의를 벗어나 개발을 절실히 요구하는 북부 지역민의 생활상을 돌아보고 공존공생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이후 필자는 한국언론재단에서 시행하는 문화전문기자 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국민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풍납토성 사례를 통해 풍납토성과 함께, 유사한 처지에 놓인 전국 곳곳을 현장 답사하며, 우리나라의 매장문화재의 실상을 돌아보고, 매장문화재의 보호의 중요성에 관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수를 통해 필자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의 허실을 재삼 확인했으며, 보존과 보호만을 능사로 하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이 오히려 문화재 훼손을 부추기고 있음을 확인했다.[편집자주]


亂개발 논쟁

최근 전 국토가 亂개발에 시달리고 있다는 각계 언론의 기획보도를 통해 亂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 불거졌다. 급기야 亂개발 방지를 위한 대책들이 속속 등장했으며, 이 가운데 하나는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도시계획법 변경안이다.


이에따라 아파트 용적율과 건폐율도 줄어들었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안을 마련중이다. 국민들의 생활을 규제하던 각종법규가 폐지되거나 완화되고 있다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개발에 따른 자연경관과 문화재보전에 대해서만큼은 규제가 더욱 강화하고 있는 듯하다.


7월 14일자로 공포된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문화재가 있는 곳으로부터 일정범위 (500m)내에서 건설공사를 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 평가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재 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 반경 500m 밖의 지역이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 될 때는 시·도지사의 조례지정 대상에 포함돼 문화재 보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받아야 한다.


기존의 문화재보호법도 지나친 사유재산의 침해로 악법이라고 평가해 왔지만, 지난해 1월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은 이보다 한층 더 규제가 강화됐다. 3만㎡이상의 면적을 개발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반드시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15만㎡이상의 면적을 개발하고자 할 때는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토록 하고 있다. 또 조사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서 문화재청에서 지정 고시한 108개 기관만이 지표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이 시행된 지난해 7울 이후부터는 문화재 조사건수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과연 몇 건의 지표조사와 발굴조사가 실시되었어야 하며, 몇 건 정도 실시되는 것이 정상일까?


우리나라의 국토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1965년까지 개발면적이 약 9억2천만평이었으나 91년엔 약 13억3천만평으로 약4억천만평이 증가했다. 그렇지만 이 기간동안 문화재 발굴 허가건수는 고작 319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이전의 유적은 대략 15만평에 한 건정도 분포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고려할 때 지역개발에는 최소한 2천 400건정도의 유적이 아무런 조사도 없이 훼손되었음을 의미한다.


왜 유적조사가 선행되지 않고 문화재가 훼손되는가?

개발과정에서 문화재의 보존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그것이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유지를 사적지로 지정할 경우 형상변경이나 건축행위, 매매 등에 있어서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지정문화재가 없더라도 문화재 보호법 제 44조와 74조에서는 공사전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문화재의 조사와 보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 법의 본질적인 취지는 개발로 인하여 이익을 얻는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다는데에 있다. 일본이나 영국의 경우에도 문화재 조사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그 시행방법에서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문화재 조사를 예비조사와 본조사로 구분하여 예비조사 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에서 부담하지만 본조사 비용은 원인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예비조사에서는 지표조사에 해당하는 분포(分布)조사와 시굴(試掘)조사, 확이조사가 포함되며, 본조사는 발굴조사를 의미한다. 즉 국가의 자산인 문화재의 유무를 밝히는 작업인 분포와 시굴조사의 비용은 당연히 국가에서 부담하지만, 문화재의 훼손을 야기하는 발굴조사 비용은 원인자가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문화재 분포 현황조사도 안되는 상황에서 그 조사에서부터 보존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그러므로 개발사업시행자는 가능하면 문화재 조사를 하지 않기를 원하며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훼손도 불사하게 된다.


안동시 태화동3택지 개발이 시작되면서 삼국시대 말기 고분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고분군이 발견됐었다. 당시 안동대 임세권교수팀은 이를 발견하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택지개발업체는 서둘러 포크레인을 동원해 유적을 흔적 없이 밀어버렸다. 업체측으로써는 예측 불가능한 액수의 발굴 비용에 대한 부담과 공사 지연 등이 두려웠을 것이다. 지금 뒤늦게나마 개발의 물결을 타고 있는 북부지역에서 언제 또 이 같은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경주지역에서는 모회사를 퇴직한 회사원이 노년을 위해 퇴직금으로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공사에 들어갔으나, 문화재가 출토되면서 퇴직금을 모두 발굴 비용으로 감당해야 했고, 자신은 일당을 받아가며 발굴 조사현장에서 일일노무자로 일을 해야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상식밖의 황당한 일로 느껴지는 이 일은 현행 문화재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이럴진데 문화재 보호가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이는 결국 예비조사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을 위해서는 각종 인허가 과정이 필요하다. 환경부 등 각 기관과의 사전협의를 거쳐 사업지구가 지정되면 개발계획의 수립과 승인 등 일련의 계획절차를 거쳐 공사에 착수하게 된다. 통상 이러한 인·허가 기간은 2∼3년 정도가 소요되며 이 기간이면 어떤 문화재 조사도 시행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상 대부분의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그 이유는 시굴조사 절차와 관련된다. 시굴조사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지표상 유적의 부존이 확인됐다 해도 시굴조사를 통해 분포범위와 유적의 성격확인도 필요하다. 따라서 시굴조사가 조기에 실시될 경우 현장보존을 필요로 하는 유적은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해 원상태로 보존할 수 있다. 이 경우 개발은 물론 발굴이라는 또다른 파괴로부터 유적을 지킬 수 있다.


현재 시굴조사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토지 보상문제로 소유주와 갈등관계에 있는 사업시행자가 시굴동의서를 얻는 것은 현실상 어렵다. 때문에 결국 보상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기다려야 하고, 결국 공사착공전에 문화재를 조사할 수 있는 시점을 놓치게 되어, 문화재 훼손은 물론 공사 중단에 따른 경제적인 손실을 야기한다. 만일 시굴조사를 국가에서 시행할 경우 소유주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유족 보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다음 문제는 사업을 시행하기에 앞서 예비조사를 하기 않는다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사업부지를 선정하기에 앞서 문화재의 부존 가능성 검토가 우선되면 상당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대상사업이 지정되면 변경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개선해 보자

문화재 발굴조사에는 많은 비용과 장기간의 조사기간이 필요해 문화재 발굴 또한 또다른 훼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문화재 보존정책은 기본적으로 현상보존에 원칙을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첫째, 문화재 분포현황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는 조속한 시일 내에 문화재 분포 현황 자료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전국 문화재의 수량은 1977년 문화유적 총람상에는 약 5만건이 조사됐지만, 2000년 현재 약 20만건 정도가 조사된 것으로 추산되며 최소한 50만건이상은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정보는 문화재의 보존뿐 아니라 사업시행에 있어서도 매우 효용성이 크다.


유교문화권 개발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북부지역에서는 특히 문화를 토대로 한 개발의 명분을 살리기 우해서라도 사전 문화재 분포조사가 더욱 필요하다. 영남대박물관은 지표조사를 통해 안동지역의 개략적인 문화재 분포도를 확보했다. 자치단체는 이 같은 자료를 수집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사업 결정전 문화재의 사전조사가 실시돼야 한다. 법적으로도 일정규모 이상의 개발 때


는 반드시 사전에 문화재 지표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의 택지 개발이나 도로 건설 등의 국책사업의 경우는 사업결정 이전에 문화재에 대한 사전검토를 함으로써 문화재로 인한 사업변경 야기하지 않고 불가피할 경우 충분한 조사기간을 사업기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시굴 조사 강제권을 부여해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토지 보상 문제와 얽혀 순조로울 수 없는 시굴조사에는 강제권이 부여돼야만 문화재 보존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넷째, 문화재 발굴조사에 대한 교육 및 이벤트를 마련해야 한다.
문화재 발굴조사는 항시 전공자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조사현장을 공개해, 학생이나 일반인의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문화재 조사와 손실보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개발 사업 지구내의 발굴조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문화재를 보존하게 됨으로써 야기되는 개인의 손실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예컨대 한 지역에서 문화재로 인해 손실을 입는 경우 다른 지역에서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줄 경우 개발에 따른 문화재의 보전에 획기적인 인식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금융지원이나 세금감면, 국유지 대토 등이 그 구체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여섯째, 보존된 문화유적의 활용방안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뒷전인 현재의 행정 행태가 문화재 경시의 풍토를 가져오고 있다.
일곱째,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지역의 문화를 지키고 가꾸고자 하는 일반인과 학생들로 결성된 안동문화지킴이는 내고장의 문화재는 내가 지킨다는 시민의식의 좋은 본보기이다. 여가활동을 통해 보람을 얻고, 문화재와 함께 하며 정신적인 풍요를 누리고자 하는 인력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내 고장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주민이 나서고, 자치단체가 나서야 할 때다.<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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