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의 대화를 나누는 곳, 예천나일성천문관(글/권두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낮과 밤의 세계에서 더 아름다운 시간은 언제인가? 낮과 밤을 구별하여 맞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늘 그래왔듯이 자신의 사고로 낮과 밤의 고유한 자신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 의미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밤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밤이 어두움을 대표하는 것임에 반해 밤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긍정적이다. 어두움 속에 반짝이는 별과 은은한 달에게 맑고 온화함을 느끼기 때문이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별과 달에 대한 인간의 인상은 절대 나쁘지 않다. 별똥별에 소원을 빈다거나, 별과 대화를 하는 것, 달 속에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는 것 등은 그 한 사례라 할만하다.
이야기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에서도 별과 달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하게 전개된다. 윤동주의 별헤는 밤, 서시등에 등장하는 별은 인간의 감성을 밝게 비추어주는 거울이다. 별의 세계에서 온 어린왕자는 우리들의 동심이다. 얼마전에 방영된 별은 내가슴에라는 드라마도 사랑의 애련함을 담았다. 유행가 내마음 별과 같이는 여전한 우리들의 히트곡이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별, 달과의 대화는 인간에게 뭔가 따뜻한 것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생명이 있는 별자리들
별에 대한 의문을 그다지 품어보지 않고 살아온 것 같다. 사실 나의 고민은 언제나 현실에 있기를 바라고, 그 고민이 본질에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나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은 언제나 별일 뿐 다른 감각은 없다. 달도 마찬가지이다. 정월대보름에 보름굿에 참가하는 것 이외에 달과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그래서 나일성천문관은 더욱 생소한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원고일정에 밀려 한여름 땡볕을 머리에 이고 예천행을 과감히(?) 결행하였다. 천문관이라면 당연히 수학계산처럼 행성관계를 파악하고 복잡한 수치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마음속에 간직하고서 담담하게 숙제를 하듯 차를 몰았다.
천문관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예천에서 영주쪽으로 방향을 잡아 약 10분정도 가다보면 오른쪽에 나일성천문관이 보인다. 작은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어 외견상 그리 크게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부딪히기를 좋아하는 나는 입장권을 산 후 바로 전시장으로 향했다. 언덕 아래로 전시장이 있었고 정면에 흠경각(欽敬閣)이라는 현판이 있었다. 이 흠경각이라는 이름에 천문관 주인은 매우 커다란 애정을 쏟고 있는 것 같았다. 설명하는 안내자는 흠경각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연을 필자에게 전해주었다.-알고 싶은 사람은 직접 확인하시라-
전시장에서 처음 접한 것은 조선조 태종때 만들어진 천문도이다. 권근이 태종의 명을 받아 제작하였다는 이 별자리 지도는 천상열차분야지도(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이름을 가졌다. 지도가 석조로 제작되기도 하였지만 임진왜란, 일제강점기에 고초를 겪어 보존상태가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8,15이후에도 홀대를 받아 궁터에서 뒹굴다가 최금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탁본 사진을 보니 별자리 지도의 대부분이 파손되어 식별이 어려웠다.
이러한 귀중한 것을 이 천문관을 만든 나일성 박사가 문헌을 보고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후에 안 이야기지만 이 천문관을 지은 나일성 박사는 이 별자리 지도를 가장 아낀다고 하였다. 별자리에 대하여 까막눈인 필자도 가까이서 보니 정말 소중하고 귀중한 내용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별자리 지도를 만들었구나 하는 놀라움도 들었다. 이제까지 천문, 소위 별자리지도는 서양 것만 보아온 결과 생긴 선입견이라는 것도 알았다.
정면 벽면에는 고구려의 고분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사신도 소위 좌청룡, 우백호, 북현무, 남주작으로 명명되는 사신도가 왜 여기에 전시되어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되었으나 그 의문은 간단하게 풀렸다. 중국의고분벽화에는 별자리가 없으나 고구려의 벽화에는 별자리 그림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일성 박사는 중국 학자들과 논쟁을 할 때 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별자리를 예증으로 한국의 천문문화가 중국보다 한단계 앞서서 인식되었음을 증명하였다고 한다.
그 옆에는 견우와 직녀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견우는 소를 모는 목동이며, 직녀는 베를 짜는 처녀이다. 소와 베짜기가 전통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말하여주는 이 벽화는 한편으로 은하수라는 별들의 강을 건너는 이야기가 전개되어 천문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여 준다. 은하수, 우리말로 미리내는 어떤 강일까? 별들로 이루어진 하늘나라의 강은 그 이름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답다. 그러나 이강을 넘어야만 사랑이 이루어진다니 그 아름다운 강이 이별의 강이라니! 묘한 느낌이 든다.
그 옆에는 바위그림이 새겨져 있다.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한국의 바위그림에는 별자리 문양이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그 옛날 한국땅에 살던 선조들도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면서 뭔가를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2전시관에는 같은 별자리를 보고도 서로 다르게 별자리지도를 그린 것들을 비교전시하였다. 만다라 그림으로 별자리의 세계를 표시한 것도 보인다. 세계 각국의 별자리 지도를 비교전시 한 것도 있었다.
별자리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보면서 우리의 선조들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선으로 연결시키고 그보다 더욱 각 별들의 자리를 그림으로 그리고, 나아가 인격을 부여하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단순히 빛나고 있는 별들에게 무한한 생명을 불어넣어 자신들의 꿈과 이상을 만들어 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체인 별자리들은 어떻게든 우리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별점을 쳐 사랑을 확인하고, 별이 떠오르면 큰 인물이 난다고 하고, 사람의 인격을 별자리로 이해하고, 참으로 별별 다양한 것을 별을 보며 생각하나다.
전시장을 나와 옥상으로 올라가니 다양한 종류의 해시계가 전시되어 있었다. 필자의 상식으로는 장영실이 해시계를 만들었다는 단순한 사실만 알뿐이었는데 이곳에는 신라시대 때 만든 것도 있어 새삼 무식한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휴대용 해시계도 있었다. 해는 중천에 떠 있고 많은 해시계들이 시간을 아끼라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한마디도 못 듣고 그곳을 나왔다. 사진 몇장만 찍고는.
천문관 세운 나일성박사
나오면서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에 담긴 꿈을 지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처음 입장권을 나누어준 분은 나일성박사의 부인이라고 하였다. 마침 나일성박사는 세미나에 참석차 천문관을 비웠다고 한다. 조금 아쉬웠다.
나박사는 이 천문관을 세우기 위하여 10년 이상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처음 서울 인근의 용인이나, 분당 등지에 세우려고 터를 잡았는데 조금만 지나면 개발되어 하늘을 관찰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도산서원에 있는 혼천의를 보고 난 후 안동인근에 터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당시 나박사는 하늘을 이햐하는 본인 혼천의를 보고 감동을 받았고 열흘동안 안동에 머물면서 연구하고 고민하였다고 한다.
그 후 안동시에 협조를 부탁하려 하였지만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등이 있어 자신의 결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예천군에 먼저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예천군에서는 나박사의 천문관 계획에 적극 동참하였고 마침내 1999년 6ndjf 4일 천문관이 개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나타난 소행성에 나일성박사의 이름이 붙혀지기도 하였다.
현재 나박사는 이곳에서 별자리와 관련된 강좌를 개설하고 사람들에게 별과의 대화를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세종회는 이렇게 별과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으로 현재 영주, 안동, 문경, 예천지역 사람들 12명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강좌 내용은 별자리의 전설, 성도 별자리, 쌍안경과 별자리 등에 관한 것인데 누구나 접해서 재마와 꿈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도록 꾸려졌다고 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최근 화성탐사선 이야기가 나오고 오리온 성좌에 폭발이 있었다는 등 우주적 존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져 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주변에서 전해온다. 이러한 현실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는 접어두고서라도 꿈을 구체적인 현실에 드러내는 작업이 인류의 문화사라는 점에서 당연한 추세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인류의 과학사는 어떠한 측면에서건 인간이 본래에 생각한 바를 무너뜨리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퍽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천체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별은 가슴에 있고, 달은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별이 우리들 가슴에 있는 한 별은 생명체이다. 그리고 그 생명체는 늘 우리에게 투명하고 맑은 마음을 요구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말하고 있다. 별은 작은 진주빛으로 빛나지만 그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라고 일침을 내뱉는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