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쓱 딱으이소(글/권영우)"야! 이누마야, 남의 논두렁 밑 파먹는 놈 치고 잘 되는 놈 없다더라"
이 소리는 욕심이 잉태하여 남의 재산 등을 슬금슬쩍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보고 이를 비유하여 저지하는 말인데, 요즈음에 와선 너무 구식의 은유법이 되어 이런 얘기가 무슨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이젠 배고픈 시절도 지났고 더구나 도시화 과정에 따라 그 시절의 농촌 정서에 감이 잡히지 않는 이를 위하여 위 말의 연유를 사족으로 붙여보자
논갈이를 하다가 참(힘든 일을 하다가 쉴 겸 먹는 식사)으로 한 양푼이 보리밥이 왔다. 배가 고픈 젊은 아들이 염치 접고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퍼먹는다. 이가 빠진 아버지도 배가 고픈데, 이러다가 한 숟갈도 얻어먹지 못할 판이다. 아버지는 자구책으로 보리밥 위에 놋숟갈로 쓱 38선을 그었다. 이를 눈치챈 아들은 차마 이 선을 넘지는 못하고 남의 논두렁 밑 파먹듯 김일성 땅굴 파는 식으로 후벼 퍼서 먹어치운다. (1년에 한 쟁기씩만 파 넘겨도 10년이면 10자정도 남의 땅으로 월경(越境)할 수 있다)
이에 위 따옴표 내용은 위기에 처한 아버지가 참다못해 아들놈에게 던진 말이다. 이와 반대로 부자유친(父子有親)하야 오륜(五倫)을 지키는 얘기도 있다.
"아부지 쓱 딱으이소. 아잇따 니가 씩 딱아라. 아잇시더 아부지가 쓰-윽 딱으이소. 아잇따 니가 씩 딱아 묵어라. 아잇시더…"
이는 참으로 나온 한 양푼이 보리밥이 마지막 한 숟갈 남았을 때 아직은 배가 덜 찬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양보하다가 결국은 아무도 먹지를 못하고 집으로 되가져가게 된다는 아름다운 전원일기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개인간, 가족간, 이웃간, 정당간, 나라간, 기타 각종 집단간 이해관계가 상치해 이기주의(利己主義)만 팽배해 있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작금의 세태에서는 첫 번째 말 한 것과 비슷한 일의 예를 아는데로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는다면 대하소설 몇 편 분량이라도 써올수 있을 것 같지만, 두 번째 든 말의 뜻과 같은 사례를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는다면 과연 몇 줄을 쓸 수 있을 것인지?
한쪽도 채우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