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넋- 전문 풍물굿패로서의 자존심 지킨다(글/임종교)너무 잘 알아온 친구에게 새삼 '너 지금까지 무슨일 하면서 어떻게 살았니'하고 묻는 격이다. 너무 잘아는 것 같은데 실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한 사이라면 적절한 표현일까? 그 다섯남자를 만나러 가는 날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등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날이었다. 3층이라 더운 건 말할 것도 없는데 회원인 듯한 청년 하나가 윗통을 벗고 상모돌리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를 비켜 사무실겸 주방겸, 숙소로 만들어놓은 곳으로 들어서니 만나기로 한 5인방 중에 지금 대표로 있는 탁상현씨가 전화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 옆으로는 한 대 밖에 없는, 그것도 목이 떨어져 회전불능인 선풍기 한 대가 더위를 식혀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어림도 없는 날씨다. 특히 악기를 들고 연습해야 하는 그들에게 더욱 그러할 터, 그러나 회원들이 다 모이고도 그 선풍기가 어림도 없다고 여기는 건 나 혼자 뿐인 것 같았다.
참넋은 전문 풍물굿패로는 안동에서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밖에 없다. 이 말은 두 가지 물음을 만들어낸다. 왜 안동에는 전문예술패가 없는가? 하는 물음과 전문적으로 예술활동만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서로 상반된 물음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들은 그것으로 먹고살고 있다. 어줍잖게 취미로 즐기고 있는 건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들은 프로라는 자존심을 가지고 지역에서 힘들지만 힘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풍물 시작한지 10여년, 베테랑 젊은이들
풍물굿패 참넋의 역사는 10년이다. 90년도에 안동대 학교 탈춤 동아리인 덧뵈기와 휘모리 활동을 하던 89학번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때는 탈춤만 추고 풍물은 없었어요. 그래서 풍물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선배들이 시작했죠."
지금의 맴버인 탁상현(28), 한만준(28), 김창수(27), 권영호(25), 이성희(20)씨가 참넋에 합류하기 시작한 건 92년부터다.
상현씨와 창수씨의 경우는 고등학교때부터 놀이패 둥근에서 풍물을 배웠고, 경안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서당골(경안고등학교 풍물패)의 전신인 풍물패들을 자신들이 만들기도 했다. 그 이후로 안동여고, 성창여고, 길원여고 등에서 학생 풍물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들은 막내인 성희씨를 제외하고 나이에 비해 근 10여년에 맞먹는 연륜을 가졌다. 그리고 창수씨와 영호씨는 군악대 출신이기도 하다.
이 멤버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97년부터라고 봐야할 것 같다. 이미 초창기에 참넋을 세운 선배들은 서울에 있는 풍물패로 가기도 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 다 떠난 뒤였다. 그들은 93년과 94년에 걸쳐 거의 같은 시기에 군대를 다녀왔다. 그들이 군대를 한꺼번에 갔다온 것고 계속해서 참넋을 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군대를 전역한 이후인 97년부터는 시내에 공간을 얻어서 자신들의 연습공간으로 이용하고, 그와 병행해서 일반인들 대상으로 풍물강습도 했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풍물강습을 주최해서 소모임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운영하려고 했으나 일반인들의 연령층이 워낙 다양해서 계획대로는 되지 않았다.
마을굿 현대적 감각으로 살리고 싶다
그들은 정기공연을 해오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색다른 공연을 펼쳤다. 처음으로 시도해본 창작풍물굿판. 그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다. 풍물꾼들이 무슨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그들은 단순히 음악으로써 사물적인 방식을 택하고 싶진 않아 보였다. 그들은 풍물을 통해서 자기들만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작년 정기공연 때 풍물굿패 참넋이 걸어온 길에 대해 어눌하지만 관객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솔직히 다 털어놓은 것이다. 같이 했던 친구가 떠나는 모습도 담았고, 연습하는 모습도 담았고, 개인적으로 힘든 부분도 담아냈다. 처음이라 어설프고 만족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은 그런 시도를 계속해 갈 힘을 그때 은근히 얻은 듯 하다.
"시대적 아픔도 한번 이야기해보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도 해 보고, 형태는 난장이 될 수도 있고, 학교에서 하는 집체극 형식이 될 수도 잇겠지요. 크게는 옛날 마을굿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올려보고 싶어요."
그들은 곧 여름전수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각자 강습 겸 전수를 다녀온 뒤이고, 여러 가지 일정들로 바쁘지만 스스로의 내실을 채우는 것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보통 여름과 겨울을 이용해 자신들을 위한 참넋 전수를 떠나는데 가송리 동제와 호남우도 풍물을 전수했다. 그리고 이번엔 어떻게 계기가 되어서 동해안 별신굿을 배우러 간다.
"우리가 모르는 거니까 배우러 가는 거지요. 그걸로 구체적으로 어디에 쓸까 하는 것보다는 맨날 똑같은 걸로 우려먹을 수 없으니까 또 그래선 안되고요. 잉ㄹ단 배워두면 나중에 우리가 풍물굿판을 벌일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우려먹는다 이 말을 들으면서 난 통쾌했다. 그러나 이 말은 자신들이 그렇게 되어지고 잇는 것에 대한 경계이기도 한 것 같았다. 혹여 박수를 못받을지라도 시도해보는 용기가 아직 그들을 지탱시켜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부분이다.
지역 예술판이 정체되어 있는 건 아무래도 이렇게 우려먹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판에 새로운 신작활동을 하기보다는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관객으로서 가끔 난 우롱을 받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적어도 예술판에서는 새롭게 생산되는 예술활동들이 많아야 살아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거기엔 감흥도 없고, 예술도 없다.
시민과 같이 어울리는 명절 절기행사
그들이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이채로운 행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명절 절기행사다. 이번 단오때는 민예총 성주풀이와 독일 하노버엑스포 공연이 있어서 하질 못했지만 97년부터 정월보름과 잊혀져가고 있는 5월 단오행사를 해오고 있으며, 시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우선은 우리 홍보도 할 수 있고, 이왕 하는 거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안동이 단오문화권이었음에도 점점 사라지고 있기도 하고요."
그들은 이렇게 함께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어느 무대에서 자기들만의 공연을 보여주는 것보다 함께 섞이고, 같이 놀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참넋이 가진 스타일이다. 세시행사도 그런 의미가 크다.
안동풍물계의 원로를 꿈꾸며
이쯤에서 아이엠에프 이후 이 나라의 화두라고 하는 창수씨 말마따나 경제적인 부분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이것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겠지요. 만약 그것이 쉽게 해결되었다면 다른 사람들도 다 풍물을 쳤겠지요."
하며 대수럽지 않게 넘겨받는다.
사실 그들은 풍물굿패 참넋으로 같이 묶여있기보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면 충분히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풍물굿패로 모였고,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원시공동체(?)의 보금자리인 이곳을 나가고 싶은 맘은 없어 보였다.
그들은 우선의 힘듦보다 아주 먼 미래를 생각한다. 아직은 20대 혈기 넘치는 팔팔한 의욕많은 청년들이지만 곧 결혼을 하게 되고, 가정을 가지게 되면 또 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꾸이 있다.
"40대정도 되면 안동 풍물계의 원로쯤 되어 있기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게 제일 기쁘겠지요 뭐. 우리 땜에 풍물을 치게 된 사람들이 풍물 치고 있는 걸 보면 그게 제일 보람있겠지요."
5인방이 함께 디디는 발걸음
안동은 그들에게 힘든 곳임이 틀림없다. 특히 10년동안 전문 풍물패가 유일무이하다는 것으로도 그렇고, 다른 장르의 전문 예술단체들도 생겨서 서로간에 건전한 비판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기미가 없는 것이 그렇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단순히 취미활동으로만 생각하는 기본 인식이 제일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문 풍물굿패라고 해도 그냥 학생으로만 불러 버리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 이러한 인식의 한계도 다른 전문단체가 생겨주면 조금이라도 바뀔텐데 그들 말고 생기는 곳은 아직 후무하다.
그러나 그들은 나이답지 않은 진득함과 묵묵함을 가졌다. 자신들이 처음이라는 자존심과 자랑스러움으로 오늘도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으로 전문풍물굿패로서 지역 예술판을 만들어가는 거죠. 그리고 진짜 좋은 직업이예요. 어딜가나 수고했다고 술 사 주시고, 밥 사 주시고..."(웃음)
그래도 그들을 지켜봐 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제일 힘이 되는가보다. 그래서 참넋 5인방이 가는 길은 외롭지 않다.<안동>
참넋 홈페이지<http://chamnerk.wo.to>